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갈등이슈에 왜 멈칫?...핵심 제대로 짚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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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갈등이슈에 왜 멈칫?...핵심 제대로 짚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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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언론학회 세미나, 특별자치 10년 지역언론의 역할은?
"갈등이슈 제시가 갈등관리의 시작...공감적 소통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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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열린 제주언론학회 가을 정기학술세미나. ⓒ헤드라인제주

제2공항 건설과 강정마을, 각종 개발사업 등 다양한 갈등이슈 현안에 있어 지역언론은 제대로운 역할을 하고 있을까.

사단법인 제주언론학회(회장 박경숙,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2일 오후 1시 제주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0주년 평가: 소통과 화합을 위한 지역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가을철 정기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0주년에 즈음해, '소통'과 '갈등사례'를 중심으로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지역언론의 역할과 제주특별자치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갈등해결학 박사)은 2세션 '제주지역 갈등사례 유형과 해결역량 강화 방안' 주제발표에서 갈등문제 해결 방안으로 사회협야위원회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제주도와 의회, 업계, NGO, 학계, 일반도민 등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 '제주도의 미래와 지속가능 발전 위한 도민회의' 구성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강 박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제주 제2공항 건설, 제주도 행정구조 개편, 영리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등 제주지역 갈등사례의 유형을 제시한 후, 갈등이 빈발하는 배경으로 '제주의 정체성과 위상, 미래비전 및 발전방향에 대한 제주사회 전반의 합의 및 가이드라인 부재'를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국가와 도정의 '중립성 훼손'이 갈등을 더욱 확산시키는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중앙정부 정책사업과 관련한 갈등상황에서, 제주도의 가치나 도민의 이익과 배치될 때 그동안 제주도정은 주로 중앙정부 편에 서서 집행자.대리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서 "이는 갈등을 심화시키고, 도정의 신뢰 상실, 도민 이익 훼손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강 박사는 "갈등 상황에서 제주도정에 가장 우선 요구되는 것은 도민의 가치와 이익을 대변하는 일"이라며 "그런 다음 필요할 경우 중앙정부와 도민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도민들간 가치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에는 제주도정은 성급히 어느 한쪽을 택하기 보다는 균형잡힌 조정자로서 제주공동체를 수호하고 진정한 공익을 구현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제주 갈등상황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았다"며 "특히 해군기지, 제2공항 등 주요 갈등사안에서 대응이 늦거나 초점을 잘못 잡는 문제점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강 박사는 "강정이나 성산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문제를 제기하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안보문제'나 '공항 인프라 확충을 원하는 여론'에 무게에 짓눌려 무대응을 일관하다가 이슈화된 뒤에 합류하거나 보도하기 시작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꼬집었다.

또 지역언론이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절차적 정의'라고 강조하며, "갈등상황에서 도민들 간 의견이 분분하거나, 특히 찬성 여론이 다수일 때 언론으로서 비판적 관여가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그런 때일 수록 거리두기나 피상적 양비론에 매몰되지 말고 사안의 핵심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때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절차적 문제, 절차적 정당성에 하자가 있기 때문으로, 제2공항 갈등사태도 주로 이 문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며 절차적 정의에 초점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제주사회 리더의 협치력 및 문제해결능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강 박사는 "제주사회를 이끄는 주체들, 특히 도정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 협의, 협치를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절차적 역량과 문제해결 능력"이라며 "대화와 협치는 의지나 구호로만 되는게 아니라 그것을 실행할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고, 그런 능력이나 역량이 없으면 '대화와 협치'는 구두선에 그치고 어쩔 수 없이 '독선'과 '일방주의'로 흐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선방안으로 제주도 사회협약위원회를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며, 분과위원회나 사안별 TF 형식으로 시민환경단체 등 주요 갈등 당사자그룹 대표들이 참여토록 해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제주도, 의회, 업계, 시민단체, 학계, 언론, 종교계 대표와 다수의 도민 등 약 150명 선으로 '도민회의'를 구성해, 주제, 분야에 따른 분과별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여기서 합의된 대원칙과 방향, 가이드라인은 도민 협약이자 제주도 미래전략의 헌장 성격으로 가져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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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열린 제주언론학회 가을 정기학술세미나. ⓒ헤드라인제주

주제발표가 끝난 후 김상훈 제주한라대 교수(방송영상학과)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김태석 제주도의회 운영위원장은 "갈등은 역기능만이 아니라 순기능이 존재한다"면서 "순기능을 최대화하기 위한 갈등관리를 적극 펴나갈 필요가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시장 직속 조직인 서울혁신기획 내 갈등조정담당관을 두어 갈등관리전담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과 같이 제주도 또한 이러한 전담부서 신설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낙진 제주대 교수(언론홍보학과)는 "발제자의 지적대로 제2공항 입지 선정 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과 갈등 이슈들을 언론이 제기하고, '절차적 정의' 문제가 다루어졌다면 지금의 갈등은 좀더 최소화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언론이 적극적으로 '비판적 관여'를 하고'절차적 정의'에 초점 맞춰야 한다는데 동의한다"고 피력했다.

최 교수는 "'갈등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 등 언론의 분명한 갈등이슈 제시가 '갈등 관리'의 시작이자 순서라고 생각한다. 즉, 언론이 갈등이슈를 제대로 만들어내는 것도 언론의 본연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홍석준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장(미디어제주)는 "제2공항 갈등문제의 경우 현재 국토부 훈련 12조에 '사전갈등영향 검토' 조항이 있고, 13조 '갈등영향 분석 대상사업'으로 공항 건설사업이 분명하게 포함돼 있으나 국토부는 사전 갈등영향 분석결과의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규모 국책사업일 수록 사업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인 갈등관리가 필요한데, 정부와 제주도는 이 부분을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성철 제이누리 대표는 특별자치도 출범 후 10년이란 세월 속에서 나타난 수많은 갈등문제, '편가르기' 등을 지적한 후, 민선 6기 제주도정의 '협치'가 딜레마에 빠지게 된 이유 및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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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열린 제주언론학회 가을 정기학술세미나. ⓒ헤드라인제주

앞서 고영철 제주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제1세션에서는 안도현 제주대학교 교수(언론홍보학과)가 '제주사회 소통과 화합을 위한 지역언론의 역할' 주제발표를 통해 "소통의 핵심은 공유"라며 소통이 갖는 속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며 '소통의 실패' 이유로 도덕적 판단 기준과 인지적 편향, 동기화된 확증 편향 등을 제시했다.

김병준 한라일보 논설위원, 오승철 제주MBC 보도국장, 이주섭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해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3세션에서는 고충석 제주국제대 총장 진행으로, 고상호 제주특별자치도 특별자제도추진단장이 '제주특별자치도 10년 평가 및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강석창 JIBS 보도국장,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김희현 제주도의회 의원, 진희종 제주국제대 특임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토론에서는 특별자치도 10년에 대한 비판과 함께, 특별자치도가 나아갈 방향 및 제도적 개선과제에 대한 상호토론이 활발히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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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숙 제주언론학회장. ⓒ헤드라인제주

이날 개회식에서 박경숙 회장은 "2016년은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라는 특별한 이름을 부여받은 지 10년이 되는 해로, 그동안 제주가 추구해 온, 그리고 앞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목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며 "오늘 학술토론회는 특별자치도 성과에 대한 성찰과 향후 10년에 대한 논의가 제주의 미래 100년을 설계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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