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50분, 행사 시작보다 10분 일찍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다르게 차를 이용하지 않고 민주의문부터 기념식장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5·18 전 묘역에는 '근조 대통령 문재인'이라 쓰인 리본이 달린 국화꽃이 헌화되어 있었다.
기념식장은 참배객, 문 대통령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과 5·18단체 회원들을 안으며 다독였다. 이날 기념식은 문 대통령 지시로 '유연한 경호'를 지향하며 검색대를 통과한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가슴에 새겨온 역사 헌법에 새겨 계승하겠다'고 추모글을 적으며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대선후보 시절의 공약을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됐고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20분부터 10시35분까지 결연한 표정으로 기념 연설을 했다. 15분간의 연설에서 청중 박수가 24번이나 터져 문 대통령은 연설하면서 말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과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겠다는 부분에서 가장 큰 박수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다.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헬기사격까지 포함하여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말해 가장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는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저의 공약도 지키겠다.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며 "5·18 민주화운동은 비로소 온 국민이 기억하고 배우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고 말했고 박수소리에 묻혀 연설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기념공연 '슬픈 생일'이 이어졌다. 딸의 출산 소식을 듣고 광주에 왔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사망한 김재평씨 이야기를 소재로 한 행사였다. 김씨의 딸 소형씨가 편지를 읽자 대통령은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5월 18일은 소형씨의 생일이자 아버지의 기일이다.
이어 '그대와 꽃피우다' '상록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마지막 식순은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가 김종률씨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 등과 손을 맞잡고 흔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2분간 불렀다. 현직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것은 9년만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의 주인공 윤상원씨 묘역, '슬픈 생일'의 아버지 김재평씨 묘역, 행방불명자 묘역 등을 참배했다.
문 대통령은 행방불명자 묘역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헌화와 묵념을 마치고 정수길 5·18 민주묘지 소장에게 "행방불명자를 찾는 것은 어떻게 되어가나. 광주시에서 계속 하고 있나"고 물었다.
정 소장이 "지금은 중단됐으나 다시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진상규명이 더 되도록 그렇게 다짐해야한다"고 행방불명자의 신원 확인을 강하게 촉구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