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꽉꽉' 세워진 차량들...한라산도 불법주정차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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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꽉꽉' 세워진 차량들...한라산도 불법주정차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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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상의 교통민원 소고] (3) 신음하는 유명 관광지

지난 해 광화문에 몰려든 몇 십만의 촛불인파는 무얼 타고 집결했을까? 해답은 밤새 연장 운행된 지하철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그것의 100분의 1도 안 되면서도, 엊그제 서귀포에서 열린 도민체육대회는 무얼 타고 왔을까? 바로 자동차를 끌고 와 주변은 그야말로 ‘혼잡’ 그 자체였다.

市는 경기장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게 한 후 셔틀버스를 운행했으나, 텅 빈 버스만 오고간 채 밀려드는 자가용 때문에 경찰은 물론 주정차단속원들이 총동원되어 교통을 정리하면서 몸살을 겪었다.

마을마다, 계절마다 벌이는 축제현장도 사정은 별반 다를 게 없다.

흔히들 ‘주정차문제’는 사람이 몰려있는 시내권역만의 문제인 것 같지만 적어도 제주에서는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성산에 위치한 ○○목장. 푸른 초원과 수평선이 맞닿은 곳, 수십 번 찾아온 제주에 환멸을 느껴가던 여행객들이 신대륙을 발견하듯 찾아낸 그곳이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하루아침에 최고의 명승지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이 몰리면 문제가 터지는 게 바로 ‘주차문제’이다. 지하철로 답을 찾은 서울이야 다른 문제이겠으나, 제주의 경우에는 사람이 몰리는 곳에 어김없이 자동차가 몰린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원 지사께서는 대중교통으로 답을 찾겠다며, 대중교통 체제개편을 서두르는 모양새인데, 이 문제는 후에 기술하기로 한다.

○○목장 진입로는 사유지가 접한 6m 도로로서, 필자가 사업장의 관계자를 찾았을 땐 “일시에 렌터카가 몰려드는 바람에 회사 작업 차량이 진입을 못하고 감귤껍질 말리는 사업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찾아오는 사람, 매정하게 오지 못하도록 출입구를 폐쇄하지는 않고, 목장 출입에 협조를 구하는 선에서 버텨 주었다.

화가 난 것은 목장뿐만이 아니라 해안가를 따라 이 도로를 이용하는 지역주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워낙 좁은 도로에 차량이 뒤엉키니 전화에 불이 난 것은 교통을 담당하는 부서이다. 그렇다고 찾아오는 관광객들 죄다 과태료를 끊을 수도 없고 난감하기만 하다.

▲ 외돌개 인근 도로는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차량교행이 어려움에 따라 폐드럼통을 설치하였으나 ‘미관 저해’라는 지적을 받았다. ⓒ헤드라인제주

외돌개 인근에 위치한 ‘황우지’도 마찬가지이다.

인기리에 방영되는 모 프로그램과 최근에는 ‘천연 선녀탕’으로 알려지고 수학여행 코스로 각인되면서 주변 주차장은 전세버스, 갓길과 인도는 렌터카가 점용했다. 도로 양면에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는 있는 바람에 주변을 지나려면 중앙선을 끼고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을 해야 한다. 이곳 역시 전화민원이 끊이지 않아 지난해에는 한 줄 주차만 허용하고 한 줄은 주차를 못하도록 드럼통을 설치하여 일시적인 효과는 있었으나 보기는 흉했다.

“모처럼 찾아온 천혜 관광지에 들어선 순간, 공사판인줄 알았다.”고 조롱하며 인터넷에 올린 관광객들이나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는 방책일 뿐”이라는 도내 언론의 호된 질책에 맞서 금년에는 어떤 해법으로 제시해야 하지 참으로 남감하기만 하다.

한라산 등반로는 제주 관광지의 대표적인 불법 주정차 현장이다.

현재 극심한 지역으로 성판악과 영실, 관음사, 붉은 휴양림, 사려니 숲길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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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판악을 찾은 등반객들이 도로 양쪽을 꽉 메운 현장 ⓒ헤드라인제주

알다시피 편도 1차선도로가 양면 주차로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는 차량과 뒤엉켜 교통사고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며, 영실탐방로는 버스 운행이 불가할 정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셔틀버스 운행, 한 줄 차로 폐쇄, 속칭 라바콘 설치 는 물론, 관계기관(자치경찰, 세계유산본부, 도로관리단, 행정시) 합동 대책회의 등 별 짓(?)을 다해봤지만, 밀려드는 차량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관계기관은 서로 ‘떠밀리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불법 주정차에 대해서는 강력히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라는 주장에 맞서 ‘불법 주정차를 왜 하게 되는지, 근본적인 대안제시가 먼저다’라는 팽팽한 입장만 오갔을 뿐이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의 문제는 오늘도 진행형이다.

극단적인 해법으로 한라산 휴식년제를 강행하거나, 자가용 운행 제한, 셔틀버스의 운행, 천연보호구역을 훼손하지 아니한 범위 내에서의 주차장 확장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때라고 본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는 ‘한라산국립공원 남벽 탐방로를 개방함으로써 급격히 훼손이 심한 등반로는 휴식년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교통체증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필자와 같은 입장에선 5개 탐방코스로 분산할 경우 교통흐름과 주차문제에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환경단체의 입장에선 ‘새로운 탐방로 개설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적정한 수의 탐방객을 수용하려는 수요관리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일리는 있다고 본다.

한편, 불법 주정차는 섬 속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섬 속의 섬에서도 몸살을 앓고 있다. 바로 ‘우도’이야기다.

우도는 최근 3년간 170여 건의 사상자를 내면서 그야말로 ‘교통지옥 섬’으로 낙인 되었다. 급기야 도지사의 지시로 T/F팀까지 꾸려지면서 비로소 칼을 빼들었다.

2010년 우도의 인구는 1,585명에서 지난해에는 1,813명으로 늘었고, 등록된 차량은 2010년 595대에서 올 해는 1천대를 돌파했으며, 입도객은 2011년 88만 5천여 명에서 지난해에는 224만 여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여기에다 우도 현지에서의 대여업체에서 운영하는 전기삼륜차 604대, 이륜차 300대, 전동스쿠터 319대, 자전거 794대 등 2천17대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기차 100대가 새로 운행 중이다.

이 많은 차량들이 성산항 여객터미널에서부터 광치기해변까지 매일같이 몰려들면서 짜증나는 것은 지역민이나 관광객들이나 마찬가지이고 몇 시간씩 기다린 끝에 들어가서도 5~6m폭에 불과한 마을 도로를 달리면서 항상 사고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제주특별도는 하루 605대의 운행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총량제 실시는 많은 지역주민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도항선의 수입과도 맞물려 있어 주민공감대가 걸림돌이며, 이 총량제는 금년 새롭게 들고 나온 정책이 아니라 2008년부터 시행해 온 정책이란 점이다. 이대로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었던 특별자치도는 유명무실한 제도를 안착시키고자 특별법에 명시된 부속도서의 운행 제한을 근거로 지방경찰청과 협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방침이나 결국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의 합의도출만이 성패인 셈이다.

이제 유명관광지이든, 도심지이든 사람 가는 곳에 자동차가 몰림으로써 발생되는 안전사고 문제는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하는 실천’으로 풀어야 할 때이다.

다음 호는 자동차 등록 대비, 주차장 확보율이 100%를 넘어섰음에도 항상 주차장이 모자라 허덕이고 있는 ‘주차장을 트렁크에 싣고 다닐 수만 있다면’을 연재하여 공유해 보고자 한다.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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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헤드라인제주
강문상 필자는...

강문상 필자는 현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공직업무는 서귀포시 주차지도담당 직책을 맡고 있다. 이 글은 필자가 공직 현장에서 주정차 업무 등 교통민원을 접하면서 느끼는 소회로, 주정차 문제 등에 대하여 앞으로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제주도의 주정차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의 저서로는 <그 섬은 말모래기>(2008. 남도), <공무원의 혼>(2013. 남도), <기가 막히게 좋은 인생(공저, 2009. 엠아이지), <이렇게 좋은 날도 있어야지 Ⅰ·Ⅱ>(공저, 2010~20113. 엠아이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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