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뀌는 대중교통체계, 승용차 설 자리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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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뀌는 대중교통체계, 승용차 설 자리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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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상의 교통민원 소고] (5) 애물단지로 전락한 자동차

‘출근길, 신호등을 잘 지키면서 차를 몰고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주차공간이 없어 골목 어느 집 앞에 세웠다.’

이 사실은 자영업자이건, 직장인이건 누구나 일상의 반칙 중 가장 많이 하는 반칙의 하나로 이미 굳어져 버렸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사면서 셈을 한다. 1년에 보험료는 어느 정도이고, 또 취득세와 자동차세는 얼마이고, 대략 주행거리를 감안해서 유류비는 어느 정도 들 것인지를 계산한 뒤 자신의 수입을 대비해 본다. 그러나 자동차를 보유하는 내내 들어가는 주차비는 셈에 넣지 아니한다. ‘우리 집 앞 도로에, 골목에 세우면 그만’이란 인식은 이미 버젓이 자리 잡고 있어서이다. 흔히 언론에서건, 지역주민들이건 주정차문제를 행정이 다루면서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질타를 받곤 하는데, 주정차문제에 있어 공감대 형성은 너무나 힘들며, 시일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이다. 행정 내부에선 ‘공감대를 얻은 후에 하라는 것은 단속을 포기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행정의 입장에서야 원론적인 교통정책을 이야기 하겠지만, 역설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지금부터 불법 주정차에 대해서는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것은 면피용이 될 소지가 있으므로 ‘시장경제 원리에 맡기겠다,’는 것을 가상해보자.

이 부서는 민원이 워낙 많아 가장 근무하기를 꺼려하는 기피부서 1순위인데, 이 보다는 좋을 타 부서로 이동되면서 덩달아 신난 공무원은 교통부서 근무자일 것이다.

당장 거리는 인도이건 교차로이건, 어린이 보호구역이건, 노약자 보호구역이건 불법주정차로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도내에서 발생되는 교통사고는 2011년 3,459건(사망 106, 부상 3,791)에서 지난 해 4,456건(사망80, 부상 6,821)으로 29%가 증가했다. 올 해 5월까지도 벌써 1,753건(사망 34, 부상 2,519)이 발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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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을 안전한 구역으로 지켜달라면서 ‘내 아이만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등하굣길에 불법주정차를 일삼는 학부모들의 이중성, 허가 받은 주차장을 타 용도로 개조하고 도로 앞은 적치물을 세워 전용주차장이란 인식, 공용주차장을 버젓이 앞에 두고 공짜 주차만을 고집하는 의식, 혼잡 시내에 기어코 차를 가지고 가려는 이기심, 내 주변 상가만큼은 불법이든 상관없다는 이기심 등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혼란 속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태운 가운데 아무렇지 않게 불법주정차를 행하면서 아이들에겐 그러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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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를 점용한 불법 주차 현장 ⓒ헤드라인제주

불법 주정차가 우리 사회의 단면으로 급부상하면서 단속카메라를 피하려는 백태도 늘어났다.

CCTV 폴대를 중심으로 10여m가 사각지대로 변한다는 점을 악용한 주차, 가로수 나뭇가지에 가려지는 사각지대 주차, 앞뒤 차와의 간격 없는 주차를 비롯해 심지어는 트렁크를 열어 제치거나 이물질로 차량 번호판을 가린 채 주차하는 행위 등 백태양상이다.

그러나 그러한 꼼수에 맞서 단속원들도 날로 지능화될 뿐만 아니라 단속시스템도 갈수록 첨단화되어 무용지물일 뿐이며, 오히려 스마트폰에 의한 시민 신고의식으로 과태료 3~4만원 아끼려다 벌금형으로 이어질 소지가 많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식사장소를 고르면서 ‘맛 집’을 우선시하겠지만, 필자는 ‘주차장’을 우선시한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주차장이 없는 곳은 피한다.

지난 겨울의 어느 날, 야외 테라스에서 음식을 먹던 중 그 장소가 주차장을 개조한 사실에 분노를 느낀 나머지 필자는 물론이거니와 지인들에게도 발길을 끊도록 권유하고 있다. 주차민원에 하루 온종일을 소비하는 일상이 허다한데, 선택권은 필자에 있다. 그러한 불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식당이 성행한 탓에 야외 주차장까지 테이블을 벌렸으니, 그렇다면 나부터, 나의 주변부터 발길을 끊어 불법이 정상이 되도록 허덕거리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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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가 받은 건축물 주차장에 야외 영업시설 운영 현장 ⓒ헤드라인제주
언젠가 동종의 상호를 다른 곳에서 사용한다고, 그걸 허가해 줬다고 업주가 식품위생부서를 찾아와 공무원의 손가락을 부러뜨린 사고가 발생했다. 여러 사정으로 조직적인 불매운동을 벌이려던 공무원노조의 행동은 불발됐지만 공무원들 사이의 불매운동은 소리 없이 퍼져나갔다. 식당업주도 민원인으로서 ‘갑’이 되겠지만, 공무원들도 점심시간이면 곳곳에 널려있는 식당을 선택할 수 있는 ‘갑’이 된다. 세상은 공존공생의 원칙에서 살고 있는데 말이다.

자기 집 앞, 자기 업소 앞 공용도로가 마치 전유물인양 갖가지 적치물을 가져다 놓고, 더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손님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차량이나 배달 차량의 전유물로 쓴다는 사실이다. 지난 몇 십년간 공용도로를 아무렇지 않게 공짜 전유물로 사용해왔던 인식도 이번 기회에 규제책으로 맞서야 할 때이다.

현재 선진국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최첨단시스템이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지만, 문제는 낮은 준법정신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커 고스란히 주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대중교통 체계개편안을 내놓았다. 30여년 만에 개편되는 이 안의 몇 가지 특징은 1) 공영버스와 민간업계가 공동으로 운영(민영에서 준공영제로, 공영제에서 공기업으로 전환) 2)도내 전 지역을 시내버스요금 1200원 단일화(급행 제외) 3)급행노선 신설 4)급행의 제 기능을 위한 버스 우선 차선제 시행 4)동·서부 중산간 지역 주요 관광지 순환버스 신설 5)거미줄 같은 간선과 지선노선 확층에 따른 버스 증차(530대 운행에서 267대가 늘어난 797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 5월 29일, 제주도청에서 실시된 대중교통개편안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개편의 핵심은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따른다.

우선 급행버스의 경우, 아무리 길이 막혀도 제 시간에 도착해야 그게 급행버스의 기능인데, 그걸 위해 1차선을 버스우선 차로로 내주게 된다. 대도시의 경우처럼 노선에 따라 승차대가 중앙분리대에 위치할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한 대대적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다만, 제주의 경우 버스만 다닐 수 있는 전용차선 대신에 통행량을 감안하여 우선차로제로 시행되고 있으며 따라서 버스뿐만 아니라 전세버스, 승객 태운 택시 등도 1차선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렇잖아도 러시아워 시간대에는 구간 하나 통과할 때 20여 분이 걸렸지만 차선 하나를 버스에게 내주면서 승용차는 정체와 병목을 거듭할 소지가 있게 된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도 주차장을 찾아 헤매면서 이쯤되면 자가용은 그야말로 애물단지이다.

특히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대중교통일지언정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적자는 고스란히 도민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혹자는 현재의 대중교통이 적자를 만회하려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9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대중교통 이용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결국 애물단지인 자가용을 버리고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한 매년 여기에 쏟아 붓는 800억 원의 예산은 바로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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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부터 급행버스, 간선버스, 지선버스, 관광지순환버스 디자인 ⓒ헤드라인제주

이제 제주에서는 자동차가 교통의 대체수단일 뿐, 필수수단은 대중이어야 할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사실 서울에선 자동차를 휴일 나들이 수단 정도로 이용되고 있을 뿐, 그 복잡한 환승노선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한다. 그렇다면 이미 교통지옥이 돼버린 이 작은 섬에서는 대중교통으로 이 문제를 풀 수는 없을까 의문을 던져본다. 그에 대한 해답은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과 행동에서 얻어질 것이다.

다음 편에는 공용주차장 1면 조성에 ‘1억 원’이란 막대한 도민 혈세가 소요되면서 자동차가 없어도, 있어도 1대가 있는 사람이나 5대가 있는 사람이나 똑같이 분담하고 있는 간접세방식에서 원인자 부담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역설과 함께 선진국 사례를 게재하여 공유해 보고자 한다.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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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헤드라인제주
강문상 필자는...

강문상 필자는 현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공직업무는 서귀포시 주차지도담당 직책을 맡고 있다. 이 글은 필자가 공직 현장에서 주정차 업무 등 교통민원을 접하면서 느끼는 소회로, 주정차 문제 등에 대하여 앞으로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제주도의 주정차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의 저서로는 <그 섬은 말모래기>(2008. 남도), <공무원의 혼>(2013. 남도), <기가 막히게 좋은 인생(공저, 2009. 엠아이지), <이렇게 좋은 날도 있어야지 Ⅰ·Ⅱ>(공저, 2010~20113. 엠아이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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