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함성 울려퍼진 제주생명평화대행진 5박6일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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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함성 울려퍼진 제주생명평화대행진 5박6일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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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이야기]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 소감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저지 전국대책회의가 주최한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지난 31일부터 8월5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열렸다.

생명평화대행진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 참사 유가족,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세월호 유가족,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부당한 권력에 맞서고 있는 많은 분들이 연대해 오고 있다.

강정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2012년부터 매년 달려와 준 쌍차 김득중 지부장에서부터, 이제 1년 째 국가폭력에 맞닥뜨린 성주 주민들, 그리고 생명평화대행진을 ‘세상 속으로’ 향하는 길로 삼은 참가자들의 소감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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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헤드라인제주

◆ '6년째 함께해 온 걸음, 쌍차'

"6년째 참가중이다. 매년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해서 왔는데, 올해는 안타깝게도 준비를 못했다. 작년 문화제에서 함께 노래하고 율동했던 대부분의 동지들이 현장으로 복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130명의 노동자가 남아 있다.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우리는 대행진 마치고 올라가면 복직이행에 대한 투쟁을 다시 할 것이다. 강정도 국책사업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구상권이 엄청나게 청구되고 있는데 쌍차도 마찬가지이다.

2009년도 손해배상이 청구되어있는 상황이어서 강정과도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용산과 쌍차 밀양이 함께 이곳 강정에서 10년이 넘게 행했던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 마음을 모으고 있다. 생명평화대행진이 끝나더라도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처벌 그리고 구상권을 철회하는 싸움에 함께 마음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 덧붙여, 서울에서 비정규직 그리고 해고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이 만들어지고 있다. 8월 19일 준공식이 있으니 함께 해주시고 가는 길에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 있는 카페 차차에도 들러주시면 고맙겠다.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다."

◆ '사드 배치 반대! 1년의 싸움, 성주'

"우리는 사드 배치 반대싸움을 1년간 하고 있는 성주 주민들이다. 투쟁을 하면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몸짓패를 만들었다. 우리가 특별한 연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전야제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 모두 직장인이라서 휴가를 내어 왔기 때문에 전 일정 참가는 못하지만 며칠간 함께 걸을 예정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 우리의 요구사항이 있었다. 사드가 들어오는 과정이 모두 불법이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배치된 사드 2기를 조속히 철수할 것, 배치 과정에서 주민들이 미군으로부터 희롱당한 것에 대해 한미사령관이 대국민사과를 할 것, 불법반입에 대한 책임자 처벌, 그 후 정말 입지가 타당한지 조사 할 것. 새로 시작하는 정권이 외교관계라든가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용인하겠다, 그 이후에 다시 사드 배치를 원점재검토 하자고 했는데 그런 요구가 하나도 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배치를 전쟁 선포하듯이 발표해 버렸다. 박근혜 정권과 다를 것이 없다. 성주 주민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사드는 무조건 막을 것이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 막지 못한다고 해도 앞으로 강정처럼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성주투쟁위원회 손소희 조직팀장)

◆ '다양한 국적의 단골 참가자, 국제 평화활동가들'

올해도 다양한 국제참가자들이 대행진에 함께 했다. 올해는 일본과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미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함께 평화의 길을 걸었다. 2016년부터 강정에서 살고 있는 미국 국적의 활동가 카레가 이들의 통역과 안내를 도왔다. 올해부터 강정에 살고 있는 미국 국적의 메밀과 일본어에 능통한 강정살이 6년째 동석 및 강정국제팀에서도 함께했다. 국제참가자들은 2회째 이상 참가하는 이들도 많았다. 성주에 방문했다가 대행진에 합류한 미국의 윌 그리핀은 올해가 대행진 두 번째 참가다.

홍콩에서 온 수키와 대만에서 온 엘라는 올 봄 4.3평화기행에 참여했다가 이번에 다시 강정을 찾았다. 엘라는 군사주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한국에 몇 년째 살고 있는 우노는 인도네시아 국적으로 강정에는 몇 년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무려 11명이 함께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관련 활동을 하고 있거나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5박 6일을 함께 걸으며 각자의 나라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평화운동을 하고 있는지 서로 경험을 나누었다. 제주 섬의 평화는 국제평화와도 직결되는 문제임을 이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란다. 일본 도쿄에서 온 유이치 씨의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도 국제연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유이치 씨는 도쿄에서 오키나와 다카에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 '윤타쿠 다카에'의 오거나이저 중 한 명이다. 다카에는 오키나와 북부의 아열대 원시림이 남아있는 생태의 보고이지만 미군 헬기훈련장 공사로 10년째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이치 씨는 몇 해 전, 도쿄에 살고 있는 한국인 친구에게서 강정마을의 일을 들었다. 그가 활동 중인 다카에의 상황과 무척 닮아서 놀랐고 줄곧 강정에 와보고 싶었다. 그러다 작년 2016년 대행진 때 처음 강정에 오게 되었다. 밝은 기운과 춤과 노래가 함께 하는 대행진의 경험은 무척 즐거웠다. 무엇보다 밥도 맛있고 아이스크림도 나와서 더욱 좋았다며 웃는다. 그리고 새로운 동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도 기꺼이 함께했다.

그는 요즘 특히 힘들고 지친다고 했다. 오키나와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너무 힘들고 좋은 뉴스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카에는 산림이 훼손되며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런 중에 오키나와가 아닌 곳에서, 비슷한 환경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많은 것을 배우며 마음이 편해졌다. 힘을 얻어서 다시 오키나와에서, 도쿄에서 활동을 할 기운이 생겼다. 가능하다면 강정을 알리는 활동도 도쿄에서 해 보고 싶다. 그는 딱딱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명평화대행진 같이 밝은 기운으로 앞으로도 도쿄에서 다카에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강정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작년 대행진을 마치고 알뜨르 비행장 등에 가서 일본군의 만행을 현실적으로 느끼고 알게 된 그는, 자신의 나라가 한 행위에 대해 무척 죄송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고 거듭 되뇌었다. 일본에서 온 자신을 받아들여주어 고맙고 같은 문제로 싸우고 있는 동지로서 앞으로도 함께 싸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유이치 씨. 내년 대행진에서 다시 만나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출 그 날을 기대해본다.

단 이틀밖에 함께 하지 못하지만 저 멀리 레바논에서 일부러 제주 섬까지 날아온 친구도 있다. 단 며칠이라도 대행진에 참여하러 멀리 걸음해 준 리나(레바논)에게 이유를 들어보았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지지하고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서 왔다. 그리고 대행진에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열기를 느끼는 것은 정말 멋지다!"

◆'장애-비장애 구분없이 어우러지는 것이 평화', 애지람

'사랑이 모이는 그릇'이라는 뜻인 '애지람'에서 올해 처음 대행진에 참여했다. 애지람은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에 있는 발달장애인 사회복지시설로 원장을 포함, 지적장애인 6명, 사회복지사 7명 총14명이 제주 평화를 위해 함께 걸었다. 애지람은 '사회 속으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강릉시내에 월세집 2채를 얻어서 지적장애인 7명이 사회 속에서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모두 취업해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2016년도 보건복지부 전국시설평가에서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최상위 평가를 받아 인센티브를 받고 제주도에 오게 되었다 한다. 소감을 밝힌 사회복지사는 "장애 그리고 비장애 이런 걸 구분짓지 않고 함께 어울러 가는 이런 사회가 평화 아닐까요?"라면서 "강정에 평화, 제주에 평화, 애지람도 함께하겠다"고 인사했다.

다음은 엄상용 알로이시오 원장수사의 소감.

"지난 5월에 오키나와에 다녀오면서 오키나와 섬의 20프로가 미군기지고 주일미군의 70프로가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주 충격을 받았던 것은 오키나와 중심가에 후텐마 미군기지와 카데나 미공군기지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고 헤노코 기지, 세계유일의 해병대 훈련장이 지금 건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도 파괴되고 공동체도 파괴되고 있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제주도가 연상되었다. 아, 강정이 그렇구나! 어떤 절박감을 느꼈고,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문제에도 눈을 떠야한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오게 되었다. 미국, 중국, 일본 이런 외세를 넘고 분단을 넘고 우리 민족의 생존권과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강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 한반도의 평화, 동북아의 평화, 세계평화를 이루는데 바로 여러분들 각자가 초석이 되고 있다는 이 엄청나고 위대한 사실을 다시 알려드리면서 감사인사를 대신한다."

◆ 전 일정 함께 한 제주시민 이승준 씨

제주시민들은 보통 하루 참가를 많이 하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휴가를 100% 반납하고 5박 6일을 꼬박 함께한 이승준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올해로 4차례 대행진에 함께했다. 사실 이전에는 사회에 크게 관심이 없고 내 앞가림이나 하면서 지내왔던 것 같다. 한 5년쯤 전인가 우연찮게 강정마을에 왔었다. 당시 한창 강정에서 투쟁이 치열할 때였는데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 천막에서 매일 진행되는 천주교 미사현장을 보고 두 가지로 깜짝 놀랐다. 한쪽에는 수많은 경찰병력이 있었고 거리에서 예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날이 마침 약속했던 사항들이 늘 그렇듯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날인 것 같다. 그것에 대해 신부님이 격하게 노하고 계셨고 그에 대한 변변한 변명 없이 오히려 경찰병력이 사람들을 고착하고 있었다. '어? 이게 내가 알고 있던 대한민국이 맞는가' 하면서 분노하고 있는데 또 깜짝 놀란 것이 그 와중에 사람들이 모여서 춤추며 노래하고 있었다. 또 다른 충격이었다. 그러니까 두 방을 한 번에 맞은 느낌이랄까. 아 이게 이들이 평화를 표현하는 방식이구나. 눈으로 확인했던 평화가 파괴되는 모습과, 그 평화를 평화로 지키고 이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동시에 보면서, 내가 내 앞만 보고 살면 안 되겠구나 하고 느꼈다. 그걸 계기로 이렇게 혼자지만 대행진에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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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헤드라인제주
◆'동진과 서진의 만남', 각 행진단장 인사말

대행진 마지막 날, 탑동 문화제에서는 늘 동진과 서진의 행진단장이 깃발을 교환하는 깃발교환식이 있다. 행진의 맨 앞에서 가장 무겁고 가장 큰 깃발을 받쳐 들고 든든하게 걸어준 행진단장들의 인사를 나눈다.

동진 행진단장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의 인사말.

"지금 여러분들이 외치는 함성소리의 열기로 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 강정에서 처음에 해군기지 반대 투쟁할 때 강정주민들이 외치던 구호가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우리는 하면 된다!그리고 우리는 해냈다!' 여러분들이 해낸 것이다. 여러분들이 동진 서진으로 나눠서 제주시까지 올라오는 동안 제주도는 평화의 열기로 가득 찼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손에 손을 잡고 뚜벅뚜벅 걸어갈 때 이 평화의 열기는 제주도, 한반도만이 아닌 온 누리에 퍼질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 바로 여러분들이 평화의 주역이다."

서진 행진단장 홍기룡(범도민대책위) 인사말.

"우리는 길이 없어도 걸음을 걸을 수 있다. 왜냐면 우리가 곧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곧 평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이 없어도 우리는 언제나 걸을 수 있다. 당당하게. 우리가 흘린 땀이 흘러넘쳐서 강이 될 것이다. 그 강은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틔울 것이다. 왜냐면 우리가 평화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흘리는 땀은 평화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땅을 적셔낼 것이다. 우리 내년에도 다시 한번 더 땀을 흘려서 이 땅, 이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가자!" <인터뷰, 발언 정리=영인>

* '강정이야기'는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소식지 '강정이야기' 발행위원원회와의 협의 하에 기획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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