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한 할머니 '백만원 봉투' 들고 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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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한 할머니 '백만원 봉투' 들고 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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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이야기] 할머니의 '백만원 봉투'

지난 2015년 봄,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매일 봉헌되는 길거리 미사에 참석한 한 주민을 경찰이 심하게 고착한 것에 항의한 일이 있었다. 물리적으로 과도한 고착과정에서 연세 많은 주민이 발버둥치며 항의하던 중 발생한 문제로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되었다. 올해 10월, 결국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 주민은 자신의 벌금에 보태달라며 100만 원을 들고 마을 활동가의 집에 찾아오셨다. 평화활동가 딸기의 글을 공유한다. 

어젯밤, 70세가 넘은 할머니 한분이 집에 오셔서 100만 원짜리 봉투를 두고 가셨다. 미사에 자주 참석하시는 할머니이신데, 고착에 항의하며 발버둥치다 여경을 때린 혐의로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 받으셨다.

할머니는 그날 고착이 심해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찜질하고 며칠을 고생했다. "심한 고착에 그저 발버둥을 친 것이다. 고의적으로 때린 것은 아니다"라고 호소했지만 법원은 결국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우리집에 가지고 오신 돈 100만 원은 피같이 모은 벌금 지원금에 일부라도 자신이 보탬이 되어야겠다 해서 가져오신 돈이다. 너무 화가 나서 벌금 안내고 감옥에 가 노역을 살고 싶지만 주변의 걱정 때문에 그것도 못하니 100만 원이라도 보태고 싶단다.

감귤 농사를 짓는 할머니네 귤밭 귤은 그야말로 꿀맛이지만 올해 귤나무는 해거리를 하는지 예년만큼 귤이 많이 나지 않아 귤을 다 팔아야 500만 원이 될까 말까 하다. 감귤 값보다 인건비가 더 쏠쏠해 귤 팔아 버는 돈보다 귤 따기 알바로 버는 돈이 더 많지만 아이들 공부시키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사기치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준 땅에 대한 애착으로 그 밭을 일궈 오셨다.

그러니까, 할머니의 100만원은 일년 농사의 1/5. 그러니까, 할머니의 100만원은 평생 농사의 결실이다. 또한 할머니의 100만원은 귤밭 가꿔온 애착, 할머니의 100만원은 불평등의 상징이기도 하다.

권력을 틀어쥔 지배계급은 어떻게든 버티면 되지만, 억압받는 사람들은 버티면 감옥이다. 요즘 현실을 보면 한국사회가 '진짜 범죄자'에게 이토록 관대한 곳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강정에서는 조금만 버텨도 곧장 연행하고 구속시키고 벌금을 매기면서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온갖 권모술수를 쓰며 사람들을 압사시키더니, 대통령이란 지위로 사익을 챙긴 박근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며 권력욕에 눈이 먼 새누리당, 수백억을 상납하고 수천억의 이익을 본 재벌에게는 관대하다.

그들이 자기들 주머니 속 잔돈처럼 써온 수백, 수천억 원의 돈은 할머니의 100만 원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돈이다. 아우성치는 불덩이 같은 화가 모인 100만 원이다.

강정에서 평화를 지킨다는 죄로 부여된 벌금 4억 원, 그리고 해군이 삼성물산에게 전해준 280억중 강정주민들에게 배상하라고 청구한 34억 5천만 원. 수백억, 수천억을 천 원, 이천 원 쓰듯 하는 지배계급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그 돈. 삶의 치열함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든 지배계급의 뻔뻔함에 나는 구역질이 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는 인간의 사회가 아니다. <글/딸기>

* '강정이야기'는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소식지 '강정이야기' 발행위원원회와의 협의 하에 기획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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