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소독시설에서도 겨울철 소독효과 등에 문제가 있어 미 권고되거나 유독성 또는 특정수질유해 물질이 포함된 부적정 소독제가 3분의2 가량 사용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이 공개한 농림축산식품부 '시·군별 사용 중인 소독약품현황' 분석결과 조사 대상 284개 거점소독시설 중 180곳이 부적정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AI 겨울철 소독제 선택 및 사용요령'을 통해 저온에서 효과적인 산화제 계열(산화제 중 차아염소산은 사용 지양)의 소독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산성제 등의 소독제가 산화제에 비해 빨리 얼어 겨울철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한 결정이다.
하지만 축산차량을 소독하는 AI 거점소독시설에서 사용 중인 소독제의 종류를 분석한 결과 산성제 등 미 권고된 소독제를 사용한 시설이 180곳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180개 거점소독시설에서 사용하는 미 권고 소독제 중에는 유독성 물질 또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이 포함된 소독제가 상당수 존재한다.
환경부가 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AI 소독제 중 벤잘코늄 등 유독물이 포함된 소독제는 38개 제품이며 포름알데하이드 등 특정수질유해물질이 포함된 제품은 9개이다.
이를 284개 거점소독시설에서 사용하는 소독제와 대비하여 분석해 보면 79개 거점소독시설의 소독제가 유독성 물질 또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또 이 소독제들은 모두 미 권고된 산성제 등의 제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검역본부 측은 "희석배율(소독제와 물을 섞는 비율, 즉 농도) 등 용법과 용량을 제대로 지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환경부 측은 "유독성 물질 포함 소독제의 인체와 환경에 대한 위해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고 희석배율이 실제 어느 정도가 될지는 알 수 없다"며 "무해 소독약품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위 의원실이 경기도 안성과 이천의 4개 AI거점소독시설을 점검한 결과 그 중 3곳에서 여전히 유독성 물질이 포함된 소독제가 발견됐다.
특히 정부는 소독제의 권장 희석배율을 고농도 2배 이상으로 변경했다가 다시 고농도 기준으로 원상회복시켰다.
위성곤 의원은 "검역본부측도 고농도 2배 이상의 경우 '기준보다 희석배율을 높이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음"은 인정하고 있다"면서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거점소독장소에는 사용한 소독약이 외부로 흘러가지 않도록 소독수회수시설이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함에도, 국민안전처 표본조사 결과 단 9%만 이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점소독시설 사용 소독제에 대한 분석결과 농림축산식품부 등 방역당국이 AI 방역과 환경 관리 모두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AI소독제 교체 등의 후속조치가 즉각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