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보조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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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보조기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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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이야기] 허성기 서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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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기 서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에게 있어 보조기구는 필수이자 동반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나 보조기구 가격의 너무 비싸고 보조금이 있다 해도 턱없이 부족한 지원 금액이다. 특히나 서귀포센터에서 보조기구에 대해 상담하고 수리하면서 보조기기에 대한 다양한 지원조차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곤 한다.

전동보조기구의 본격적인 보급과 확산은 2003년부터 시작되었다. <전동휠체어 나눔 연대>와 같은 수많은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의 사회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단이 바로 보장구'라는 것을 적극 알리면서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등의 전동보조기구를 국민건강보험에 확대·적용시키는 운동을 추진한 것이다.

이후 2005년 4월 22일부터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관리공단에서 의료급여를 확대·실시하면서 드디어 중증장애인에게 전동보장구가 널리 보급되었다. 특히 전동휠체어의 보급은, 그 동안 생활영역이 극도로 제한 받았던 뇌 병변·지체 장애인에게는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혁명과도 같은 계기가 되었다. 집안에서만 박혀있을 수밖에 없었던 중증장애인들이 거리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수급자, 차상위 기준으로 전동휠체어 209만원, 전동스쿠터 167만원의 지원은 장애상태, 주변 환경, 생활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인 지원이다. 심한 장애인 경우에는 전동보조기기를 장애상태에 맞춰 개조하여야한다. 오래전에 1,000만 원 짜리 전동휠체어를 기증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건 고가의 전동휠체어가 아닌 심한 경추장애인당사자의 장애상태에 맞춘 맞춤형 전동휠체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솔직히 말하면 2005년 이전 수많은 복지재단에서 지원했을 때가 어찌 보면 장애당사자 입장에서는 자기의 장애에 맞는 맞춤식 전동보조기기를 지원받았던 것이지 않나 싶다.

지금은 어불성설, 고가를 들여 장애상태에 맞춰 개조한 것을 지원받는 일이란 기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장애상태에 맞게 조이스틱 위치를 이동시키는 것조차 자부담으로 해야 되니 말이다. 발판 1조에 기십만 원, 조이스틱 교체는 수급비용으로 친다면 대략 두 달 치의 비용이 들게 된다.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이 중증의 장애인이다 보니 고장이라도 나게 되면 집안에 갇히게 되는 등 생활 범위가 축소·제한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만약 이동 중일 경우에 고장이라도 나게 된다면 온갖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러니 고가의 전동보조기기, 그 밖의 보조기기들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적절하고 꾸준하며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동휠체어는 이용자들의 몸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보장구 수리를 하다 보니 노후 된 보조기기를 교체하지 못하고 무리해서 계속 수리해서 쓰는 장애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현재 보장구급여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보장구수리를 건강보험공단으로 가져가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그 지원 금액은 내구연한동안 50여만 원 정도의 지원이라고 한다. 어이없게도 이 정책은 보조기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탁상행정 같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드는, 현실과 유리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부디 노후 된 보조기기로 인해 언제 고장 날까 노심초사하지 않도록, 내 몸에 맞지 않는 보조기기 사용으로 인한 2차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맞춤형 지원이 가능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허성기 서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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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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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정 2018-10-14 07:11:54 | 12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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