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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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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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정철현 서귀포자립생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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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현 서귀포자립생활센터 간사ⓒ헤드라인제주
우리사회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힘든 일이다. 비장애인보다 더욱 많이 노력해야 했고 참아내야 했으며, 그 모든 어려움들을 스스로 이겨내야만 했다.

내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하더라도 장애인 편의시설은 거의 전무했었다.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내가 가장 많이 듣고 살아온 단어는 “~하지 마라, ~해라” 이런 말이었다. 장애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였을 뿐이라서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것은 개인이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야할 문제로 인식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보니 그 시절 장애인들에게는 “~해라, ~하지 말라”는 말들로 비장애 중심의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 통제와 학습만 강요했던 것 같다.

이렇듯 수동적인 생활로 점철된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에게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의 의미는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였다.

장애인의 문제를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며 누구의 간섭이나 강요를 받지 아니하고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고 내가스스로 책임지는 삶이라니!

너는 몸이 불편하니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야 하고 참아 내야 된다는 식으로 희생과 성실의 강요 속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서귀포시장애인자립센터에 와서 자립의 이념을 처음으로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과 감동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 잊을 수가 없다.

문득 나는 가끔 지금의 나의 생활이 자립생활일까 하는 의문을 던져 본다. 무작정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고향을 떠나 제주도로 와서 서귀포에 자리를 잡고 직장을 얻고, 소박하지만 나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지금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단순히 독거(獨居)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아직 나는 자립이 아닌 독거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자립생활은 단순히 혼자서 잘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아가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경계를 넘어 모두가 서로 상부상조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립생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은 결국 사회적 테두리 내에서 공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또한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하여 온전히 선택하고 결정하는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여전히 내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은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이가 인정을 받으며 함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사회이다. 서로의 자립이 아름답게 조화로운 사회가 실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정철현 서귀포자립생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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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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