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들이 20일 대학이 과거로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학의 회복'을 요구하는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산실인 대학은 점점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대학이 기술기능을 생산하고, 최적화된 직무능력을 갖춘 인력을 산출해내는 데만 집중하면서 학문적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늘의 대학 붕괴는 내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면서 "특별한 역량을 가진 지식인을 길러내는 학문적 공동체를 나태하고, 권위적이며, 비양심적이라고 '가정'하는 이들과 그에 동조하는 사이비들이 대학을 붕괴시킨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연구역량 강화라는 이름으로 연구자를, ‘교육지표 개선’이라는 명분하에 교육자를 획일적으로 평가하고, 효율화하겠다는 위험한 논리로 대학은 무너져간다"면서 "관리는 ‘질(質)’을 내세우지만, 정작 평가는 ‘양(量)’에 집착하는 모순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계량화된 평가는 교육의 밑동부터 잘라내고 있다"면서 "깊은 통찰과 치열한 고민, 폭넓은 배려는 즉각적인 반응과 안일한 대책, 속 좁은 편견 보다 비효율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힐책했다.
이들은 "거짓과 계략에 의해 닫아걸게 된 연구실의 문을 열고 '대학의 회복'을 요구한다"면서 3가지 입장을 밝혔다.
우선 정부와 교육당국은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환경의 변화를 구실로 한 일체의 대학 구조조정과 고등교육 재정지원 등의 관련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현장인 대학의 소리에 귀 기울여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또 "대학은 정부와 교육당국의 구조개혁 평가 및 대학재정 지원사업 등을 핑계로 추진 및 시행 중인 일체의 비민주적이고 부도덕한 성과지표 개선 방안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정체성과 품위를 당당히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대학구성원은 그동안 정부와 교육당국, 대학본부에 의해 강제된 일체의 비정상적 평가와 관리 및 결과에 따른 처우에 반대한다"면서 "아울러 이러한 퇴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학문공동체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했다.
이번 '대학의 회복을 바라는 인문대학 교수' 성명에는 김동윤, 김석준, 김치완, 김희열, 문혜경, 배영환, 서영표, 신우봉, 양용준, 양정필, 유철인, 장인수, 장창은, 전영준, 정창원, 조성식, 조성윤, 최 현, 허남춘 교수가 참여했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