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장애인의 문해교육에 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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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장애인의 문해교육에 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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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이야기] 김성환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 김성환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헤드라인제주
문해(literacy)는 문자해득, 즉 글을 쓰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평생교육법 제2조에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문자해득 능력을 포함한 사회·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생활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문해능력이 불가능한 비문해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활동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들 비문해자는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기구에서는 문해교육의 이슈를 짚어내고 있고 있으며 미국, 프랑스, 영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문해교육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쏟고 있다. 이렇듯 비문해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과제이다. 문해는 무엇보다도 우선 시 해야 할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문해교육은 어떨까?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질고에 시달려오면서 더욱 심화된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을 겪다보니 우리나라의 문해교육은 1953년에서야 본격화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4·3을 겪은 제주는 더욱 심했을 것이다. 

이같이 문맹퇴치운동이 시작되고 난 후 1958년에는 비문해율이 4.1%로 낮춰졌다고 하나 당시 현황은 과학적 기반이 아니라서 통계수치가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후 문해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사라졌으며 비문해자를 책임져야 할 국가는 학습권을 침해 받은 이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수십 년 동안 방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편 1970년대 이후 대부분의 문해교육은 각 지역의 민간에 의해 주도되었다. 야학, 공민학교, 종교, 민간단체 등이 문해교육에 적극 동참하였고 1990년대에는 230여개 기관이 문해교육에 앞장섰다. 그간 비문해에 대한 인식은 의무교육으로 인하여 사라져왔지만, 지속적인 운동을 전개한 결과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2006년에 시범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이는 오랫동안 민간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정부의 관심 속에서 처음으로 정책적 지원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 수 있겠다. 이처럼 평생교육법 제39조에 따라 비문해 성인을 위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지자체·민간단체·야학 등의 교육을 통해 비문해율이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18세 이상 비문해 성인인구는 2014년 통계에 따르면 264만 명이나 된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제주지역의 경우, 문해교육의 잠재 수요자도 함께 살펴보면 2015년 말 현재, 전국 577만 명 15.37%의 수치에 비해 3.1%나 높은 7만3162명 18.8%의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남성 1만5150명에 비해 여성은 5만4012명으로 2.8배나 많은 수치를 기록한다.

다시 말해 현재는 1,400여개의 기관에서 문해교육을 실시하고 국가에서는 지원 채널을 다양화하여 문해교육을 지원, 문해교육의 중요성 인식 확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저소득층의 자녀·노인·장애인·새터민·외국인 등 교육소외지역과 계층을 위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장애인복지법이 제정이 된지 30여년밖에 되지 않은 우리나라 장애계는 이 짧은 기간 동안 이동 및 접근권 보장·차별 철폐·편의시설 증진 등 생존 그 자체를 지키기 위한 보장 정책을 중심으로 추진하다 보니 장애인의 평생교육 정책은 일반적인 평생교육 정책보다는 한참 뒤처지게 되었다. 

즉 성인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성인 중증장애인의 문해교육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 중 18세 이상 성인인 장애인은 전체의 96% 이상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 성인 장애인의 교육정도는 국민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과 인간 수명의 연장, 경제 수준 향상, 여가생활이 증대 등 급변하는 현대사회는 평생교육을 권장하는 추세이다. 

이에 발 맞춰 성인 장애인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아실현을 필요로 하는 존재로서 이러한 학습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특히 이들에게 문해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단지 글을 쓰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자립생활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학령기에 교육의 기회를 놓치게 된 성인 중증장애인의 대다수가 신체 및 정신적인 특성으로 인한 느린 학습 속도로 인해서 특수학교를 졸업하고도 기초학습능력조차 갖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오게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즉 문해교육 및 학력보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 중증장애인을 위한 문해교육 자료는 어떤 것이 있을까? 2012년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에서는 초·중등학교 학력인정을 위한 장애 성인문해 교과서 『소망의 터』를 개발하였으나 교재 내용을 보면 장애 특성과 관련된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가 않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성인문해 교과서인 『소망의 나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게다가 며칠 전 전화를 해보았더니 그나마도 현재는 보급 중단된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첫째 성인 중증장애인을 위한 문해교육 지원체계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을 성토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맞춤형 문해교육 교재 개발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겠다. 위에서 말하였듯이 기존 교재 내용을 보면 장애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도,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도 많은 실패를 예상할 수 있다. 

충분한 조사와 체계적인 구성이 시급한 이유이다. 둘째 성인 장애인 문해교육 실태를 파악하고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조사와 연구도 아울러 진행해야할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문해교육 및 평생교육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성인 장애인의 교육에 있어서 꼭 필요한 기초자료가 될, 장애인에 대한 문해교육 실태를 파악한 연구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배움에 대한 욕구는 비장애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 중 하나이다. 그동안 기존의 교육권에서 배제가 되어온 성인 중증장애인에게도 체계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도래하기를 바라본다.<김성환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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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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