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회동'이 최고의결기구?...선거구 여론조사 합의, 왜?
상태바
'3자 회동'이 최고의결기구?...선거구 여론조사 합의, 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3자회동' 합의와 절차적 민주성 훼손
'교육의원 폐지-비례대표 축소' 결론 유도목적?
1.jpg

1.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도 지역구의 강창일.오영훈 국회의원이 12일 '3자 회동'을 갖고 합의한 선거구획정 방안 여론조사 재실시 방침은 기존 민의수렴 논의구조를 뒤엎는 심각한 절차적 민주성 훼손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진행됐던 내용적 흐름과, 이번 '3자 회동'의 전격적 합의사항만 보더라도 그 이유는 확연히 드러난다.

합의한 내용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적용할 제주특별자치도의원 선거구 획정 문제 관련 의원정수 조정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금명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합의안에 따라, 종전에 제시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권고안'은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3자 회동'에서 결정된 내용은 금명간 바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달 25일쯤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받아들여 의원입법 발의로 11월까지 제주특별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도의원 정수를 현재 41명에서 43명으로 늘리는 안 △정수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신 교육의원을 폐지하는 안 △정수를 현행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방안 등 3가지를 놓고 이뤄진다.

조사방법과 관련해서는 △전화면접이 아닌 대면면접조사로, △1개 여론기관이 아닌 2개 여론기관에서 동시에 실시하고, △주요 질문 문항 순서는 여론조사기관별로 달리해 조사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표본은 여론조사 기관당 1000명씩 총 2000명이다.

거두절미하고 지역 국회의원이 주도가 되어 의원입법으로 11월까지 법률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이날 3자 회동의 합의사항은 그동안 진행돼 온 선거구 획정 관련 논의 결과를 일순간에 무위로 만들어버리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민의수렴 및 의사결정의 절차적 순리 측면에서도 맞지 않고, 왜 여론조사를 재실시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명분과 논리도 약하기 때문이다.

2.

첫째, 지역 국회의원이 주도가 되어 결정한 여론조사 재실시 방침은 기존에 운영되어온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절차적 민주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에 다름없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선거구획정위는 도의회.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에서 추천한 10명과 선관위 추천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획정위는 △의원정수 증원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현행 100분의 20 이상에서 100분의 10 수준으로 줄이는 안 △교육의원 제도 폐지 등 3개안을 놓고 공청회 및 도민 여론조사 등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이 결과 올해 2월23일 의원정수를 현행 41명에서 43명으로 2명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 권고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처럼 획정위의 권고안은 일찌감치 '의원정수 증원'으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그런데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은 그로부터 4개월이 훨씬 넘은 시점에서야 이 문제에 대한 논의에 나서며, 급기야 이번 3자회동을 통해 여론조사 재실시를 결정했다.

공식적 논의기구였던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은 깡그리 무시된 채, 여론조사 재실시를 통해 '원샷 결정'을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기존 획정위에 참여했던 11명의 위원들 또한 모양새가 적지 않게 구겨지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식적 논의기구였던 선거구획정위 보다도, '3자 회동'이 제주도의 최고 실세 권력 내지 의결기구인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3.

둘째,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해 의원정수 조정방안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목적 또한 매우 의심스럽다.

3자 회동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번 여론조사의 목적은 '도민의 여론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도민의 여론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성을 부여하면서도, 여론조사의 방법에서는 종전보다 '자세히 확인하기 위한' 방법적 차별성이 크게 엿보이지 않는다.

종전 획정위에서 실시한 조사는 여러 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우선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제주도민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이와는 별개로 주민자치위원, 이.통장 등 17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당사자인 제주도의원 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그리고 교육의원 존폐 문제와 관련해 이해관계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초.중.고 교장 19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별개로 진행됐다.

즉, 종전 획정위 여론조사는 도민 전체 여론조사 뿐만 아니라 오피니언리더 격의 계층, 도의원이나 학교 교장 등 이해관계인 내지 당사자 대상 조사까지 병행해 진행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번 3자 회동의 여론조사는 2개 여론조사기관에서 표본 각 1000명씩 총 2000명을 대상으로 해 대면조사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방법론에 있어서는 기존 방법과 이번 3자회동 제안 방법 간에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문제는 어느 방법이 나은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데 있다.

3자 회동에서는 마치 '대면 조사'가 기존 전화조사 보다 월등히 나은 방법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으나, 대면조사는 표본선정 방법의 객관성 내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 설령 대면 조사의 방법이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는 어떤 점이 도민여론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인지 설명이 어렵다.

2개 조사기관에서 1000명씩 나눠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기존 획정위가 했던 방식보다 월등히 낫다는 근거는 없다. 어쩌면 획정위에서 진행한 1개 조사기관이 1600명 표본으로 총괄적 여론조사 및 계층단위 설문조사 동시 진행방법이 나은 것일수도 있다.

확실한 '비교 우위'도 장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재실시해 '원샷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은 정확한 도민여론 파악 목적 보다는 또다른 목적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즉, 획정위에서 제시한 '의원 정수' 대안 보다는, 교육의원 폐지 내지 비례대표 축소라는 새로운 결과를 기대한 조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그것이다.

4.

셋째, 조사를 실시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 결론을 내릴 것인지 정책결정의 기준선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3자회동에서는 의원정수 증원, 교육의원 폐지, 비례대표 축소 등 3가지를 놓고 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이는 3가지 대안 중 택 1을 하라는 선호도 조사와 같은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단순 '인기도' 측정은 될 수 있을지언정 정확한 도민 여론 파악 방법으로 적절한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기존 획정위에서는 도민 여론조사 문항의 경우 의원정수 적절성에 대한 의견, 교육의원 수에 대한 의견, 비례대표 의원수에 대한 의견을 각각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 의원정수에 있어서도 '현행 유지', 교육의원도 '현행 유지', 비례대표도 '현행유지' 응답이 절대적으로 많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현행 29개 선거구 중 제6선거구(삼도1.2동, 오라동)와 제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 2개 선거구가 당장에 분구(分區)를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 때문에, '의원정수 증원'을 권고안으로 채택하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3개안에 대한 단순 선호도 결과를 갖고 채택하겠다는 것인지, 정책결정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3자 회동의 여론조사 실시결정은 여러가지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기존 공식적 논의기구인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을 전면 부정하고, 절차적 민주성을 훼손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입법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제안으로 결정했다고 하나, 절차적 민주성을 크게 훼손하는 수준에 이르게 했다는 점은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선거구획정위를 '무력화' 시킨 이번 사례는 앞으로 입법문제와 관련한 위원회 구성의 무용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를테면 '3자 회동'과 같은 최고 의결기구가 있는데, 행정체제개편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구성해 운용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회의감이다. 

여론조사 재실시라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원점에서 재논의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유에 대한 도지사의 공식적 입장이 있어야 했다. 신관홍 의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게 도민에 대한 예의이다.

이 일련의 상황에서 원 지사와 신 의장의 책임론은 대두될 수 밖에 없다. 위원회 조직을 구성해 권고안을 제시하도록 해놓고 '뒤통수'를 친 셈이다.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하기 이전에, 도정의 최고 책임자인 원 지사와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기구의 수장인 신 의장은 기존 권고안을 부정하며 '여론조사 재실시'에 합의한 이유에 대해 도민들에게 진실되게 소명해야 할 것이다. 그게 우선이다. <헤드라인제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