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을 트렁크에 싣고 다닐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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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을 트렁크에 싣고 다닐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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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상의 교통민원 소고] (4) 주차장 실태와 불법 주정차

“주차할 공간이 없는데, 무작정 단속만 하면 능사인가?”

주차단속에 항의하는 민원 중 가장 많은 질문이다.

그런데 제주도의 주차장 확보율은 100%를 넘고 있다는 사실에 아마 믿기지 않으리라 본다.

이처럼 주차장 확보율이 100%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주차난이 심각한 이유는 자동차 등록대수(역외세입차량 제외)가 인구 1인당 0.50대, 1세대당 1.22대로 전국 최고의 보급률 보이고 있으며, 특히 승용차에 의존한 교통수단 분담률이 43.5%로 매우 크고, 개별관광객의 대표적 운송형태인 2만 8천대의 렌터카도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반면, 인구 1천 명당 버스 운행대수는 0.40대로 전국 평균대비 0.75대에 크게 못 미치는 등 대중교통 이용률이 열악하다는 사실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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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자동차수 증가추이 ⓒ헤드라인제주

3만대에 육박하는 렌터카가 성수기를 맞아 일시에 가동될 경우 관광객들은 시내에서 밥을 먹고, 숙박을 하면서 부족한 주차 공간 때문에 불법 주차를 일삼게 된다. 특히 외곽 관광을 나섰던 렌터카와 전세버스가 러시아워 시간대에 시내를 진입하면서 퇴근차량과 맞물려 교통정체 현상까지 빗는다.

아파트마다 꽉 들어찬 주차장도 출근을 하고 나면 텅 빈 주차장이 되지만, 차량이 모여드는 도심지역은 항상 주차장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할 수만 있다면 주차장을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다녔으면 좋으련만, 차량의 동선을 따라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방법은 차량 총량제에 대한 법제화가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총량관리 법제화를 비롯하여 간선도로 일방통행 실시, 도심지 교통 분산을 위한 우회도로 개설, 대중교통 체계개편, 차고지 증명제 도입, 그린파킹사업 등 다각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주차장확보율이 100%를 넘었음에도 주차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미흡한 건축물 부설주차장의 편법 운영과 더불어 끊이지 않는 자가용의 이용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연재 마지막 편에 시내혼잡료와 같은 교통유발 원인자부담금 신설, 시내 아파트 주차장의 활용방안, 학교운동장의 지하주차장화, 노인일자리를 활용한 노상주차장의 전면 유료화(회전율 제고), 주택과 주차장을 분리한 분양 방안, 야간 공영주차장의 파격적인 월정액 운영방안 등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한편, 주요도로변에 진입된 차량은 주차공간이 부족한 탓에 이면도로에 주차하고 있고 교통흐름의 방해는 물론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통사고는 2011년 3,459건(사망 106, 부상5,108)에서 전년도 말 현재 4,456건(사망 80, 부상 6,821)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금년 5월까지도 1,753건(사망 34, 2,522)으로 나타나고 있어 전국대비 교통사고 불명예는 여전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공무원 월급 떨어졌냐? 무작정 과태료만 뜯어내게”

주차단속에 화가 난 민원인의 말이지만, 과태료는 주차특별회계로서 단속근로자를 제외한 일반직 공무원 급여에는 한 푼도 쓰지 못한다.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이며, 오로지 주차환경 개선에만 투입된다.

이 기회를 빌어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주차단속 공무원들은 ‘어떻게 하면 단속 제로화에 나설 것인가?’를 고민하다는 사실만큼은 알리고 싶다.

아침에 단속원들을 현장으로 내보내면서 ‘오늘은 몇 건 이상 끊어라’며 할당량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주차질서 확립을 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고정식 카메라를 설치하고, 단속 요구 민원이 빗발치는 곳에는 황색노면 표지와 단속표지판 외에도 구간 구간마다 단속 안내 현수막을 설치하여 최대한 운전자들이 단속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다. 시내 곳곳이 이 나부끼는 단속 안내 현수막으로 인해 보기에도 흉하지만, 어떻게든 한 사람의 운전자라도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하려는 일종의 몸부림으로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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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단체들과 합동으로 불법주정차단속 대주민 홍보 캠페인 전개ⓒ헤드라인제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변 주차, 어린이 및 노인보호구역의 주차, 모퉁이 주차 등을 비롯한 불법 주차에 대해서는 단속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도내 전역이 주변 상가활성화를 위해 고육지책의 하나로 점심시간대에 유예(11:30~13:30)를 하고 있는데, 이 시간 주요 도심은 불법주차가 극심하여 차량 교행이 불가함에 따라 중앙선 침범과 같은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이 성행하고 있다. 단 하루만이라도 단속에 손을 놓는다면 아마 이 작은 섬 하나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란 단적인 예이다.

이에 따라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건축경기 호황에 따른 지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복층화 사업, 공영주차장 시설확충, 읍면지역 주차장 조성, 구 도시 주차환경개선사업, 공한지 무료 조성 등 70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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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에 조성된 중앙공영주차 빌딩 ⓒ헤드라인제주

이번 편에는 나름대로 공영주차장의 실태와 안전사고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진단해 보았지만, 급속히 증가되고 있는 차량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뿐이다. 결국 교통지옥 섬에서 벗어나려면 시민 모두의 의식개혁만이 살길이라 보며, 다음 편에는 교통지옥 섬에서 살면서 앞으로 얼마나 자가용이 불편한지, 그렇다면 자가용의 대체 수단인 대중교통 체계개편 성공방안은 무엇인지를 공유해 보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자동차’를 연재하고자 한다.<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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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헤드라인제주
강문상 필자는...

강문상 필자는 현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공직업무는 서귀포시 주차지도담당 직책을 맡고 있다. 이 글은 필자가 공직 현장에서 주정차 업무 등 교통민원을 접하면서 느끼는 소회로, 주정차 문제 등에 대하여 앞으로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제주도의 주정차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의 저서로는 <그 섬은 말모래기>(2008. 남도), <공무원의 혼>(2013. 남도), <기가 막히게 좋은 인생(공저, 2009. 엠아이지), <이렇게 좋은 날도 있어야지 Ⅰ·Ⅱ>(공저, 2010~20113. 엠아이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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