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스포츠 '보치아' 선수들의 남모르는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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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스포츠 '보치아' 선수들의 남모르는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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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이야기] "우리도 운동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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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규섭 제주장애인자립센터 간사 ⓒ헤드라인제주
‘보치아(boccia)’는 장애인 중에서도 최중증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 중 하나이다. 손발의 움직임 자유롭지 못한 뇌성마비 중증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이 참가할 수 있는 스포츠인데 가죽으로 된 공을 굴려 표적구와의 거리를 비교, 점수합산을 통해 경쟁하는 패럴림픽 정식 구기 종목이다. 동계 스포츠인 컬링(curling,각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빙판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을 미끄러뜨려 표적 안에 넣어 득점을 겨루는 경기이다)과 유사한 면이 있다.

나는 보치아 선수의 홈통 보조 및 코치로 활동하며 여러 차례 대회에 참여를 해왔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선수들의 남모를 고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경기를 관람만 하는 사람들이 쉽게 말할 수 있을만한 스포츠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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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치아 경기모습 ⓒ헤드라인제주

그간 주위 많은 사람들이 아직 ‘보치아’는 생소한 비인기 비주류 종목으로만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나 또한 여러 차례 경기를 겪어보기 전까지는 몰랐었기 때문에 그 시각에 대해서 부정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검색해 보면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바르셀로나(1992), 애틀랜타(1996). 시드니(2000), 아테네(2004), 베이징(2008), 런던(2012)에 이어 2016년 리우 패럴림픽까지 총 8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자랑스러운 효자 종목이 바로 보치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보치아 선수들의 하루'

선수들은 경기 일정이 있는 날에는 시합참가를 위해 꼭두새벽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씻기 위해, 아침을 먹기 위해, 숙소에서 나오기 위해, 경기장까지 이동을 하기 위해서.

보치아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모두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 이동성 장애인이기 때문에 동행자의 보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 준비시간이 긴 반면 빠듯한 일정에 맞춰야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한다. 또한 층간 이동시에도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고 한정적인 곳에서 많은 선수들과 함께 식사하기 때문에 숙소에서의 아침 풍경은 늘 경기장 못지않은 긴장감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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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버스를 타고 이동 중인 보치아선수단(왼쪽), 활동보조와 함께 이동 중인 보치아선수단(오른쪽) ⓒ헤드라인제주
숙소와 경기장의 이동시에도 출전하는 지역 팀마다 전용 차량이 배정되지 않는 한 주기적으로 순회를 도는 리프트 차량에 순차적으로 탑승해야한다. 이동지원 되는 순환차량도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철저히 신경 쓰지 않으면 서둘러 기본적인 준비를 마치고도 일정소화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정상 바로바로 배정 차량이 없을 경우는 당일 경기 일정이 끝나고도 차량이 순회를 시작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몸이 불편한 상태로 휠체어에 오래시간 앉아 있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 일정이 가득한 날에는 준비시간부터 숙소에 들어가는 시간까지 15시간이 넘는 일이 발생되는 경우도 있어 선수들의 육체적 부담이 가중되곤 한다고 했다. 현재는 주최 측에서 상당한 의견을 모아 조정을 하여 이동차량 운행에 관해서는 그나마 많은 부분이 개선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힘겨운 일정에서도 선수들은 오직 보치아 경기를 위해서 촘촘한 일정들을 감당해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다. 경기에 참여하여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애쓰며 힘든 내색도 없이, 오히려 코치 및 보조자들을 계속 격려하고 미소를 짓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곤 한다.

◆ "이렇게 우리는 해내고 있었다." "우리는 뜨겁다."

이렇게 준비가 끝나면 이제는 경기장에서 또 다른 시작이다. 경기시간 30분 전부터 콜룸(선수대기실)에서 대기를 하면서부터 자신과의 싸움은 시작된다. 평상시보다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작전을 짜고 시합 전 긴장감을 온몸에 받으며 도전자의 자세로 경기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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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치의 도움을 받아 '홈통'이라는 보조수단을 이용해 경기 중인 보치아 선수들 ⓒ헤드라인제주

경기가 시작되면 라운드마다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선수는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는 보조자가 움직이는 시간도 포함되기 때문에 서로 간의 호흡은 물론 동작의 신속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만큼 연습한 성과에 따라서 경기의 많이 흐름도 달라진다. 경기 후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경기 과정에서 저지른 작은 실수가 마음에 남아 눈물을 흘리는 선수, 승리의 기쁨에 소리치며 전율하는 선수, 판정에 울분을 토하는 선수, 생각에 잠겨있는 선수 등 다양하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는 더 잘하자, 돌아가서 더 열심히 하자, 이렇게 서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다가올 경기를 위해 다시금 함께 다짐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최선을 다해 그 동안 애쓴 모든 것을 시합에서 배출하고서야 마침내 승자가 가려지게 되는 스포츠의 세계, 노력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순간들을 지켜보면 이렇듯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이 글을 쓰면서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선수들의 고생에 대해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었다. 내가 겪고 있는 보치아 경기는 작은 동작 하나에도 선수의 깊은 고민이 배어 과학적으로 측정되는 장애인 스포츠이다. 또한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본인 스스로의 기량을 무궁무진하게 보여줄 수 있는 종목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 중증장애인의 스포츠 열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또한 열악한 환경이 점차적으로 더 개선되어 보치아 선수들이 앞으로도 운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곽규섭 제주장애인자립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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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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