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제주 4.3 화해의 길, 한.미 양국이 함께 고민해야"
상태바
강우일 주교 "제주 4.3 화해의 길, 한.미 양국이 함께 고민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3.1절 기념 시위 70주년 기념 컨퍼런스' 기조강연
20170309_13384275.jpg
▲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9일 '제주 3.1절 기념 시위 70주년 기념 컴퍼런스' 기조강연을 하고있다. ⓒ헤드라인제주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9일 우리나라 현대사의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제주 4.3사건을 온전히 해결하고,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올바로 분석해 사과하고 속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주교는 이날 오후 1시 제주대학교 아라컨센션센터에서 제17차 평화 섬 포럼의 일환으로 열린 '제주 3.1절 기념 시위 70주년 기념 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 주교는 "지난 2002년 천주교 제주교구장으로 부임하기 전 까지는 제주 4.3에 대해 백지상태나 다름없었다"면서 "제주 4.3이 2000년대까지 50년 넘는 세월 동안 온 국민이 까막눈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4.3의 배경에는 36년간 한반도를 지배한 일본과, 2차세계대전 이후 한반도를 넘겨받아 잠정 지배한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일제 말과 해방 직후 우리나라 경제적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해방 직후 쌀 1가마니에 9.4엔 정도 하던 것이 1년 뒤인 1946년 9월에는 2800엔으로 280배 이상 뛰어올랐다"면서 "우리나라는 일본으로 부터 문화적 억압과 경제적 수탈로 한계상황에 다다랐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지배하던 미 군정은 이에 대해 아무런 경제정책을 펼치지 않았고,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처럼 그저 치안에만 신경썼다"면서 "결국 남한 지역 곳곳에서 농민들의 봉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제주는 본디 쌀이 생산되지 않는 화산토로 곡물이 절대 부족했던 곳인데, 곡물가격 폭등으로 제주의 식량사정은 전국 최악이었다"면서 "미군은 일제에 부역하던 경찰들을 그대로 활용했고, 경찰조직은 농민.노동자 등 불만을 조직화 하는 사람들을 사회주의자로 몰고 탄압하는 정책을 취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미군정은 이런 경찰조직의 보고와 자문을 그대로 받아들여 농민 등을 좌익으로 간주하고 척결을 지시했다"면서 "특히 전국에서 가장 고통받던 제주에서는 경찰이 좌익세력 소탕에 가장 앞장섰고, 그게 제주도민 전체에 불만과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런 도민들의 불만을 미 군정은 '그들 모두가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단순히 해석했고, 그래서 '제주는 빨갱이의 섬이다' 고 판단했다"면서 "이게 제주 4.3당시 미군정이 제주에서 초토화전략을 감행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나라를 올바로 통치하는 길은 그 사회의 현실과 문제점을 제대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실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하는데서 시작된다"면서 "이미 일어난 과거의 실패와 불의에 대해서는 원인을 올바로 분석하고, 잘못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속죄라는 후속조치가 실행돼야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제주 4.3의 한국사의 중대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한국과 미국 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시민과 함께 4.3을 기억하고 연구하면서 오늘을 어떻게 평화를 이루고 어떻게 화해의 길로 나가야 할 것인가 함께 생각하는 동반자의 길을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현 시국에 대해 강 주교는 "많은 역사학자들이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20세기 초 러시아와 중국, 일본이 한반도를 놓고 격돌하던 시기 지정학적 지도가 펼쳐진다고 이야기 한다"면서 "무력충돌이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20170309_133845027.jpg
▲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9일 '제주 3.1절 기념 시위 70주년 기념 컴퍼런스' 기조강연을 하고있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