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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시장의 '무소불위' 권한행사와 감사위원회 '비겁함'

[데스크논단] 6억5천만원 '음악회'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
회계질서 문란 중대성 불구, 판결처분은 '경고'로 꼬리

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6.12.30 14:08:00     

1.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의 '비겁함'의 한계가 또다시 드러났다.

이번에는 지난달 11일 열렸던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포식' 행사와 병행해 열린 열린음악회에 대한 예산지원 문제 감사에서다.

당일 행사를 치르는데 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7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고, 이 전후 과정에서 예산 회계질서를 문란시킨 중대한 규정위반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위는 '꼬리'를 내렸다.

고경실 제주시장에게 '엄중 경고' 처분을 할 것을 요구한 것이 전부다. 공개된 감사결과의 내용에 비춰보더라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미약한' 처분이 아닐 수 없다.

감사에서는 공적자금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예산을 집행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제주시 당국이 스스로 예산 회계질서를 교란시킨 것도 모자라, 응당 이행해야 할 예산집행 정산마저 눈 감아준 사실이 확인됐다.

그 중심에는 '시장님'이 있었다. '시장님의 지시'라는 이유 하나로, 변칙적인 예산편성이 이뤄졌고, 행사가 끝난 후에도 음악회 주관사로부터 어떠한 집행내역이나 정산서 조차도 제출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에서 드러난 이번 일의 전후 내막을 살펴보면 이렇다.

제주시는 지난 10월27일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포식 및 열린음악회 지원계획을 수립했다. 같은 해 11월4일 주관 방송사와 음악회 프로그램 제작 협찬을 위해 약정을 체결했고, 일주일 후인 11월11일 음악회가 열렸다.

총 예산 7억원 중 6억5000만원은 방송사 열린음악회 협찬금으로, 나머지 5000만원은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정 100인 모임'에서 선정한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포식 행사비로 집행됐다.

불과 보름 사이 예산지원 계획에서부터 약정체결, 행사개최 등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2.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어느 것 하나 절차와 규정에 맞게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첫째, 예산편성의 과정에서도 기만적 행태가 버젓이 행해졌다.

제주시는 9월 초순쯤 고경실 시장이 쓰레기 줄이기와 문화예술을 연계한 열린음악회 행사를 개최하라고 지시하자, 이 행사를 '민간위탁금'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내용으로 2016년 하반기 지방재정 투자사업에 반영하고 9월26일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투자사업에 대한 심사의뢰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음악회 행사의 지원예산은 '민간위탁금'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10월2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추가경정예산안에 이 사업예산을 올릴 때에는 지방재정투자사업에서 기술했던 내용과는 다르게 '행사운영비'로 올렸다.

제주시에서 직접 주최.주관하는 행사인 것처럼 '눈속임' 포장을 한 것이다.

그 이유는 민간위탁금으로 편성될 경우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주최측의 자부담이 매칭돼야 해, 자부담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행사운영비'로 변칙 편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행정당국 스스로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의를 무력화시킨 격이다.

둘째,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도의회와 도민들을 우롱한 사실이 밝혀졌다.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예산편성서에는 행사운영비라는 비목으로 사업명을 '문화.환경 빅콘서트'(7억원)로 적시해 심의를 받았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의회 내부에서도 한때 혼선이 생겼던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치 이날 하루 소요되는 7억원이라는 예산이 모두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를 위한 행사인 것처럼 사업명을 작위적으로 지어냈다. 솔직하지도 못하고, 당당하지도 못한 편법적 방법이다.

이 음악회의 특성상 쓰레기 줄이기 정책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홍보될 수 있을까 하는 효과의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부기명에서부터 솔직했어야 했다.

또 음악회 사업예산은 그 성격에 맞게 '문화관광분야'로 편성하고,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포식 행사는 '환경분야'로 명시해야 옳았다. 그러나 제주시는 이 최소한의 기본마저 지키지 않으면서 의회와 도민들을 철저히 기만했다.

행사운영비 규모가 막대함에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고, 편성내역도 당초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의 때 다르고, 추경예산 때 다르고 하는 문제가 확인됐다.

사실상 민간위탁으로 행사를 추진했음에도 도의회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았고, 원가심사도 받지 않은 문제도 드러났다.

셋째, 더욱 황당한 것은 11월4일 주관방송사와 약정서를 체결함에 있어 제주시당국이 이해못할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약정서에는 '행사 종료 후 정산 등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약속한 날까지 주최측의 당좌계좌에 입금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은 취소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행사가 끝나더라도 정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를 기재하고 서명을 한 것이다.

6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이 지원되는 사업에 대해 정산절차를 생략해주기로 합의한 것은 일반 시민의 눈 높이에서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최소한 지원된 금액이 적정하게 집행됐는지 확인하는 정산서 정도는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주시당국은 이번 행사와 관련해서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전락했다.

민간에 지원되는 공적자금의 경우 단돈 100만원이라도 엄격한 정산서를 요구해 온 갑(甲)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는 행정당국의 신뢰성을 스스로 실추시킨 창피스러운 모습이자, 나아가서는 시민의 자존을 훼손하는 것에 다름없다.

앞으로 이번 음악회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면서 정산서 생략을 요구할 경우 '공평한 잣대'를 적용해 모두 수용해줄 자신이 있어서 그랬던 것일까.

서류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묻지마' 식으로 이뤄진 이번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주듯, 감사 진행과정에서 주관사로부터 제출받은 집행내역에 기재된 용어에 대해 해당 부서장이 무슨 내용인지 몰라 쩔쩔 맸다는 후문이다.

3.

문제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감사에서 제주시 당국은 시종 억지변명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타 시.도의 사례와 동일한 수준에서 지원해준 예산과 비교해 계상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타 시.도의 지원금은 많아야 2~3억원이었다.

변칙적인 예산편성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시장의 지시에 따라 불가피하게 추진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이 없는 행정'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던 고경실 시장이 정작 부하 직원들에게는 시키면 그대로 복종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고 시장은 감사위에 제출한 입장자료를 통해 "열린음악회 프로그램 행사를 지시한 사람은 시장 본인이며, 관련된 모든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 시장의 이 입장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그의 말 속에서는 자신에 대한 신분상 처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오만함이 있어 보인다.  

잘못된 행태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이다. 

최근 쓰레기 줄이기 정책에 대한 언론 인터뷰 중 자신은 선진국 문물을 터득한 사람이고 시민들은 '우둔'한 사람인 것처럼 하며, 행정의 '우월주의적' 인식을 드러내 논란을 빚었던 것과도 오버랩됐다.

이 때문이었을까.

감사위는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중대한 규정위반의 사실을 적시하는 장황한 판결문을 써놓고도, 처분사항에는 제주시장에 대해서만 '엄중 경고' 처분을 요구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예산낭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지난 곽지해수욕장 해수풀장 조성사업에 대한 감사 때와는 달리 재정적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결재라인 선상에 있는 일반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도 요구하지 않았다.

더욱 의아스러운 것은, 정산서를 받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강하게 지적하면서도, 지금에라도 정산서를 정확히 제출받으라는 요구도 처분도 없었다는 점이다.

정산 후 부적정한 집행내역에 대한 예산 회수조치 요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산서 제출요구는 응당 이뤄졌어야 함에도, 감사위는 경고처분 요구 하나로 끝났다.

정무직 공무원에게 실익이 크지 않은 '경고' 조치 하나로 모든 것을 덮겠다는 것이다. 감사위는 왜 이런 비겁함을 보였는가. 

행정시장의 무소불위의 권력행사 하나 제대로 통제 못하고 꼬리 내린 감사위원회의 비겁함.

제주시장을 위시한 지방권력 때문인가, 아니면 '방송'이라는 언론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가.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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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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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profile photo
공감 2017-01-03 19:01:30    
용기있고 당당한 기사
11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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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소리 2017-01-01 21:22:40    
이런 일 다른 사람했으면 중징계 및 변상조치 했을걸요- 7천만원도 아닌 7억을요-도민혈세 낭비에 이런게 관대하시지요- 이해가 절대 안되네요- 공연내역서도 없고 정산도 없고 지금도 이런 시대입니까?-시장이 지시라 해도 담당자는 이러면 안되죠-작은 회사도 이런 회계 없어요- 모든 공무원들 이렇게 처리해도 통과됩니까?
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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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2016-12-31 10:00:14    
자기 집만 아니면, 제주도는 쓰레기로 넘쳐나든 상관없다는........자기는 빼고 청소차량, 청소인원등만 늘리는 것이 해결방안이라고.........쓰레기 줄여서 환경보호하자는 시장한테 무슨 촛불을 들어 반대하겠다는 어이없는 비방.......시범기간을 거쳐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면 될 일이고.......아무때나 아무렇게나 버리지 말고 요일배출제에 따라 버려달라는 것은 집에 쓰레기만 쌓이게 한다는 억지........비난과 불평은 자유이나 그 만큼 제주미래도 돌이켜 보길......
22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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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소리 2016-12-31 10:38:51    
뭔소리지 하는 건지...쓰레기. 배출요일제 추진에 따른 홍보행사가 부적절하게 사업비를 잡행했다는 걸 지적하고 있는게 핵심인데... 그것도 상식을 벗어난 금액이고 있을 수 없는 절차상의 하자가 너무나 명백한데 단순히 경고로 끝나는데 말이되냐구요?..?그 돈이 누구 돈인데
119.***.***.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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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2016-12-31 11:55:19    
문제가 있다면 행사 전에 그 규모나 방식에 대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을텐테.........
지금에 와서......도감사위의 결정이 내려진 마당에........의도가 불순하다는 의심이 들게.........
글구 쓰레기줄여 환경보호하자는 대의가 당장 불편하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여론을 빌미로........
끝발없는 시장을 길들이려는........누가뭐래도 제주미래를 위해 욕먹을 거 각오하고 쓰레기문제 해결하려는 시장의 열정만은........청정과 공존의 제주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22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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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소리댓글 똑같아 2016-12-31 21:33:47    
어.. 윗분(억지. 의욕.) 제주의소리 댓글하고 똑같네여^^
1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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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 2017-01-01 12:06:56    
남 댓글 엿보고 무슨 비방 할까 고민할 시간있으면, 좀더 진지하게 미래후손을 위해 어떻게 청정하고 안전한 제주를 물려줄까 생각하고, 그 출발점으로 쓰레기를 자신부터 줄여나갔으면 합니다.
11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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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6-12-30 16:03:28    
제주도감사위원장은 언론사 기자 출신이다.
그리고 지상파 TV방송사에서 예산을 받아 먹든 나눠먹든 감히 제주도감사위원회 정도가 뭐라할 수 있겠나?
이 기사 헤드라인말고 보도한 언론사가 없는 것 같은데 오보란 말인가? 감히, 우리 제주도에서 지상파 TV방송에서 예산 좀 떼어 먹은것 가지고 시비를 걸 기관단체는 없다는것이 현실이다.
1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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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6-12-30 16:52:33    
김영란법 위반으로 제주시장과 TV방송사를 고발해서 수사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예산을 과다하게 지원하여 언론사에 부당 이익을 취하게 만든 것이 김영란법위반인지를 따져보아야할 사례이다. 이게 만약 그 법에 저촉이 된다면 제주시장과 언론사는 처벌받게될 것이다.
김영란법은 부당한 청탁이 없이도 공무원이나 언론사에 10만원 이상 선물을 하면 적용할 수 있는 법이므로 언론사가 몇 억원 가량 이익을 받았다면 당연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공익단체나 NGO 차원에서 수사해 달라고 고발을 하고 대법원 판례를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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