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설대' 애국선구자 경모식과 보훈청장의 '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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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설대' 애국선구자 경모식과 보훈청장의 '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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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동 연미마을에는 '조설대(朝雪臺)'라고 새겨진 바위가 있다.

조선 말기 면암 최익현의 가르침을 받은 12인의 젊은 유학자들이 1904년 의병결사단체인 '집의계(集義契)'를 결성했고, 이듬해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오라동 망배단에 모여 선언문을 낭독했는데, 이 곳 바위에 '조설대'를 글을 새겼다.

'조선(朝鮮)의 수치를 설욕(雪辱)하겠다'는 의미다.

조설대는 2010년 국가지정 현충시설로 지정됐고, 오라동 주민들은 이곳에서 경모식을 개최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의 스토리텔링 관광코스인 '면암유배길'로도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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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용해 제주지방보훈청장.ⓒ헤드라인제주
올해 '제4회 조설대 집의계 애국선구자 경모식' 행사는 지난 3일 개최됐다. 그런데 이번 행사와 관련해, 황용해 제주지방보훈청장의 돌발적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발언은 6일 열린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심사에서 이선화 의원(새누리당)이 "오라동 조설대 경모식 행사 관계자들이 보훈청을 찾아갔다가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황 청장은 "범죄인이 파출소를 왔을 때 파출소장은 어떻게 대하느냐"고 뜬금없는 말을 했다.

이 말에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자신을 찾아온 주민들을 '범죄자'로 간주했다는 얘기를 너무도 서슴없이 했기에 의원들은 크게 격분했다.

안창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주민들을 파출소 범죄자와 비교할 수 있느냐. 도민을 얼마나 무시하면 그런 발언을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김경학 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범죄자처럼 간주한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황 청장은 "오라동 주민들이 기리려는 옛 선조들은 국가가 인정하는 애국지사가 아닌데도 불법적으로 애국지사로 표현하고 있다", "애국지사가 아닌데 애국지사 칭호를 사용하는 것은 기망행위이고 처벌대상", "두차례나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애국지사를 사칭하는 것은 사기행위"는 등의 입장을 밝히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한차례 정회까지 가는 소동 끝에, 다시 속개한 후에야 황 청장은 "비유적으로 언뜻 떠오른 것이다. 선량한 주민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됐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사과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황 청장의 '범죄인' 발언은 사과 한마디로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설령 주민들이 '애국지사'와 '애국선구자'의 개념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고 사용했다 하더라도, 황 청장의 발언은 도를 한 참 넘어섰다.

주민들에 대한 모독은 물론이고, 항일의 기개를 불태우고 울분을 토했던 '조설대'에 깃든 정신을 폄훼하는 것에 다름 없기 때문이다. 청장을 찾아갔던 주민들이 받았을 모욕감은 직접 보지 않아도 그 정도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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