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돈과 무기를 통해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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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돈과 무기를 통해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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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이야기] 천주교 거리미사 강론 메시지
서귀포시 강정에서는 매일(일요일 제외) 옛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오전 11시 천주교 거리미사가 봉헌됩니다. 아래 내용은 3월29일 미사 강론 중 일부입니다.

1. 사순시기

오늘 독서의 내용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입니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사순시기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에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 자신의 회개와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는 희생과 보속의 시간입니다. 우리 인간이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2. 평화학교

3월 첫째 주부터 서울에서 ‘프란치스칸 평화학교’를 시작했습니다. 네 차례의 강좌와 네 번의 현장탐방을 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체 안에서 평화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인식하고 마음을 모으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네 번의 강좌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반도 안에서의 군사갈등 상황 그리고 그 갈등상황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평화이론을 공부하고 나머지 네 번의 탐방 시간은 평택과 동두천 미군기지 그리고 강정과 오키나와를 방문합니다.

평화학교를 진행하면서 분명히 알게 된 사실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한민국이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주권이 없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슬픈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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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방은미
3. 미군의 한반도 전략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패망하면서 미국은 미소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선을 신탁통치하려고 준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일방적으로 결렬시키게 됩니다. 당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조선에서 소련의 지배를 막는 일이요, 조선의 독립은 2차적 목표였던 것입니다.

1948년 5월 남쪽에서만 총선거가 강행되고 이를 통해 1948년 8월 남쪽에 대한민국이 들어서고, 이에 맞서 1948년 9월 북쪽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들어섬으로써 체제 분단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독 선거를 통한 분단 고착을 막겠다고 저항했던 운동의 하나가 바로 1948년 4월 제주도에서 일어난 4.3항쟁이요, 이 항쟁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며 제주도행 배에 오르는 것을 거부한 군인들의 저항이 이른바 여수 순천 반란 사건입니다.

정리하면 미국은 신탁통치를 줄기차게 제안했다가 미소 공동위원회를 일방적으로 결렬시켰으며, 한반도 문제를 유엔으로 떠넘겨 남쪽에서의 단독 선거를 강행토록 함으로써, 한반도 국토 분단에 이어 체제 분단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국토 분단에서와 마찬가지로 체제 분단에서도 미국이 주범이고 소련은 종범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 전쟁을 겪으면서 미군정과 보수 수구 언론에 의해서 왜곡된 역사교육과 식민지 사관은 미국을 최대의 군사동맹국, 우방국가, 혈맹국가로 인식되게 만들었습니다.

4. 아베 노부유키

조선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는 이렇게 말하고 조선을 떠납니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장담하건데, 조선민이 제정신을 차리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현재 조선은 결국 식민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5. 주한미군

아베 노부유키가 조선을 떠나면서 했던 말은 지금 한반도에서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한미일 군사동맹,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은 조선에서의 식민교육이 계속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들입니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식민사관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주한미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휴전협정 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었습니다. 또다시 북한이 남침을 한다면 미군이 방어해준다는 배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의 평화협정 혹은 종전협정을 맺으면 미군은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될까요?

주한미군은 평화협정을 맺을 경우 한반도에 주둔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집니다. 미국의 중요한 군사기지가 없어지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미군은 평화협정이 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강력한 군사훈련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한국전쟁은 60년이 넘도록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정전협정은 계속 현재 진행형입니다.

미군은 성주에 중국과 러시아까지 자극하는 사드를 빠른 시일 내에 배치하려고 합니다. 강정해군기지에는 미해군의 구축함이 들어왔고, 항공모함까지 들어올 기세입니다. 제주도가 오키나와 미군기지처럼 되어가는 모습을 우리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3일부터 23일까지 있었던 한미 연합 키리졸브 군사훈련에서는 북한 핵무기를 겨냥한 훈련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을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는 상황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시작이 전쟁이었으며 전쟁을 통해 경제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있는 군산복합체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평화는 전쟁과 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의와 공정의 열매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귀히 여기지 않고 돈과 물질만을 얻으려는 인간의 욕망을 바라보면서 인류 모두가 회개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해야겠습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앞, 천막미사, 김종화 알로이시오 신부(작은형제회)>

* '강정이야기'는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소식지 '강정이야기' 발행위원원회와의 협의 하에 기획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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