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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이래도 됩니까?"...3년만의 '무죄판결', 왜 침묵?

[취재수첩] 사회복지시설 원장의 횡령사건 진실
여론심판...'침묵'..."이제라도 진실 알려달라"

윤철수.홍창빈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7.08.18 14:27:00     

"일방적으로 여론심판을 할 때는 언제이고, 무죄판결을 받은 지금은 왜 조용히 있는 겁니까? 언론이 이래도 됩니까?"

제주시 서부지역에 위치한 모 아동복지시설에 주기적으로 자원봉사를 나가고 있다는 직장인 A씨는 18일 <헤드라인제주>에 전화를 걸어와 이 사회복지시설의 원장에 관한 얘기를 전하면서 언론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경찰에 의해 사건수사가 착수될 때에는 해당 원장을 마치 파렴치범으로 확신하듯 독하게 글을 써대며 여론심판을 주도하다가, 법원의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 최종심의 각 판결 결과에 대해서는 왜 보도된 기사가 단 한줄도 없느냐는 항변이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당사자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또 진실을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늦었지만 진실을 알리는 후속보도를 요청했다.

독자의 항의성 제보를 받은 후,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2013년 10월 당시 제주지역 언론에 보도됐던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기초생활수급 아동 생계비 가로챈 원장 검거', '복지시설 아동 기초생활수급 빼돌린 원장 검거', '기초수급 보호 아동 지원금 횡령 원장 입건', '경찰, 기초생계비 가로챈 사회복지시설원장 조사' 등.

쏟아진 기사 대부분은 제주경찰의 수사결과 브리핑 자료에서 제시된 혐의사실을 그대로 보도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한 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있었지만 혐의를 받고 있는 원장의 반론권 보장 차원의 코멘트도 없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기초수급대상 아이들을 위해 지급된 생계급여 등을 자신의 대출금 이자 등을 갚은데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사회복지시설 원장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동들에게 매달 지급되는 기초수급 급여를 월 최대 70만원씩 7년간 총 3400만원을 자신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이체시키는 방법으로 해 마이너스 계좌 대출이자를 갚는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만 놓고 보면, 어려운 아동들이 받아야 할 기초생활수급 지원금(생계, 주거, 교육 등)을 가로챘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이 판결이 어떻게 나왔는지 아는 시민은 거의 없다. 언론의 보도가 경찰수사 결과 발표, 딱 그 시점에서 멈춰섰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H원장(71)에 대한 1심 선고는 2015년 4월16일, 항소심 선고는 2016년 2월18일, 그리고 대법원 최종 확정 판결은 2016년 6월9일 이뤄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심은 '선고유예', 2심 '무죄', 3심 '무죄 확정'(검찰 상고 기각)이다.

판시 주요 내용을 보면 1심 법원은 "피고인은 아동들의 계좌에서 자신의 대출계좌(마이너스 계좌)로 입금받은 기초수급급여를 입급받은 돈을 자신의 대출금 이자 및 원리금을 변제하는데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면서 이 부분은 유죄로 판단했다.

원생 개인별 법정 최저생계비보다 적은 입소비용을 수납받고 있었고, 마이너스 통장에 자신의 사재(私財) 상당액을 입금했고, 사건이 발생한 대부분 기간 중 이 계좌가 마이너스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사적인 대출금의 이자 지급에 임의사용한 것은 유죄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해당 사회복지시설에 교회 헌금 등 사재 상당액을 투입해 의지할데 없는 아동들을 보육해 온 점 등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1심의 '선고유예' 판결로 H원장에 대한 혐의는 사실상 풀렸다고 할 수 있다.

선고유예는 범죄의 정도가 지극히 경미하거나 정상참작의 정도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나오는 가장 가벼운 것이다.

그러나 H원장은 이 선고유예 판결에도 불복해 항소를 했다.

1심 판결의 '유죄' 판단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생들로부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계좌가 마이너스 통장이다 보니 잔고부족으로 마이너스 상태가 되면 대출이자가 발생되고 다음에 입금되는 대출이자가 변제되는 그런 구조였는데, 1심 법원은 이를 참작하지 않고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측은 항소이유에서 시설 운영비계좌인 마이너스 통장은 아동들의 기초생활급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재, 외부 후원금 등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대출계좌 잔액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이자가 인출되더라도 그 한도 내에서는 새로운 대출이 실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아동들의 대출 이자가 지급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H원장이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었던 이유는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에 가끔씩 운영비가 부족한 경우 일시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지, 개인적인 지출 목적이 아니었다면서, 부족한 운영비를 채우기 위해 H원장이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금을 마이너스 통장에 넣은 점 등을 이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횡령의 고의가 전혀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기 어려움에도 원심판결에서는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H원장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해당 사회복지시설을 직접 찾아가서 현장검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심에서는 결국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H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H원장과 변호인측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2016년 6월9일,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로 H원장의 무죄는 확정됐다.

최초 언론보도 3년여만에 누명이 벗겨진 것이다.

이번에 '뒤늦은 판결 기사' 보도 필요성을 제기한 A씨는 "3년만에 누명은 벗겨졌지만, 정말 훌륭하신 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린 것"이라며 "7년 넘게 그 곳을 찾아 자원봉사자를 하고 있는데, 그 사건 언론보도가 있은 후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언론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보도해 이제 칠순이 넘은 원장의 명예가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H원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변론을 맡았던 성정훈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제주로펌은 회사 블로그에 올린 '3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된...'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사회복지활동을 펴는 H원장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전하면서, 언론 보도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사실 저도 이 사건을 맡으면서 000님이 선고유예판결에 불복해서 항소하신 이유를 선뜻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유죄판결 중에는 가장 경미한 것인데 굳이 항소를 하셨을까. 하지만 그 분의 말씀을 듣고 사건을 계속 들여다볼 수록 그 분이 참 훌륭한 분이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처음에는 마치 유죄라도 선고된 것처럼 사건내용이 대대적으로 신문에 보도되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헤드라인제주>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http://www.headlinejeju.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철수.홍창빈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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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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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2017-08-23 10:31:37    
헤드라인 제주.. 멋있고. 의리있네!!!
1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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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7-08-22 08:55:54    
응원합니다. 어려운환경속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사회복지사,원장님들이 몇몇 잘못된 사람들때문에 억울하게 대우받는 경우도 많죠...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그렇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은...정말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있는데 말이죠
6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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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2017-08-21 09:19:39    
다른 언론은 모르쇠라도
그래도 '헤드라인 제주'에서는 올려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언론은 진실을 바르게 보도하는게 사명이자 책무아닌가요?
요새 좀 더 자극적인 태마로만 센세이션을 올리는 것 보다는 신선하고 진실한 팩트를 신뢰하도록 올려 주시면 감사드릴께요!!
10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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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소리 2017-08-21 09:13:06    
칭찬받아도 모자랄 분에게 횡령이란 누명으로 얼마나 맘고생 심하셨나요!
원장님 힘내세요, 응원할께요~~
그리고 보도했던 언론에서는 있는 그대로 혐의믄 무었이었고, 최종 판결은 무어라고 보도함이 언론의 양심이자 사명이고...바르게 보도하는 것입니다.
또한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해야합니다~~
10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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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소리 2017-08-20 06:48:13    
그당시 보도한 언론에 대하여 명예훠손등으로 책임을 묻는방안을 검토하고 수사한경찰검찰에대하여는 직권남용등법리를오해한데 대한책음을 물어서 징계하는등 민사책임을 지워야합니다
1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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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스 2017-08-19 08:44:13    
무책임한 언론인들...
자극적인 기사만 쓴다.
그래야 읽으니까....
누구를 탓하라.
2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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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몽생이 2017-08-18 21:31:03    
그 동안 마음고생이 크셨겠네요~~
적잖이 재정적 어려움도 뒤따랐을거고요 ㅠㅠ
다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지요?
힘내십시요~~^^
2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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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보도 2017-08-18 19:05:42    
좋은 기사입니다. 뒤늦게나마 진실을 알리는 용기있는 보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원장님 힘내시고 존경합니다
59.***.***.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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