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해 작은 섬나라 여성들이 선택한 물질문화가 세계적인 보존 가치 있는 독특한 문화로 선정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번 일로 해녀들과 제주도민들은 지역적 자부심과 자긍심을 얻게 됐지만, 그 달콤함에 취하기엔 해쳐나가야 할 숙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첫째, 해녀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우리는 등재가 확정된 이후 그녀들이 느낀 자긍심의 이유를 면밀히 되새겨봐야 한다. 해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은 노동의 강도보다 더 오랫동안 지독하게 그녀들을 괴롭혀 왔을 것이다. 이제 그 관점을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가계를 책임지는 당당한 여성으로서의 삶의 모습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해녀가 우리 주변에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엄마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란 사실로 인식을 바꿔야만 한다.
둘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소멸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목적을 가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령화로 제주도 해녀의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이 추세로는 해녀 문화는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 다행히 사라져가는 제주 해녀문화를 계승하고 보존하기 위해 준비된 학교가 있지만, 이는 ‘한수풀해녀학교’가 유일하다. 이 학교는 10: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 하는 등 신세대들의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졸업률은 매우 미미하다. 우리는 전승방안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이 해녀학교를 참조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지, 아니면 발전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더구나, 현재 조업에 투입되는 해녀는 2015년 기준 85.7%의 60대 이상의 여성들로 구성되어있다. 해녀들은 숙련된 잠수솜씨로 특별한 장비 없이 바다 속을 자유로이 유영하지만, 육지에선 잠수병 및 만성질환을 동반한 직업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물질은 고된 일이다. 하지만, 조업을 끝낸 이후 쏟아지는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치료센터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늘 부족하다. 이들을 위해 화려한 홍보보단 그녀들이 겪는 문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에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밖에 조업 환경 개선 및 적극적 참여도 수반되어야 하며, 등재 이후 단발성으로 그치는 금전적인 보상 및 후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녀문화를 아끼고 장기적으로 계승시킬 수 있는 관심이 필요하다. 이는, 제주 도민들과 도의회가 합쳐 꾸준히 논의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정다인 / 제주대학교 생물산업학부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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