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건설 '불변' 천명, 그리고 불쑥 꺼내든 '카드'는?
상태바
제2공항 건설 '불변' 천명, 그리고 불쑥 꺼내든 '카드'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제2공항' 발표문 주요내용과 쟁점
공항발전계획 '시혜성 카드' 불쑥...'의혹.갈등 해소'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7일 1년여간 많은 논란과 의혹,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란 사실상의 '강행' 입장을 천명했다.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도의회에서 "제2공항 관련 의혹을 해소하고, 주민들의 환영 속에서 사업 추진"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원 지사의 이날 입장은 '제2공항 개발 국가사업 본격추진과 관련하여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도민 담화형식으로 발표됐다. 제2공항 건설사업이 본격 추진되니, 도민들께서 힘을 실어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원 지사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예산도 국회를 통과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제주 제2공항 개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면서 제2공항 건설사업이 본격화됨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임을 강조했다. 앞으로 진행과정에서 제기된 논란이나 우려를 해소하고, 대화 협의기구를 구성해 운영하는 한편, 주변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해 경제적 실익을 뒷받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원 지사는 "제2공항은 제주의 미래를 위한 번영과 희망의 거점이다. 지금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제주도민과 제주미래를 위한 제주의 대역사가 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가겠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힘을 실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2.jpg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7일 제2공항 건설계획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후,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주권공항인프라확충 범도민추진협의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1.jpg
▲ 7일 제2공항 건설계획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헤드라인제주

그러나 이날 입장은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1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 많은 갈등과 논란 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기적 촉박함 속에서 불가피함은 그렇다 치더라도, 뭔가 일의 선후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제2공항 건설을 국가사업으로 본격 추진한다는 '선언'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의아스러움이다. 원 지사의 발표문에서는 국회의 예산통과, 그리고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두가지를 들었다.

도민사회 내 주체적 환경 속에서 달라진 점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해 서귀포시 성산읍을 예정지로 한 제2공항 건설계획을 확정 발표했던 지난해 11월10일, 그 때와 1년이 지난 지금과 비교하여 제2공항을 바라보는 제주도민들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제2공항 건설계획 확정 발표 후 정부 차원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됐지만, 제주도 내적으로는 논의의 진척이 사실 거의 없었다. '깜짝 발표'로 삶이 터전을 잃게 된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큰 충격과 불안, 생존권 투쟁, 갈등 심화, '용역 부실' 등 각종 의혹 분출 등이 쉴새없이 이어졌고 어느 문제 하나 깔끔한 해결은 되지 않은 상황이다.

갈등상황이 심각했기에, 제주도당국 역시 성산읍지역에 현지사무소를 운영하며 의견수렴을 받아온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번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최소 지난 1년간 지역주민에 대한 설득과 대화를 통해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

1년전과 비교해 제주도 내적으로 어떤 환경이나 상황의 변화가 있어, 이제 본격 추진을 선언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국회 예산통과'와 '기재부 예타 조사' 두가지를 갖고, 또 '국가사업'이라는 점에 방점을 둔 당위성만으로는 반발하는 도민들을 설득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점이 있다. 이 사업은 국가가 원해서 라기 보다는 지역주민들이 원해서 추진돼야 할 사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둘째, 지난해 11월10일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타당성 용역조사결과의 '깜짝 발표'에서 드러난 근본적 반발 원인의 문제를 이번에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2공항 논란은 엄밀히 말하면 '절차적 정의'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당초 공항인프라 확충 용역을 시작할 때에는 신공항이나 제2공항, 현 공항 확충 등 여러가지 대안을 갖고 비교분석한 결과를 제시해 가장 높은 대안적 모델을 선정하는 수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과업지시서에도 분명 그렇게 적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표된 타당성 용역의 결과는 최적 대안 선정 차원이 아니라 단일 입지까지 결정한 '확정 계획' 형태로 포장돼 발표됐다. 바로 이 부분이 지금의 제2공항 갈등문제의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용역이 시작될 즈음부터 최적 대안과 함께 단일 입지까지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과업지시서 범위를 일탈해 결과가 제시됐기에 그 충격파는 더욱 컸던 것이다. 제주도정은 부동산 투기 등이 우려돼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또한 충분히 납득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최초 용역에서는 1단계 최적대안 제시, 필요하다면 2단계 후보지별 평가 결과를 제시하는 수준이었어야 했다. 그 다음 평가결과를 토대로 해 압축된 후보지를 선정, 해당지역 주민 의견수렴 및 세부 공론화 수순을 거쳐 단일 입지 선정이란 절차가 진행돼야 옳았다.

그럼에도 예정에 없던 '단일 후보지'를 결정해 깜짝 발표를 했기에 논란과 갈등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던 것이다.

이번에 원 지사가 발표한 제2공항 건설계획에 대한 입장도, '의혹 내지 갈등문제 해소대책'이 먼저 제시된 후 나왔더라면 아쉬움이 매우 크다. 뭔가 순서가 틀렸다는 것이다.

셋째, 갈등문제 해소대책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공항주변지역 발전계획'과 '민간협의 기구' 구성 문제를 동시에 꺼내든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다.

이번에 발표된 대도민 담화문은 '제2공항 본격 추진'이 첫번째고, 그 다음은 '공항 주변지역 개발계획'과 '보상' 문제, 세번째는 '가칭 민관협의 기구' 순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원 지사는 "공항주변 발전계획은 제주도가 중심이 되는 공영개발을 원칙으로 하고, 조속히 용역을 발주해 공항 개발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면서 "공항주변 발전계획에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계획, 특히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을 창출하는 계획, 마을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과 그에 따른 제도, 재원마련 계획들을 담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 제2공항과 주변지역의 미래 지도는 성산읍 주민 여러분과 함께 그리겠다"며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편리한 공항이용을 위해 연결교통망을 비롯한 사회기반시설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보상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당 지역주민의 희생과 불편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면서 "더 나은 조건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잇도록 최선을 다해 배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다음, 논란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해소하고, 주민들의 타당한 요구를 공항건설과정에 적극 반영해 나가기 위해 주민대표,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가칭 '민관 협의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리 전개법은 제주도정이 과연 현실을 바로 직시하고, 갈등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는가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현재 상황에서 제기되는 의혹과 논란.갈등 수습을 먼저 생각했더라면, 공항주변지역 발전계획이나 보상이 아니라 민관협의기구 구성을 먼저 꺼냈어야 했다.

주변지역발전계획은 '공항 건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 속에 후속적으로 진행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내년에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순서를 달리했다고 할 수 있지만, 꼬인 실타래 부터 풀고 가는 순서다. 민관협의기구를 구성할 의지가 있었다면, 올해 초 아니면 최소 몇달전부터 이미 가동했어야 했다.

민관협의기구의 '역할'도 불분명하다.

제주도는 "민관협의기구에서 제시하는 미래지향적인 대안들은 정부의 기본계획 수립과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공항주변 발전계획 수립과정에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제2공항과 관련해 제기되는 논란.의혹을 규명하고 갈등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제2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 함 속에서 추가적 반영 의견 수렴 창구로서의 역할을 생각하는 듯 하다.

이는 종전 토론회 등에서 제기된 갈등문제 해법의 '도민회의'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넷째, 절차적 순서와 관련해,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등에 대한 의혹 해소를 '후 순위'로 미룬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 조사결과와 관련해서는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비용편익(B/C) 분석 결과데이터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초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에서는 '10.58' 수준이던 것이 이번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1.23'으로 왜 크게 낮아지면서 '부실 용역'이란 주장이 쏟아지고 있지만, 제주도정은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면서 조사결과를 '맹신'하듯 받아들이고 있다.

제주도는 지역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수산굴 등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기본계획 수립시 정밀하게 검토될 수 있도록 절차와 그 과정에서 도민을 대변해 요구할 부분은 정부와 적극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민을 대변해 요구'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결론은 공항건설사업을 모두 정상적으로 추진함 속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성산읍 제2공항 계획은 절대 불변이며,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천명에 다름 없다.

사전 타당성 조사나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심각한 결함이 확인된다면 이는 계획 전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에라도 해당 연구용역 책임자들을 불러서라도 공개적인 논의의 장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년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를 정밀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은 설령 오류가 있었다 하더로 '맞춤형'으로 해명논리를 만들거나 덮어두려는 것에 다름없다.

결국 이번 제주도정의 발표 입장은 갈등문제를 촉발한 논란의 본질에 대한 접근 보다는 공항주변지역 발전계획이라는 '시혜성 카드'를 꺼내든 것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지역발전계획을 통해 경제적 보상을 할테니 잘 숙고해달라는 심리적 기법인 셈이다.

불쑥 꺼내든 공항주변지역 발전계획이란 카드가 지역민심을 얻는데 제대로 통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제주시민 2016-12-11 17:10:37 | 220.***.***.50
이제는 과업성공을 위해
구실보다는 방법을찾을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