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셈 좋은 동행' 10년...주인공이길 거부한 그들의 특별한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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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셈 좋은 동행' 10년...주인공이길 거부한 그들의 특별한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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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 존셈봉사회, 10주년맞이 어르신 어울림마당 개최
"부족한 나눔 실천 뿌듯...봉사 분위기 지역사회 전파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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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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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10년전 오늘, 뜻을 함께 한 5명이 모여 시작된 봉사는 어느새 수십명의 손길이 보태졌다. 마음만 앞섰을 뿐 서투르고 어색했던 '초보 봉사자'들은 이제 눈빛 교환만으로도 각자의 역할을 감당하는 '베테랑'의 면모로 탈바꿈했다.

"어느덧이라는 말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부족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 뿐입니다."

제주어로 '작지만 지속적인 마음 씀씀이가 좋다'는 뜻을 지닌 '존셈'. 문자 그대로 존셈 좋은 이들이 모인 제주특별자치도청 존셈봉사회(회장 강은숙)는 창단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초청하는 의미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존셈봉사회는 20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구내식당에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홀로 사는 어르신을 초청 어울림마당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제주도내 홀로 사는 어르신 55명을 초청해 진행됐다. 자식들을 사랑으로 키우고 후배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된 어르신들에게 존경과 감사,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자 마련된 행사다.

쉬지 않고 달려온 어언 10년, 한번쯤은 쉬었다 가거나 스스로를 격려하고 자축해도 좋으련만, 그들은 이번에도 자신들이 주인공이기를 한사코 거절했다. 10주년을 기념하기에 오늘의 자리만큼 특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으레 그래왔지만 나눔에 뜻을 같이 한 이들의 손길은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평소에도 홀로 사는 노인들의 생활편의를 돌봐오던 제주도자원봉사협의회 제주시지회 부설 독거노인원스톱지원센터는 이날도 어르신들의 벗이 됐다.

신명 나는 무대를 선보인 민요공연도 '제주소리' 안복자 명창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구수한 가락의 제주민요, 어깨춤을 절로 부르는 트로트에 어르신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직접 무대 앞으로 나가 감춰왔던 노래실력을 마음껏 뽐내기도 했다.

존셈봉사회는 새벽 댓바람부터 바지런히 마련한 음식들을 대접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어르신들의 입맛을 십분 고려해 직접 조리하는 정성을 쏟았다.

행사 도중에는 예정에 없던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깜짝 방문도 이어졌다. 어르신 한 분 한 분과 인사를 나눈 원 지사는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정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특히 "제주도청에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봉사회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존셈봉사회를 추켜세웠다.

행사가 끝나고 나가는 길, 어르신들의 양 손에는 참기름, 설탕, 계란, 파스, 치약, 화장지, 롤케잌 등 생필품 20여가지가 한가득 들렸다. 어르신들은 회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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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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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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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쉬지않고 달려온 10년, 존셈봉사회 그들은?

도청 소속 공무원들로 이뤄진 존셈봉사회는 그간 317회에 걸쳐 봉사활동을 벌였다. 도정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부서부터 현장 일선의 도민 목소리를 전해듣는 부서까지 직위 여하를 따지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공직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함께하기 위해 들어온 이는 있어도, 떠난 이는 없다는 것은 존셈의 자랑이다. 첫 봉사부터 함께해 온 원년멤버들은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지금은 80명이 소속돼 있다. 회원들의 가족들도 손길을 보태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100여명을 훌쩍 넘는 이들이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공직에서 물러난 이들도 차마 존셈봉사회는 떠나지 못했다. 'OB멤버'들은 은퇴후에도 봉사에 나서며 현역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몇몇 회원들도 벌써부터 '존셈 종신회원'이 되겠다는 선언을 한 상태다.

존셈봉사회는 매달 첫째주 토요일에는 제주양로원과 제주요양원을, 둘째주 토요일에는 아가의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들의 생활을 돕고, 쾌적한 실내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주방일손 돕기, 텃밭 가꾸기, 잡초제거 등의 역할도 도맡고 있다.

셋째주, 넷째주에도 쉴 틈이 없다. 없는 봉사는 기어코 만들어냈다.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 위한 고추장, 김치 등을 직접 담갔다. 봉사회의 상징이 된 '형광조끼'를 입은 채 어린이날 행사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케이크를 만들었고, 철인3종경기.트레일러 행사에는 완주 지점에서 마사지 봉사에 나섰다.

2014년부터는 '찾아가는 봉사'를 벌이며 100% 자비를 투자해 추자도, 일본 오사카, 캄보디아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헤드라인제주>의 '열 사람의 한 걸음, 함께하는 제주기행' 행사에 동참한 것도 벌써 7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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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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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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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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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쑥스런 미소 "드리는 것보다 받는게 많아요"

강은숙 회장은 10주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뿌듯하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잠시 잠깐의 인터뷰도 쑥스럽다는 듯 쉽사리 응하지 않았던 강 회장에게 그외 미사여구는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10년 내내 회장을 도맡으면서 감사할 일들만 가득했다는 강 회장은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이 벅찬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그녀는 "어느덧이라는 말이 너무 실감이 난다.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의미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봉사가 직장생활을 하면서의 활력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역시 반강제(?)로 10년 내내 총무직을 내려놓지 못한 김지영씨도 "흐뭇한 마음이 들고, 함께해 준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며 공을 넘겼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봉사현장에서 쌓아 온 남다른 인연을 떠올리기도 했다. 한창 때 거칠 것 없어 보이던 학창시절 선생님의 노쇠한 모습에 몰래 눈물을 흘린 사연, 사회 초년생 힘든 가운데 서로 힘을 실어주던 이를 봉사 현장에서 만난 사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꺼냈다.

아무것도 모른채 엄마 손을 붙들고 무작정 봉사현장을 따라다녔던 다섯살배기 꼬마는 이제 든든히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학교 내 봉사활동 시간은 따라올 친구가 없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도 강은숙 회장은 "자랑할 일은 아니다. 우리가 드리는 것보다 항상 받는게 더 많다"며 한사코 손사레를 쳤다.

다만 "봉사활동으로 인해 다른 직원들, 더 나아가 도민들도 함께 나눔이 전파됐으면 한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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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은 행사장에 격려차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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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은 행사장에 격려차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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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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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도청 존셈봉사회가 1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 어르신을 초청해 어울림마당 행사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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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제주도청 존셈봉사회 회장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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