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뺨 다 맞고 있다"...정말, 개발-보전 충돌 문제였나
상태바
"양쪽 뺨 다 맞고 있다"...정말, 개발-보전 충돌 문제였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희룡 지사의 오라관광단지 등 개발사업 논란 시각
행정 절차적 '실책' 언급없고, '불가피성'만 강조
민선 6기 도정 출범 후 논란과 의혹이 크게 불거진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26일 "양쪽 뺨을 다 맞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던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개발사업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갈등적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몰려 있음을 피력한 것이다.

설 연휴를 맞아 인사차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은 원 지사는 민선 6기 도정이 제주미래비전의 핵심가치로 제시한 '청정과 공존' 기조가 각종 난개발 우려 사업들로 인해 무색해지고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담은 질문을 받았다.

제주도 개발사에서 최대 규모인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큰 논란에 휩싸여 있고, 지난 24일에는 곶자왈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려석산과 요석산업 토석채취사업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통과된데 따른 것이다.

원 지사는 현재 불거진 문제들을 '개발과 보전의 충돌'로 설명했다.

그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웬만하면 하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쪽과의) 긴장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석채취 사업에 대해서는, "곶자왈 경계조사에 대한 용역 결과가 나온 게 있는데, 기존에는 곶자왈 지역이 아니었다가 새로운 기준에서는 곶자왈이 될 가능성이 큰 지역이 있다"면서도 "곶자왈과 관련해서 보호조치가 더욱 강화되고, 법적 효과를 보려면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현행 기준에서는 곶자왈로 편입된게 아니므로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해보면, 도정이 추구하는 가치나 철학 보다는 '현행 법'에 따라 정책을 펴 나가겠다는 '소극적 행정'을 강조한 것에 다름 없다.

곶자왈 경계설정 용역을 추진하고 있고, 제주도 환경부서에서도 해당 부지는 지질학적으로 곶자왈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시점을 들어 종전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사업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환경단체로부터는 "제주도가 스스로 추진한 곶자왈 경계설정 용역 취지 자체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개발과 보전'의 충돌 문제가 아닌, 적극성과 진정성의 문제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숱한 의혹이 제기됐고, 절차적 위법성 논란이 제기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감사위원회 조사가 청구된 오라관광단지 문제에 대해서도, 원 지사는 '개발과 보전'이라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오라단지에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환경총량제 역시 당장 등급을 바꾸면 개발이 제한되고 불가능해진다"면서 "그러나 법적인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행정에서 구속력을 갖고 집행할 수 있는데 현재는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특별법과 조례, 행정행위, 재산권 중단, 경관조치 등 일체행정규정을 바꾸면 앞으로 강력하게 개발규제를 할 수 있다"면서, "이런 법·제도 정비 없이 일체 중단하라고 하면 행정절차나 보전과 부딪치는 재산권 이해관계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직 환경총량제 제도가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특별법, 조례, 행정행위 등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하면 보전과 부딪히는 재산권 사이에 이해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한다"며 "개발과 보존 조화시켜야지, 무조건 개발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취임하면서 보전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용역을 하다보니 내용적으로 사전조사나 미래가능성 조사 등에서 환경총량이나 생태·경관등급 상향 등이 포함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강제력을 발동하고,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그 부분은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원 지사는 "개발은 적정해야 한다. 현재 도정에 불만이 많은데, 지금은 개발을 원하는 사람은 도정에 불만을 갖고 왼쪽뺨을 때리고, 환경단체는 개발을 막지 않는다고 오른쪽 뺨을 때리는데, 도정은 다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이루고자, 이전 도정에서 개발 촉진으로 가던 흐름에서 방향을 튼 것이 도지사의 선언이었다"면서 "그런데 재산권을 제약하고, 법적으로 스톱시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개발 가이드라인을 선언하고, 청정과 공존이라는 미래비전을 얘기하면서 개발을 막지 못해 도지사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은 쉽지만 행정 연속성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도 했다.

원 지사는 "도정이 전에는 개발 촉진했다가 현 도정은 보전 중심으로 한다면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현 도정은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고 보전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행정부서에서도 행정절차나 내용상 열심히 하고 있는데 충분히 설명이 되고, 납득이 되기에 어려움이 있다. 양쪽 반대에 부딪히고 있어 분발해야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의 이날 발언은 개발과 보전의 충돌의 한 가운데에서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고, 현행 법규를 준수해 행정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비판이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그러나 시종 개발과 보전의 충돌 문제를 위시해, "어쩔 수 없다", "불가피했다"는 등 양비.양시론과 같은 방어적 논리로 일관하면서 제기된 의혹과 논란에 대한 소명으로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석장 사업에서는 곶자왈 보전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고, 오라관광단지 사업은 '실책 감추기'를 한다는 혹평도 나온다.

특히 오라관광단지 문제가 나올 때마다 원 지사는 '전임 도정에서 추진된 사업의 설거지를 한다'는 취지로 설명을 하고 있으나, 민선 6기 도정 때인 2015년 5월 사업시행 승인이 취소됐던 사업이다.

기존 사업은 '소멸'되고, 새롭게 재추진되는 것임에도, 여전히 기존사업의 연장선장에서 연속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하수 관정 양도.양수 처리 문제나, 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에 나타난 석연치 않은 문제, 투자자본의 성격이나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문제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심의위의 심의결과 번복에서 나타난 절차적 하자 논란이나 지하수 양도.양수 묵인 문제 등은 행정당국의 '실책'에 준하는 내용이나,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러한 부분은 쏙 빠진채 설명이 됐다.

'개발과 보전의 충돌'이나 '현행 법상 불가피성'을 반론의 줄기로 삼으며 양쪽 뺨을 다 맞고 있다고 호소했으나, 오라관광단지 논란은 개발과 보전의 충돌 보다는 절차적 문제 내지 환경정책의 원칙과 기준에서 촉발된 점이 크다. 

오라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 보여준 도정의 모습은 민선 6기 도정 출범 직후 이미 전임도정에서 행정절차를 마무리했던 제주시 노형동 초고층 빌딩인 드림타워 건립사업 등에 대해 긴급 제동을 걸면서 수정을 요구했던 당시 모습과는 크게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해, '정치적 결단'을 하지 않는 것은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법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