축산분뇨 '깜깜이 행정'...정말 몰랐나, 모른척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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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분뇨 '깜깜이 행정'...정말 몰랐나, 모른척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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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총체적 부실 드러난 축산분뇨 행정대응
"사육두수 몰라", "현장점검 부실"...이제서야 단속?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 함양통로인 '숨골'에 엄청난 양의 축산분뇨를 배출하는 엽기적이고 파렴치한 양돈장들이 적발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제주시 한림읍 지역의 양돈장 대표 2명은 결국 가축분뇨관리및이용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제주자치경찰단이 과학적 수사방법을 통해 수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가히 충격적이다.

구속된 양돈업자 2명 모두 가축분뇨를 '숨골' 등에 불법 배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돈장에서 인접한 '숨골'에 무단방류한 축산분뇨의 양만 무려 85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숨골'은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게 함으로써 지하수를 함양시켜 주는 통로로, 제주도 생명수인 소중한 지하수의 원천이다.

심한 악취까지 동반한 이 엄청난 양의 축산분뇨를 지역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연결되는 숨골로 무단 배출시켜 오염시켰다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무단방류된 축산분뇨는 숨골을 통해 스며들어간 후 이들 양돈장 인근에 위치한 옛 상명석산의 용암동굴로 흘러가 이 일대를 심각하게 오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70m 길이에, 높이와 폭이 약 7m 정도 되는 용암동굴 바닥에는 돼지털까지 묻은 가축분뇨 뻘(슬러지)이 확인됐다고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지역사회 충격파는 매우 크게 다가오고 있다. 청정제주와 도민을 위협하는 반 사회적 중대범죄에 다름없는 행위가, 그것도 한번도 아닌 수년에 걸쳐 행해졌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지역주민들의 공분과 당국에 대한 의구심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2명의 업자가 구속됐지만, 이 정도 선으로 해서 축산분뇨 분뇨 무단배출 문제를 덮어두기에는 사안이 중대하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축산분뇨의 편법 내지 위법한 처리는 양의 정도만 다를 뿐, 실제적으로는 상당수 양돈장에서 버젓히 행해지고 있을 것이란 의구심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생산자단체인 제주양돈농협과 제주축협의 위법행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도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양돈농협은 지난해 10월 액비를 초지에 살포하는 방법으로 축산분뇨 무단배출을 한 혐의로 검찰의 약식기소를 통해 벌금 200만원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도민 사과까지 했던 양돈농협이 정작 자신이 저지른 '비양심'은 침묵하며 용서를 빌었던 것이다.

양심까지 버린 도덕적 해이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죽했으면 주민들이 축산분뇨 불법배출 실태에 대한 전면적 조사와 처벌규정을 강화하라는 나설까.

그런데 7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관련 현안보고 회의에서는 축산분뇨 처리문제에 대한 행정당국의 대응 내지 관리체계도 엉망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축산분뇨 처리와 관련한 현장상황은 완전 '깜깜이'였고, 관리시스템 또한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될때까지 행정당국이 전혀 몰랐다는 것도 기가 차게 했고, 냄새저감 TF팀을 구성해 운영하다가 슬그머니 해체시킨 것도 이해하기 어렵게 했다.

여기에 제주도당국이 가장 기본적인 통계현황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도 들통났다.

제주도내 양돈장의 돼지 사육두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는 돼지 사육두수가 56만마리로 돼 있으나 이는 농가로부터 최초 신고받은 두수일뿐 실제와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즉, '최초 신고두수'와 '실제 사육두수' 간의 차이가 클 수 있고, 무허가 축사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의회의 지적처럼, 사육두수는 최초 신고된 후 계속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최초 신고를 받은 후 중간점검 한번 제대로 안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정확한 사육두수 등의 통계가 나와야 축산폐수 발생량 등이 산출되는데, 이러한 기본적 통계자료도 없고, 무허가 축사실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까지 축산분뇨 처리실태 점검 등이 주먹구구식 내지 형식적으로 행해졌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부끄러운 행정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총체적 부실의 난국이다. 정말 몰라서 단속을 못한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 한건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공무원들이 단 한번이라도 농가에서 제대로 점검했더라면, 양돈농가에서는 '공무원들이 냄새를 맡았구나'라며 악질적인 나쁜 짓은 안했을 것"이라는 한 의원의 질타가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이제 업자의 비양심만 탓할 상황이 아니다. 행정당국부터 작금의 현실을 분명히 직시하고 단호하게 나서야 한다.

한달이 걸리든, 두달이 걸리든 제주도내에 있는 280여개의 모든 양돈장을 대상으로 해 사육두수는 정확히 얼마인지, 축산분뇨 발생량은 얼마이고 정상적으로 처리된 양은 얼마인지 기본적 통계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도의회에서 밝힌 '상설단속반 가동'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혹여, 축산부서 공무원과 양돈업자의 '친분'으로 인해 제대로 단속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 관련 업무를 과감히 자치경찰로 넘겨야 한다.

축산분뇨 무단배출 조사는 이번에 적발된 양돈장 뿐만 아니라, 제주도내 전 양돈장을 대상으로 진행돼야 한다.

뒤늦게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원 지사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겠다. 말로만 끝내지 않겠다. 도정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행정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악순환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고, 도정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원 지사의 이 의지가 실제 강력히 실행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정말 말로만 끝내지 않고, 실천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것이 지역주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고, 실추된 행정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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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 냄새 2017-09-10 17:06:59 | 211.***.***.49
양돈업체의 파렴치한 행위로 청정제주의 숨골을 똥물로 오염시킨 것은 아무리 해도 용서가 안된다.강력한 법 적용으로 처벌을 해야하고 액비를 무단 살포하거나 적정량 이상으로 뿌리는 행위도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이니 철저히 조사하여 규정에 맞는 살포를 하게 행정조치를 취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