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주차장 1면 조성에 '1억원', 누가 분담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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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주차장 1면 조성에 '1억원', 누가 분담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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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상의 교통민원 소고] (6) 선진국 사례에서 본 원인자 부담정책

“주차할 공간은 마련해 주지 않으면서 무작정식의 단속만 하는 정책이 과연 옳은가?”라며 불법 주정차에 단속돼 항의하는 민원이 하루에도 수 십 건에 달하는 가운데 “맹목적으로 주차장에 쏟아 붓고, 단속인력에 쏟아 붓는 예산이 다 우리 도민들 세금인데, 쏟아 부을 게 아니라 강력한 규제정책으로 헤쳐 나가야 할 게 아닌가?”라는 민원을 받았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줄 주차면을 허용할 때, 서로 자기내 상가 앞으로 지정해 달라 아우성이고, 똑같은 시각, 보행로를 점용한 불법 주정차 때문에 보행권을 돌려달라며 강력한 주차단속을 요구하는 민원과 주차공간도 없는데 무작정식의 단속이라는 항의민원이 반반으로 나뉜다.

침묵은 말이 없고 당장의 목소리만 정책에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그 분의 따끔한 충고와 질책을 받으면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 도내에 한 분이라도 있어서 고맙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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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행로를 점용한 서울 동대문구 이면도로 현장(건축경계선인 사유지와 인도를 절반씩 점용하여 보행자 통행은 물론, 과태료 부과의 법적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는 사례)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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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행로를 점용한 서귀포시 동홍동 현장 ⓒ헤드라인제주
제주도는 날로 증가하는 차량에 대비하여 주차장 환경 조성사업에 700억 원을 쏟아 붓고 있다. 앞으로 시행될 대중교통 체계개편으로 발생되는 적자보전은 눈덩이가 예상된다. 내가 주차한 공영주차장 1면이 1억원이란 돈이 투자되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좁은 섬에 공원도 만들어야 하고, 보존해야할 자연유산도 있고, 사람이 거주해야 할 공간도 만들어야 하는데, 하루 자고 나면 80대씩이나 늘어나는 차량대수만큼 언제까지 쏟아 부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주차장 조성사업에 쏟아 붓는 예산이 당장 내가 부담하는 돈이 아닌, 간접세 성격이라서 도민 저항이 적지만, 필자는 도민 저항이 있더라도 원인자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씌워야 한다고 본다. 즉, 현재 차량을 등록할 때마다 취득세와 더불어 보유세 개념인 자동차세를 부과하고는 있지만, 자동차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부담이 만만찮은 만큼 원인자에게 충당이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가령, 자동차가 없는 사람이 공동주택 분양을 받으면서 막대한 주차장조성원가가 포함된 분양가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부담해야 하고, 1대 있는 집이나, 5대 있는 집이나 아파트 공영주차장과 도로를 먼저 점용하는 사람이 임자가 되고 결국 여기에 쏟아 붓는 예산마저 똑같이 부담하는 시스템은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하고 싶다.

그 하나로 극심한 교통체증과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도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 혼잡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본다.

세계에서도 혼잡통행료 징수 시스템을 가장 잘 운영하고 있는 런던의 경우 도로에 설치된 카메라 번호판 인식 기술(Automatic Number Plate Recognition, ANPR)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를 캡처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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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시내의 혼잡료 통행 시점과 끝 지점(인터넷 카페에서 퍼온 그림) ⓒ헤드라인제주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서울에서 발표한 ‘서울시 장기교통 종합비전’에 이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보행자 중심의 보행 친화도시를 선언한 적이 있다.

이러한 정책은 직접세의 성격으로 당장 도민의 저항이 거셀 것이다. 혹자는 생계형이 불가피한 자동차, 사회적 약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의 우려를 하겠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조세정책, 규제정책의 예외는 잘 발달되어 있으니 차치해 두면서 기술하지 않는 것뿐이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정책에 동조하는 대다수의 경우에도, 예를 들어 차량 요일제에 참여하는 차량은 감면정책 등으로 구제를 해주면서 이 제도의 목적이 하루빨리 달성될 수 있도록 하나의 수단과 방편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본다.

한편, 원인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담보하는 방법 외에도 규제정책이 있다. 부족한 도로의 문제, 주차장의 문제, 보행권의 문제, 안전사고의 문제 등등 그 유발원인이 자동차에 있으므로 자동차의 등록제한과 같은 ‘규제 정책’을 펼치는 방법도 있다. 뒤늦게 제주도가 시행하고 있는 ‘차고지 증명제’도 이와 같은 맥락이며, 넓게는 강력한 주차단속도 규제정책으로 분류될 수 있겠다.

1면당 1억원이나 투자된 공영주차장을 지었음에도 주변의 공짜도로에 주차되고, 공영주차장이 텅텅 빈다면, 강력한 주차단속으로 공짜차량을 유료주차장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우리는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을 배척하면서도 비교도 많이 하게 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훌륭하게 조성된 일본의 주차문화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새마을운동이 한참이던 60년대, 일찍이 일본은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 골목을 연상케 하는 이면 주택가에서도 누구 하나 자동차를 도로에 세우려는 인식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자기 집 앞 도로, 내 상가 앞 도로는 온갖 모양의 적치물로서 마치 나의 소유물인양 이기심으로 지내온 반면, 내가 불편하면 남도 불편하니 나부터 변해야 서로 편하다는 약속문화에 익숙한 일본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집을 지을 때 우리나라는 담장을 쌓고 드넓은 정원을 갖추는 그림 같은 집을 설계하지만, 일본은 먼저 차고지부터 구상한다.

매일 거리를 달리고 사람을 태우고 다니면서 편리함을 추구해 주던 ‘자동차’란 물건도 사실 움직일 때보다 주차되어 있을 때가 월등히 많다. 결국 그 물건을 세워둘 주차의 문제는 자동차가 생겨날 때부터 정책으로, 시민 의식개혁으로 일본은 이어왔지 않나 싶다.

또한 일본의 강력한 규제정책도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든 공용도로는 예외 없이 무인 유료주차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아파트와 같은 공용주택도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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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제주도)와 일본의 주정차정책 비교 ⓒ헤드라인제주

사설 주차장 사업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매출 3조원을 호가하면서 인기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는 불법 주정차 과태료 20만원, 누적벌점 적용 시 면허정지와 같은 강력한 주차단속 정책도 펼치고 있다. 도쿄에는 주차단속 운영을 민영회사가 맡으면서 눈치 없는 강력한 단속도 눈여겨볼만 하다.

한편 지방정부는 지역 주민들간, 건축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주차 빌딩, 공원이나 도로를 이용한 입체 주차장의 사례를 널리 발굴하여 지역경제와 접목한다거나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변모하려는 정책개발이 꾸준히 요구된다. 개인이 소유한 주택, 상가 택지의 자투리땅을 활용한 공용주차장의 해결정책도 성공한 사례 중의 하나이다.

결국, 자동차로 인한 주차문제, 교통사고의 문제, 보행권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라는 데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만큼 그에 대한 해답은 강력한 규제정책으로 펼쳐야 할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식 개혁으로 우리 스스로 풀어야 할지는 극명해진다.

다음 호에는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국민신문고나 웹을 통해 불법주정차 현장을 신고하는 ‘국민 누구나 주차단속원’을 게재하여 공유해 보고자 한다.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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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헤드라인제주
강문상 필자는...

강문상 필자는 현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공직업무는 서귀포시 주차지도담당 직책을 맡고 있다. 이 글은 필자가 공직 현장에서 주정차 업무 등 교통민원을 접하면서 느끼는 소회로, 주정차 문제 등에 대하여 앞으로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제주도의 주정차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의 저서로는 <그 섬은 말모래기>(2008. 남도), <공무원의 혼>(2013. 남도), <기가 막히게 좋은 인생(공저, 2009. 엠아이지), <이렇게 좋은 날도 있어야지 Ⅰ·Ⅱ>(공저, 2010~20113. 엠아이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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