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한껏 담은 마당극, 탐라문화광장에서 펼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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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한껏 담은 마당극, 탐라문화광장에서 펼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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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11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가 탐라문화광장에서 펼쳐졌다. ⓒ헤드라인제주
평화를 한껏 담은 몸짓과 표정, 소라가 모여 제주 원도심에 모여든 관객들을 울고 웃게 했다.

놀이패한라산이 주최·주관하는 '제11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가 탐라문화광장에서 펼쳐졌다.

마당극제 첫날인 25일에는 참가단체들이 참여하는 생명살림굿을 시작으로, 무려 30년째 놀이패한라산과 인연을 맺어온 광주 놀이패 '신명'이 연기하는 '꽃같은 시절'이 야외무대에서 선보여졌다.

전라도를 배경으로 한 '꽃같은 시절'은 어머니들이 시위를 통해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는 내용으로 이뤄진 민족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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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펼쳐진 '제11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에서 참가자들이 생명살림굿을 진행하고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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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펼쳐진 '제11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에서 참가자들이 생명살림굿을 진행하고있다. ⓒ헤드라인제주

무대가 시작된지 얼마지나지않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각자의 자세를 취하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모습, 자신의 무릎팍에 턱을 괴고있는 모습, 사람들 틈에 채 끼어들지 못하고 변두리에 서서 구경하고 있는 모습들이 모여 마치 하나의 근사한 배경을 만들어주는 듯 했다.그들 너머로 언뜻 보이는 칠흑같은 산지천도 분위기 조성에 한 몫했다.

기대보다 많이 모인 관객들에 배우들이 힘을 입은듯 열연을 펼쳤다. 그들은 곧 우리네 어머니이자 친구, 지인이 됐다. 악역까지도 꼭 있음직한 사람으로 표현해 그저 밉지만은 않은 느낌을 자아냈다.

3평 남짓한 무대는 이미 경찰서였고, 시위현장이었고, 보금자리였다. 이따금씩 빼곡히 들어선 관객들은 눈앞에 다가오는 배우들의 손짓과 눈빛에 흠칫하곤 했지만, 배우들은 자신의 상황에 몰입한 듯 아랑곳 않고 연기를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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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11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가 탐라문화광장에서 펼쳐졌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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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11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가 탐라문화광장에서 펼쳐졌다. ⓒ헤드라인제주

관객들은 배꼽이 빠지도록 웃다가도, 금새 눈 시울이 붉어져 숨죽이고 그들에게 빠져들곤 했다.

특히, 할머니들이 꼬부랑 허리를 쥐고 힘껏 시위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등장인물이라도 된 듯 굳게진 주먹을 하늘로 절도있게 내지르기도 하고, 가슴 언저리부터 느껴지는 벅참을 감싸안고 자그마한 감탄을 내뱉기도 했다.

연극이 비로소 끝이 났을 때는 현실로 돌아오는 몇 초간의 정적후 그야말로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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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11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가 탐라문화광장에서 펼쳐졌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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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11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가 탐라문화광장에서 펼쳐졌다. ⓒ헤드라인제주

이 날 작품내 등장인물인 이장님을 열연했던 김호준 배우는 "4.3평화인권마당극제가 처음 개최된 그해부터 지금것 참여하고 있다"며 "탐라문화광장에서는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관객들이 집중도 잘 해주시고 호응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놀이패 한라산 우승혁 배우는 "준비를 많이 해온 만큼 관객분들도 많이 찾아주시고 분위기도 좋아 기쁘다"며 "마당극제가 개최되는 3일 내내 이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11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는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단법인 제주민예총, 사단법인 한국민족극운동협회, 에서 후원하며,오는 27일까지 이어진다.

26일에는 아버지를 찾아 일본으로 넘어온 소녀의 분투기를 담은 '그녀의 눈길 너머에'가 오후 4시30분 실내공연장에서 일본 극단 달오름의 연기로 선보여진다. 이어 오후 6시에는 제주연기자 여상익씨가 1인 광대굿 '집'을 공연장 일대에서 연기한다.

또, 오후 7시에는 서울 연기자 이석규씨가 무속인 어머니와 머슴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구두수선공의 이야기 '무당어미 머슴아비'를 공연장 일대에서 연기하며, 오후 7시30분에는 제주 마임이스트 이경식씨가 마술과 마임으로 이뤄진 '행복한 매직&마임쇼'를 공연장 일대에서 진행한다.

이어 오후8시에는 초청공연으로 대전 마당극단 좋다의 역사체험 마당극 '만해가 없다'가 야외무대에서 공연된다.

27일에는 '간난이'가 오후 4시30분 실내극장에서 펼쳐진다. '간난이'는 어느 산골마을의 늙은 엄마와 늙은 암소 간난이의 우정을 보여주는 작품이으로, 대구 극단 함께사는 세상이 연기한다.

오후 6시에는 공연장 일대에서 아코디아네뜨가 선보여진다. 대전 창작집단 쟁이가 연기하는 이 공연은 인형오브제 '마리오 소네트'와 우리나라 전통 사자춤으로 구성된다.

이어 오후 7시 10분에는 고성문둥북춤이 공연장 일대에서 진행된다. 고성문둥북춤에서는 제주 연기자 김수보씨가 굿거리 장단에 문둥탈을 쓰고 북춤을 한바탕 추게된다.

오후 7시 30분에는 제주 극단 두루나눔이 공연장 일대에서 봉산사자 탐출을 선보이며, 오후 8시에는 폐막공연으로 놀이패한라산의 '사월굿 꽃사월 순임이'가 야외무대에서 펼쳐진다. 사월굿 꽃사월 순임이는 4.3사건의 수난을 할망의 인생역정과 그의 굴절된 가족사를 통해 표현되는 마당극이다.

끝으로는 참가단체 및 관객이 참여한 가운데 생명평화기원굿이 진행된다. 생명평화기원 굿은 오후 9시30분 야외무대에서 생명, 평화, 인권 등 염원을 담아 펼쳐진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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