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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상' 브루스 커밍스 "4.3학살, 미국도 분명한 책임"

홍창빈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7.06.09 18:08:00     

"트럼프 정부에서는 미국의 사과와 배.보상 어려울 듯"

제2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국전쟁의 기원' 저자이자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인 브루스 커밍스(74)는 9일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자행된 잔혹하고 광범위한 학살인 제주4.3은 미군정의 직접 통제에 따라 자행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미국의 분명한 책임을 강조했다.

브루스 커밍스는 이날 오후 4시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우도홀(2층)에서 제주4.3평화상 수상에 따른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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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브루스 커밍스가 수상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 4.3이 정명(正名)돼 있지 않아 항쟁.사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자로서 어떤 이름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커밍스는 '학살'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저의 친구 존 메릴이 (미국에서)처음으로 4.3에 대해 관심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1980년대 신문기사를 통해 4.3을 언급하며 '리벨리온(반란)'이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미국에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등 위대한 사건에 이같이 표현하지만, 한국에서는 반란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해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4.3에 사건이라는 표현을 붙이기도 애매하고, 신념을 수호하기 위해 들고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봉기라는 표현도 옳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소요사태와 봉기가 아닌, 이를 진압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살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커밍스는 "미국은 비밀문건을 통해 이승만 정권의 격렬한 반공 활동을 보고 기뻐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씌워 자국민을 학살하는 동맹국에 대해서 눈도 깜박이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오사카에서 있었던 4.3 50주기 추도식 추도사 말미에서 제가 말했듯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서 전후 최초로 자결권과 사회정의를 위해 싸운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미국의 힘을 보여준 사례가 바로 4.3"이라며 "미국인으로서 이 비극으로 인해 희생된 제주도민들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고, 언젠가 미국 정부가 책임을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커밍스는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사과와 배.보상에 대해 "트럼프 정부에서는 낙관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냈던 노근리 학살사건 유족과 생존자들에게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근리 학살사건은 지난 1950년 7월 현재의 노근리평화공원 인근에서 피난민들을 향해 미군이 기관총을 난사해 300여명이 숨진 사건으로,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면서 진상조사가 이뤄졌고 2001년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유감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커밍스는 "현 정부가 트럼프 정부이기 때문에 사과나 배.보상을 낙관하지 못한다. 트럼프는 미국에서도 지난 수십년간 재임했던 대통령 중 최악"이라며 "오바마 정부였다면 캠페인을 통해 사과나 배보상 논의가 가능했겠지만, 트럼프가 사과나 배상하는 것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솔직히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4.3은 물론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면서 "미국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게 없어 주의환기시키는 것은 어렵겠지만, 노근리가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커밍스는 앞으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의 시민사회발전'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0년대 독제정권 저항부터 민주주의 태동, 수백만명 촛불집회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인상적으로 봤다"면서 "헌법에 따라 과정 거치고 법원에서 탄핵을 결정했고, 선거 치러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어려운 과정이었는데 한국은 어느나라보다 성숙한 시민모습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이 이야기를 미국의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는 전 세계에 귀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군 독재 벗어나 시민사회 민주사회 발전하면서 브라질 등 군 독재 겪은 나라보다 성숙하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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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브루스 커밍스가 수상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헤드라인제주
한편 4.3평화상 시상식은 1부 개회식을 시작으로 이문교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의 개회사, 경과보고(영상), 수상자 공적보고(영상), 제2회 제주4・3평화상 시상, 4・3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인 강우일 주교의 인사말, 수상자 연설 순으로 진행됐다.

수상자에게 전달된 이번 상패는 한글 컴퓨터의 안상수체를 개발한 디자인 전문가 안상수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교수가 느티나무로 특별 제작했다.

2부에는 제주출신 강혜명 성악가가 제주4・3의 노래 '빛이 되소서'와 '잠들지 않는 남도', 'You will never walk alone(뮤지컬 Carouse 중)'을 피아노 3중주(우지숙, 전혜영, 레즈니코바올가)에 맞춰 축하공연을 진행한다.

브루스 커밍스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학자이며 한국 현대사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가 저술한 '한국전쟁의 기원'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된 원인을 다각적으로 규명했고, 국내외에서 한국전쟁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침서가 됐다.

특히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제주도 인민위원회에 관해 서술하면서 제주4・3사건의 배경과 원인으로서 지역의 역사 문화적 공동체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 그의 저술 '한국현대사'에서도 4・3사건의 원인과 전개 과정, 결과를 자세하게 서술한 바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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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빈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