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많이 깨끗해졌다"...시민들 "이건 답이 아니다"
[종합] 제주의 최대 골칫거리로 등장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생활쓰레기 배출 요일제'가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가 시행 7일간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쓰레기 발생량이 20%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쓰레기 발생량 줄이기를 목표로 해 이달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쓰레기 정책의 핵심은 '재활용품 배출 요일제'.
불에 타는 쓰레기(종량제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배출이 가능하지만, 재활용품과 불에 안타는 쓰레기(불연성 전용 수거 포대기)는 해당 요일에 한해 배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요일별 배출 가능한 쓰레기는 △월요일 플라스틱류(페트병 등) △화요일 종이류(박스, 신문, 책, 우유팩 등) △수요일 캔, 고철류 △목요일 스티로폼, 비닐류(라면.과자봉지, 비닐 등) △금요일 플라스틱류(페트병 등) △토요일 불에 안타는 쓰레기(깨진 유리, 연탄재, 자기류 등) 및 병류 △일요일 스티로폼.
플라스틱류만 주 2회 배출이 가능하고, 나머지 유형의 생활쓰레기는 주 1회 해당 요일에 배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클린하우스 쓰레기 배출시간이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된다.
그동안 24시간 아무때나 배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정해진 외의 시간에 배출하면 단속을 받게 된다.
제주시는 요일제가 시행된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공무원 1465명, 청결지킴이 700명, 자생단체회원 1200명 등 3358명을 매일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19개동 클린하우스 1108개소 중 외곽지역 142개를 제외한 966곳에 배치해 계도활동을 벌였다.
고경실 제주시장은 8일 이와 관련해 브리핑을 갖고, "지난 일주간 가연성, 음식물, 재활용품 쓰레기 발생량을 시행전 일주일과 비교할 때 20%가 줄었고, 클린하우스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다"면서 "넘침 현상으로 불결하던 클린하우스가 매우 깨끗해졌으며, 시민들의 분리배출도 많이 성숙해 졌고,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발생량 감소'라는 확실한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제주도청과 제주시 인터넷 게시판에 쏟아지는 민원은 크게 '쓰레기 배출 요일제'와 '배출시간' 지정에 따른 내용으로 나뉜다.
먼저 '요일제'에 대한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쓰레기 요일별 분리수거 너무 한거 아닙니까? 쓰레기 발생량 줄이려는 목적이라는데, 그 주에 못버리면 2주를 기다려 한다는 겁니까? 어느 분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모르겠네요."
"이 정책은 클린하우스는 깨끗해질 수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 처방책은 아닙니다. 각 가정은 쓰레기 더 지저분해질 수 있습니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쓰레기도 제주도민이 떠안아야 하나요?"
"요일별 배출이 어떻게 쓰레기 발생량 감소로 이어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요일별 배출이 불편하기 때문에 소비를 안해서 줄어들거란 말인가? 아니면 분리 수거 포기하고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다 때려넣어서 줄어들거란 말인가."
"요일별로 매일매일 쓰레기 배출하러 나가라고 하는 건가? 매일 쓰레기 버리러 가는 것을 출퇴근하듯 하라는 것냐. 가뜩이나 먹고 살기 바쁜데."
"쓰레기 줄이기와 분리수거에는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문제가 있다. 요일을 지정해 한가지만 배출하는 것은 각 가정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 준다. 일주일 내내 매일 365일동안 쓰레기가 집안에 쌓여 있어야 하고, 오늘 버리는 한 가지를 제외한 6가지 쓰레기는 집에 그대로 놔둬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요일제 한 후 요며칠 동네 클린하우스는 많이 깨끗해졌다. 그러나 길거리는 난장판이 되었다. CCTV 안달린 공동주택 빌라 주차장 모퉁이에 버젓이 버려져 있는걸 여러번 목격했다. 앞으로 야산이나 텃밭에 무단투기 많아질 것이다. 요일제 다시 조정해야 한다."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로 한정된 배출시간에 대한 불만도 폭주했다.
"배출시간은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가 적당할 것 같다. 주간에 일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야간에 일하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현행 18시부터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배출시간대에 집에 없는 사람은 어떡하나. 그 시간에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돌아와 돌봐야 하는 부모들은 어떡하나. 그 시간에 못버리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이 정책 만든 분들) 정말 쓰레기 버려보셨나. 너무 비효율적인 정책이다."
"쓰레기 버리는 시간을 딱 정해 놓아버리니 오후부터 새벽까지 일하는 사람들은 어찌 버리라는건지. 요일별로 나눌거면 종이+스티로폼 / 플라스틱+캔,고철 이렇게 두개씩 버리게 하시지 종이는 일주일중에 하루만 있어서 일주일동안 쓰레기를 집에 모아두었다가 버리라는건가요?"
"분리배출 요일과 시간제한은 매우 불필요합니다. 6시부터 12시까지 제한을 두는것이 가장 큰데 그렇게 처리를 하면 그 시간대에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어린 아이들이 있는 부모는요? 밤에 일하는 사람들은요? 원룸에 살아 공간도 적은 사람들은 쓰레기를 매일 품고 살아야 하겠죠. 어딜봐도 분리수거, 쓰레기 안 버려본 사람의 정책인 듯합니다."
"도민들은 관광객들이 들어옴에 따라 혜택을 받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을 하시는 분이 공무원을 하시니 제주도가 이 모양이다. 제주도민 탓으로만 돌리지 마세요."
제주시는 지난 일주일간 인터넷신문고 및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총 491건의 쓰레기 관련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내용별로는 △배출시간 조정이 404건(82.3%)으로 가장 많았고, △품목별 배출일 조정 84건(17.1%) △기존제도 유지 3건(0.6%)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의견을 낸 배출시간 조정 404건을 업종별로 분석해보면 어린이집, 병원, 초등학교, 산후조리원, 요양원, 숙박업소, 일반사무실 등에서 조리사 및 청소인력 조기 퇴근에 따라 배출시간을 오후 3시부터 가능할 수 있도록 한 경우가 146건이다.
맞벌이부부, 야간근로자, 독거노인 등 107건은 24시간 배출, 영업종료시간이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자영업소 122건은 새벽 4시까지 배출시간을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배출품목 조정사안에 대해서는 자영업.숙박업 33건, 학교.약국.일반사무실 32건, 개인 22건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시민들의 개인적 불만도 적지 않았다.
이번 제주시가 발표한 '20% 감량'에 대해서도, "감량이 아니라 집에 쓰레기를 모아두었기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실제적 쓰레기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반박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고 시장은 또 "이처럼 배출시간이 저녁 6시부터 12시 자정까지로 제함됨에 따라 음식물쓰레기인 경우는 다시 되가져 갈 수 없어서 RFID장비 주변에 무단 방치하는 사례가 나타났다"며 "병류인 경우에는 상가지역에서 다량 배출됨에 따라 수거함 넘침 현상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품목별 배출일 조정 요구는 상가지역에서 병류·스티로폼·종이류 다량배출 특성에 따라 배출일을 추가지정해줄 것을, 학교·약국·사무실 등 주말 휴교·휴무 등으로 주말 배출품목을 평일에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시민의견 사례로 배출시간 시정요구에 대해 가장 문제가 됐던 음식물쓰레기 배출시간에 대해 시민불편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지난 6일부터 종전대로 24시간 배출 가능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의견에 대해서는 시범운영 1주일간의 데이터를 가지고 문제점으로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유의미한 해석에 한계가 있어 최소 1개월 이상 비교검토를 한 후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시에 앞서 한달 먼저 시범 시행한 제주시 당국 역시 이번 정책에 대한 일정부분 조정 필요성을 공감한다는 것이다.
고 시장은 "제도를 시행하다보니 시민 불편이 있는것은 사실"이라며 "많은 시민들을 만나면 오후 4시부터 해달라거나 아침 또는 새벽까지 늘려달라고 의견을 내고 있다. 이 부분은 제주도와 협의하고 의견을 집약해서 조례개정에 반영해 여름.겨울에 따라 배출시간에 유연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6월 말까지 시범운영기간이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해 반영해 나갈 것"이라며 "조례문제는 단순하게 제주시 문제가 아니고 전역에 영향 주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제주도에 제기할 생각. 도와 이야기해서 1월1일부터 하던가 결론 나면 바로바로 필요한 부분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는 음식물쓰레기의 24시간 배출 허용과 함께, 상점가 등 특정 재활용품이 다량 발생하는 지역에는 임시로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계속 쏟아지면서, 이번 정책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