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가 제주합창단 평가위원...점수표도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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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가 제주합창단 평가위원...점수표도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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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웅 전 지휘자, 22일 실적평가 관련 기자간담회
"비전공자가 외부평가...점수표도 공무원이 '멋대로'"

제주합창단 조지웅 전 지휘자에 대한 재위촉 결정을 앞두고 있었던 제주시의 실적평가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외부위원에게 맡겨 진행됐던 음악평가도 사실상 비전문가에 이뤄진데다 문제점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시는 평가위원과 평가 기준에 대해 수개월간 비밀로 해왔으나, 조 전 지휘자와의 제주시간의 노동위원회 심판 과정과 행정소송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22일 오전 10시30분 기자 간담회에서 이 내용에 대해 공개했다.

올해 초까지 이뤄졌던 조 전 지휘자 및 제주합창단에 대한 평가는 크게 행정평가와 음악평가 두 분야뤄 나눠 이뤄졌다.

이 가운데 행정평가의 경우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해 온 것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관련부서에게는 경고, 관련 공무원에게는 훈계 및 경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조 지휘자가 새롭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음악평가로, 사실상 비전문가에 의해 이뤄진데다 평가표도 공무원이 멋대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음악평가는 세부적으로 △연주회 관람평가 △연주회 기획 및 운영 평가 두 부분으로 나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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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합창단 조지웅 전 지휘자가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초 이뤄진 실적평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조 지휘자는 "2년 전 이뤄졌던 평가에서는 80점대 후반으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이뤄진 평가에서는 평균 점수가 60점대로 갑자기 추락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2년 전에는 모 대학교수와 다른 국.공립음악단의 단장 등 전문가가 평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번 평가는 객석 확보수.전문가 비평 등이 확연하게 좋아졌음에도 점수는 추락했다. 평가위원이 바뀌었다고 해도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자질 없는 위원에 의한 평가...받아들일 수 없어"

그는 첫번째 문제로 평가위원의 자질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시는 평가위원을 위촉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위촉했다고 주장했다.

제주시가 구성한 심사위원의 소속 및 전공을 살펴보면 2명의 위원 중 A위원의 경우 음악평론가로 작곡과 음악평론을 전공한 것으로 돼 있으며, B위원의 경우 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 지휘자가 입수한 자료 내용과 직접 통화한 내용을 살펴보면 A위원의 경우 국내 모 대학에서 개신교 '신학'을 전공했다. A위원은 이후 독일의 한 대학에서 '음악철학' 또는 '음악미학'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과목에 대한 석사과정을 밟기는 했으나, 이를 마치지 못해 학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지휘자와 A위원이 통화한 내용에서 A위원은 스스로 해당 과목을 마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A지휘자는 음악과 관련없는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석사 과정도 연주와 관련도 없는 과목에 대해 입학만 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A위원은 제주로 와서 작곡가.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학위 세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위원이 제주합창단 정기연주회에 대해 평가한 한 평가서를 공개하며 "'정기연주회에서 청중의 집중이 필요한 '미사곡'을 첫 곡으로 배치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평가했지만, 그 곡은 '미사곡'이 아닌 '미저리(자비)'로 전혀 엉뚱한 평가"라며 "자격이 있는 사람이 이름을 걸고 제대로 평가를 한 것인가? 점수 자체를 문제삼는게 아니고, 양심을 걸고 제대로 평가를 했는지 묻고 싶다. 저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B위원의 경우 성악가이기는 하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결과 '성악' 외의 분야는 사실상 전문가가 아닌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조 지휘자는 설명했다.

◆"점수표 '멋대로' 바꿔놓고 '전문가 의뢰했다' 거짓말"

조 지휘자는 제주시가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 점수표도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평가는 중요하기 때문에, 사기업에서 조차 평가체계를 바꿀때 노사가 모두 치열하고, 일정 기간을 두고 적용하게 된다"면서 "제주시는 저에 대해 평가를 할때 기준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평가를 앞두고 제주시는 전문가에 의뢰해 세부지침을 바꿨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알고 보니 공무원이 멋대로 점수표를 바꿨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지휘자는 "공무원이 멋대로 바꾼 평가표에서는 '주제'를 그렇게 강조했다"면서 "제가 부임하기 전 모든 정기연주회는 '몇회 정기연주회' 이런 식이었지만, 부임 후에는 모두 주제가 있는 연주회였다. 하다못해 '찾아가는 연주회'까지도 주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점수는 61점에 불과했다"고 평가표에 따른 평가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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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합창단 조지웅 전 지휘자가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초 이뤄진 실적평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문제가 있으면 덮지 말고 잘못 된 것 바로잡아야"

현재 제주시는 조 지휘자에 대한 중앙노동위 심판 결과에 대해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복직 결정이 내려진 조 지휘자를 '지휘자'가 아닌 '연구위원'으로만 위촉하고 지휘봉을 잡지 못하도록 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조 지휘자는 "제가 도의.도덕.실력적으로 잘못했으면 담담하게 인정하고 제주를 떠났을 것"이라며 "하지만 너무나 억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에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돈 때문이었다면 노동위원회에서 중재할 때 협의를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저를 믿고 바라봐준 분들과 제 스스로 양심이 돈을 받고 다른 곳을 가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 보면 이번 문제는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고 10여년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자격없는 몇몇 단원과, 공무원의 전횡으로 불거진 것 같다"면서 "제가 돈을 받고 물러나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지휘자는 "예술단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돌아가는 단체"라며 "예술단에 잘못된 것이 잎으면 회피하고 덮으려 하지 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판단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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