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확대 '압도적 지지'...논의는 왜 '설렁설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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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확대 '압도적 지지'...논의는 왜 '설렁설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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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 국립공원' 지정계획의 기대와 우려
개발행위 차단 '선언'이 먼저...'사회적 합의' 공론화 중요

제주도 전체 면적의 80%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가칭 '제주 국립공원' 조성계획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립공원 확대 지정은 지난 7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무총리실 제29차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회의에서 공식 요청한 후, 현재 지정절차를 밟기 위한 기초조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제주 국립공원 조성을 위한 기초연구'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제주발전연구원은 30일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도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20세 이상 제주도민 3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국립공원 확대 지정에 대해 87.4%가 찬성했다고 한다.

반대입장을 개진한 도민은 12.6%에 불과했고, 자신의 소유 토지 일대에 국립공원을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립공원을 확대 지정하더라도 제주특별자치도가 관리권을 갖고 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자치도는 이 기초연구의 최종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국립공원 지정 계획안을 마련하고,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를 거쳐 지정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지정은 관계 부처협의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 고시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국립공원 지정계획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와 함게, 적지않은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는 '왜 국립공원을 확대 지정하려 하는가'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제주도정의 분명한 정책적 입장이 나오지 않는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립공원 지정 목적은 제시됐다. 현재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한라산을 중심으로 중산간, 곶자왈, 습지, 천연동굴, 해안, 연안을 여결하는 거대한 '생태축'을 구축해 제주의 환경자산을 체계적으로 보전해 나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목적 그 자체는 충분한 명분과 설득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개발사(史)의 흐름 속에서 정책 패러다임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최대 전환점이라 평가할 수 있다.

가뜩이나 무차별적인 난개발로 인해 제주 중산간이 시름시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공원 확대 지정은 난개발을 차단하는 마지막 보루의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이 목적이 내포한 의미는 과연 진정일까 라는 의구심이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다. 국립공원 확대 지정방침만 밝혔을 뿐, 확대 지정하려는 목적에 연계한 개발행위 원천 차단과 같은 정책적 선언은 없었기 때문이다.

중산간이나 해안지역 등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한라산에 준해 보전관리를 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으나 이에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 내지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은 지정절차의 로드맵 수준 뿐이다. 거대한 정책패러다임의 변화의 시작이라는 느낌 보다는. 기존 보전지구를 조정하는 실무적 일을 추진하는 듯한 분위기다. 도민사회가 생각하는 '국립공원'의 의미와, 제주도정이 말하는 '국립공원'이 뭔가 다른 듯 하다.

여기에 최근 표출되는 '이견'이나 쟁점 사항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정리해 내지 못하는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주요 쟁점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첫째, 국립공원을 확대 지정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 설정하는 것이 적정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7월 정부에 건의한 자료를 통해 109.86㎢ 면적의 곶자왈을 비롯해 △오름 368개소 △생물권보전지역 830.94㎢(한라산천연보호구역 등 포함) △세계자연유산 188.45㎢ △만장굴 등 12개소의 세계지질공원 △5개 해양도립공원 206.606㎢ 등을 추가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는 제주도 전체 면적인 1845.88㎢의 80% 수준에 해당하는 범위다. 현재 한라산국립공원(153.332㎢)에 한해 지정돼 있는 국립공원을 8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설명에서는 제주도내 거의 대부분의 중산간 지역도 아우른다고 했다.

제주도 전체 면적의 80% 정도를 국립공원화 한다는 것은 실로 방대한 계획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설정 그 자체 보다는 지정된 곳에 대한 관리적 책임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은 그 곳만큼은 반드시 개발의 회오리에서 지켜내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의미한다.

따라서 지정면적 문제는 국립공원으로 설정된 지역 내에서는 더 이상의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제주도정의 결단을 담은 정책적 선언이 먼저 있어야 하고, 도민사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로 결정돼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제주발전연구원이 '도민 87% 찬성', '자신이 소유한 토지의 지정도 대부분 찬성'이라는 발표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둘째, 중산간 지역을 아우르며 국립공원 지정한다고 할 경우, 현재 지정된 각종 개발지구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중산간 지역의 개발지구 지정현황을 보면, 관광단지.지구 1632만5741㎡를 비롯해 골프장 963만㎡, 유원지(도시계획시설) 1197㎡, 지구단위계획 4660㎡, 취락지구 300㎡, 개발진흥지구 1069㎡ 등 총 9824만1651㎡ 규모에 달한다.

그렇다면, 중산간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기존의 시설물은 어떻게 할 것이며, 앞으로 들어서는 개발사업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는 결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개발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셋째, 국립공원 지정을 한 후 허용되는 개발행위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명확한 사전 제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도정이나 제주발전연구원은 이 부분과 관련해 모호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현행 자연공원법에서는 공원지구에서의 행위기준에 대한 제한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즉,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각종 개발행위는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가능한 부분도 있으나 극히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제주발전연구원이 30일 발표한 자료에서는 국립공원 지정을 통해 마을발전과 주민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별도 기술하고 있다. 공공시설, 보호 및 안전시설, 휴양 및 편익시설, 문화시설, 상업시설, 숙박시설, 부대시설 등이 설치 가능하며, 친환경적인 개발, 주민주도형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내용도 열거했다.

이는 자칫 도민들로 하여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더라도 어떠한 개발사업도 가능한 것처럼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다.

넷째, '세계자연유산'과 같은 국제적 타이틀이 있음에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좀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제주발전연구원과 제주언론학회 공동 주최 세미나에서는 강력한 반론을 담은 '이견'이 쏟아져 나왔다.

현재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 등 4개의 국제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음에도,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타이틀인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받아놓고 '국립공원' 타이틀을 또 달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 등이 그것이다.

이는 국립공원 지정은 국제보호구역 지정에 이은 또다른 '타이틀' 획득 차원으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미덥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제주도정이 세계자연유산 위원회 등의 결의안과 권고사항의 내용을 얼마나 제대로 이행했는지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내용,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국제보호지역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8일 열린 제주도의회 예산안 심의에서는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나 '성급한 추진'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문제와 지적들은 앞으로 국립공원 확대 지정에 대한 공론화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제주도정이 명확하게 답을 내놓아야 할 부분들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다소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제주도나 제주발전연구원 모두 제기된 문제에 대해 "부처 이기주의 싸움"이라며 일축하거나, 당위성만 강조하며 감성적 호소로 일관하고 있다.

마치 토론할 가치조차 없는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듯 설렁설렁한 답변 일색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도의회에서 문제제기가 있자, 곧이어 제주발전연구원이 '도민 87% 찬성' 타이틀의 깜짝 홍보를 했다는 점이다.

'310명'의 표본이 갖는 대표성 내지 신뢰성.타당성 여부를 떠나, 도민사회 공론화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서둘러 발표됐다는 점에서 다소 의아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사전 기초조사 차원의 특정표본을 갖고 진행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 속에서 인식조사를 하고 발표를 해도 늦지 않음에도, '압도적 다수의 찬성' 프레임이나, '자신이 소유하는 토지에 국립공원 지정 찬성'이란 결과를 크게 부각시키며 설파하는 것은 향후 진행될 공론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여론수렴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

특정방향으로 여론을 쏠리게 하면서 도민사회의 진지한 토론을 차단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확대 지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민사회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단순한 여론조사의 찬성수치를 갖고 일방향적인 설파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환경자산 보전을 위해 도민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는 합의 도출이 더 중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정이 먼저 국립공원 지정 구역에 대한 환경보전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은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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