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놓인 감귤정책 방향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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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놓인 감귤정책 방향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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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현우범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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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우범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헤드라인제주
감귤산업은 198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면서 ‘대학나무’라고 불렸던 적이 있다. 이 시절에는 감귤농사를 하면 먹고사는 것을 넘어 자식 교육에도 모자람이 없었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겨울철에 변변한 먹거리가 없어서 맛과 상관없이 생산량이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구조로 품질의 차별성을 인식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러던 중 1990년대에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 외국산 농산물 수입이 증가하면서, 과잉생산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가격하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적지 감귤원 폐원으로 4천여ha가 감소하는 등 감귤산업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여전히 제주 농업의 근간을 이루며 3만1천호의 농가가 감귤을 재배하며, 2015년 기준 농산물 조수입 1조 3,778억원의 44%를 차지하고 있어서 단일 품목으로 제주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중 있는 과수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생산자가 중심이 되었던 소비 1.0시대에서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소비 2.0시대로의 전환점에서 제주의 감귤산업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정과 생산자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토양피복, 간벌, 높은이랑, 성목이식, 품종갱신 등 고품질 생산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규격 재설정, 풋귤 기준 마련 등 정책의 변화를 추진해 왔지만, 감귤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생산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지원의 한계 등으로 인해 감귤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정책 추진의 한계에 부딪쳐 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감귤농가들이 소비 2.0시대에 대한 적응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 3.0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소비 3.0시대는 혁신적인 유통과 상품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시대로 고품질 감귤의 생산뿐만 아니라, 제주의 청정 환경에 대한 가치와 기능성, 물류 혁신 등 단순한 농산물의 범주에서 벗어나 점차 다양성을 띄고 있는 반면, 고령화 와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가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농업인 스스로 소비 3.0시대에 적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소비 3.0시대의 감귤산업은 농업인과 행정이 지속가능한 감귤산업, 경쟁력 있는 감귤산업 육성을 위한 동일한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을 마련해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보다 구체적으로 올 상반기 안에는 감귤정책을 대표하는 감귤조례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필자가 수차례 문제제기를 한 사항으로, 소비 2.0시대를 지나 소비 3.0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크기를 기준으로 상품을 규정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당도를 중심으로 하는 품질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칠레 FTA 이후 여러 나라들과의 자유무역이 본격화 되면서 체리·석류·망고·블루베리 등 다양하고 당도가 높은 과일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감귤과 경쟁관계에 있는 사과와 배, 딸기 등 국내산 과일도 수입과일과 경쟁하면서 당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소비 1.0시대를 대표하는 크기 기준을 고집하고 있는 감귤산업은 결국에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크기에서 당도로 기준이 전환되어야 농업인들의 재배방식도 다수확에서 고품질로 자연스럽게 전환이 이뤄지고, 감귤산업의 경쟁력을 온전히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의 선택기준인 맛을 품질기준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 반론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지금도 당도기준 적용이 늦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에 흐지부지 끝나버린 당도기준 병행적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너무 아쉬운 이유이다.

고품질 감귤생산의 목표는 맛이다. 맛이 좋은 고품질 감귤은 생산량이 많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감귤 조수입이 9,014억원이었던 지난 2013년도 감귤 생산량은 67만2천톤으로 평년보다 많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조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농업인들은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행정에서는 그 노력에 부응하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토양피복 사업을 희망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원확대와 당도기준의 품질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소규모 광센서기 보급, 산지경매 시스템의 운영 보완 등 미리 준비하여 추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다행히 농정에서 발 빠르게 설명회를 추진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하지만 듣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충분히 반영하는 실천도 매우 중요하다. 농업인들이 동의하는 감귤정책의 실천을 통해 우리 농업과 농촌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현우범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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