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위원 공모 시끌시끌...왜 '관치' 논란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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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위원 공모 시끌시끌...왜 '관치' 논란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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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추첨제 조례개정 불구, 1028명 중 53%는 사실상 '임명제'
"조례 취지 위반한 관치 시도" vs "그래야 대표성 확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2017년도 주민자치위원 공모를 놓고 '관치(官治)'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참여 문호를 넓히기 위해 위원수의 탄력적 조정 및 '공개추첨제' 등이 도입됐으나, 이번 공모에서는 절반이 넘는 주민자치위원이 직능단체 추천방식으로 사실상 읍.면.동장이 임명하는 방식을 띄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전보다 퇴보한 '관치'로의 회귀라는 혹독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월 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자치센터 설치 운영 조례'는 주민자치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공모에 응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 그리고 주민자치위원 수의 탄력적 운용이 핵심이다.

주민자치학교 교육과정 이수는 위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것으로, 그 필요성이 인정돼 이번에 신설됐다.

조례에서는 또 그동안 읍.면.동장이 갖고 있던 주민자치위원 위촉이나 해촉권한을 행정시장이 맡도록 하는 한편, 위원 구성의 방법을 개정했다.

읍.면.동별 위원 수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 20~30명으로 설정돼 있던 것을 15~35명으로 확대하고, 이 범위 내에서 적정한 수를 위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위원 구성은 공직선거법 규정의 피선거권이 있는 자 중에서 읍.면.동별 공개모집하도록 하고, 희망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추첨으로 선정하도록 했다. 반대로 미달될 경우에는 읍.면.동장이 추천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장협의회·통장협의회 회장은 당연직으로 위촉하도록 했다. 개정조례의 핵심은 역량있는 주민들의 폭넓은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공모를 확대하고 공개추첨제 등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의 규정에 따라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지난 30일자로 주민자치위원 공개모집을 공고하고 9일까지 신청접수를 받고 있다. 모집인원은 제주시 659명, 서귀포시 369명 등 1028명이다.

그러나 이번 공모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제 공개모집으로 선발되는 인원은 47% 수준인 47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3%는 지역대표위원 287명, 직능대표위원 260명 등 읍.면.동장 또는 직능단체의 추천에 의해 선발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주민자치연대 등은 즉각 입장을 내고, "주민자치위원 중 절반이 넘는 53%를 다시 '관치'로 뽑겠다는 것인가"라며 "절반이 넘는 위원을 읍면동장 또는 직능단체장의 추천으로 모집하면서, 주민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원천 차단하고 있고, 이는 새롭게 개정된 조례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조례에는 공개모집이 원칙이며, 정원을 초과할 시 추첨으로 선발하고, 정원에 미달될 경우에 한해 읍.면.동장이 추천한다고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구성이 먼저 새롭게 변해야 한다"면서 "마을과 지역을 위해 헌신해 온 자치위원들이 존재하기도 했지만 지역유지들의 경력 쌓기로 이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도 많았고, 주민자치위원회의 사업이나 프로그램 역시 지역자치에 다가설 수 있는 형식이 아니어서 이번에 조례를 개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2일 공식 해명입장을 내고, "개정 조례에서 주민자치위원 공개모집시 성.지역.직능.계층 등 해당 읍.면.동의 대표성을 확보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지역대표위원과 직능대표위원, 일반주민위원으로 구분해 공모를 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구분 없이 일괄 공개모집할 경우 지역·직능.계층별 공모가 사실상 안 될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추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모순점이 발생한다"며 '추천'에 의한 위촉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또 "지역대표위원 및 직능대표위원 지원자는 각각 이.통장 및 직능단체에 추천을 받도록 하는 것은 해당 분야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등 각계각층이 골고루 주민자치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민의 의사를 최대한 대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의 주장은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러한 구분 속에 공모가 아닌 '추천'방식으로 위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러한 추천방식의 위촉이 개정조례 취지를 위반한 것으로 '관치' 행정의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자치연대는 "표면상 정치적 중립성과 성·지역·직능·계층,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 등의 참여를 보장한다고 포장하고 있지만 더 들어가 보면 읍면동장, 더 나아가 관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을 포진시켜주민자치위원회를 운영하겠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번 주민자치위원 모집 행태는,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그 자치 활동을 지원하고 지지해야할 주민자치위원회를 다시 지역 특권집단과 특정세력만을 위한 위원회로 되돌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면서 "원희룡 도정이 관치의 확대와 도정, 행정 중심의 직할관리를 강화할 의도가 아니라면 이제라도 반 자치적인 주민자치위원 모집계획은 당연히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절반이 넘는 위원을 관 중심의 추천제로 전환한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을 넘어 조례개정 취지를 무시하고 주민의 자치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은 더욱 강하게 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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