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역사왜곡 반발 확산..."국정 역사교과서 폐기하라"
상태바
'제주4.3' 역사왜곡 반발 확산..."국정 역사교과서 폐기하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3' 역사적 진실 축소.왜곡, 각계 규탄성명 잇따라
교과서 폐기 '한 목소리'...새누리당도 '우려' 표명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현장검토본)에서 제주4.3사건 부분이 크게 축소되거나 왜곡 기술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제주사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4.3단체 등에서 일제히 역사교과서의 진실왜곡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 역사교과서 기술, 무엇이 문제였나

이번에 공개된 내용에서 가장 크게 문제시되는 부분은 4.3의 역사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축소 은폐했다는 점, 그리고 제주4.3의 발발원인 등에서 국가공권력의 책임을 전혀 언급함이 없이 특정요인을 크게 부각시키는 문장기법을 사용하며 왜곡시켰다는데 있다.

중학교 역사 '하'편 129쪽에 "1948년 5월10일 38선 이남에서 제헌 국회 구성을 위한 총선거가 유엔 감독 하에 실시되었다. 제주4.3사건이 발생한 제주도 일부지역에서는 선거가 무산되기도 하였으나 전국적으로 90%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라고만 기술돼 있다.

4.3에 대한 독립적 문장은 전혀 언급함이 없이, 이 본문 내용 중 '제주4.3사건'이라는 부분에서 각주 처리를 통한 방식으로, 주석을 통해 4.3 내용을 짤막하게 제시했다.

"제주도에서는 1947년 3.1절 기념 대회에서 경찰의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한 데 이어서, 1948년 4월 3일에 5.10 총선거를 반대하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 봉기가 일어났다. 1954년 9월까지 지속된 군경과 무장대 간의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많이 희생되었다."(중학교 역사교과서, 129쪽 각주)

292638_192616_3819.jpg
▲ 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제주4.3' 기술 부분. ⓒ헤드라인제주
고교 교과서에서도 중학교 교과서의 '주석' 내용 수준으로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1947년 3.1절 기념 대회에서 경찰의 발포로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1948년 4월 3일에는 5.10 총선거를 반대하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1954년 9월까지 지속된 군경과 무장대 간의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많은 무고한 제주도 주민들까지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서는 총선거가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였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250쪽)

이 내용에 더해 '제주4·3사건'에 대한 각주로 "2000년 국회는 제주4·3사건 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공포하였다."를 기술했다.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많이 희생'이라는 부분은 적시되었으나, 전체적 문맥 속에서는 '남로당의 제주도당의 무장 봉기가 일어났다'는 설명에서 막바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도민 희생이라는 설명으로 넘어감으로써, 마치 제주4.3을 '좌익 폭동'에 의한 것으로 규정짓게끔 하고 있다.

'1947년 3.1절 기념대회의 경찰 발포'와 '1948년 4월3일 5.10 총선거를 반대하는 무장봉기'가 인과관계가 없는 사건인 것처럼 나열형으로 기술하고 있는 점이나, '남로당 무장봉기'가 일어남으로써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제주도민들의 희생이 발생했다고 기술하는 것은 그 책임을 '남로당 무장봉기'에 전적으로 떠넘기는 행태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정교과서는 '남로당 무장봉기'가 제주4.3의 발발원인이고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것도 모두 '남로당'에 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2003년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나 현행 제주4.3특별법에서 '국가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양민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한 것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국정교과서에서는 4.3에 대한 역사적 기술을 축소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공권력' 책임 부분은 쏙 빼면서 역사적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기존 검정교과서 8종 중 7종에서 4.3사건과 관련한 당시 사진이나 위령탑, 조형물 등이 첨부된 것과는 달리 이번 국정교과서에서는 사진도 첨부되지 않았고, 4·3 사건이 기술된 페이지는 '정부수립 국민 국민 축하식' 및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선서 모습'만 사진으로 수록돼 있어 검정교과서와 비교해서도 내용이 크게 후퇴해 있고, 역사적 진실마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 쏟아지는 성명..."심각한 역사적 왜곡...즉각 폐기하라"

이 내용이 공개되자 즉각적으로 규탄입장이 이어졌다.

오영훈 의원을 비롯해 제주지역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즉각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오 의원은 29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제26차 원내대책회의 및 국정역사교과서 저지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장검증본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뿐만 아니라 제주4·3에 대해 심각히 축소·왜곡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제주도내 10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퇴진 제주행동은 29일 성명을 통해 "국정교과서의 4.3기술은 변질과 왜곡으로 일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4.3이 마치 남로당의 봉기로 발생한 것처럼 적시함으로써 사건의 배경이 되는 국가공권력의 책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4.3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항한 반란으로 비쳐지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 단체는 "또한 4.3에 대한 설명이 심각한 수준으로 축소돼 있다"고 지적한 후, "사실상 4.3을 현대사에서 지우려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라며 국정교과서를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4.3연구소도 성명을 통해 "역사적 정의는 왜곡될 수 없다"며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제주4.3연구소는 "국민이 반대하고, 역사학계가 반대하는 정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가 공개됐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라며 "국정 역사 교과서는 친일의 역사를 축소하고, 이승만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는 등 왜곡된 역사관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강도높게 비판을 가했다.

사단법인 제주민예총도 "국정교과서의 실체가 드러난 가운데, 이제껏 많은 국민들이 우려했던 부분들이 고스란히 현실화됐음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국정교과서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일'이라 서술하는 등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있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민예총은 "4·3의 원인과 관련하여 당시의 시대상황에 대한 언급 없이 ‘5·10 총선거를 반대하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로 기술하고 있다"면서 "이는 3·1절 기념행사에서의 경찰의 발포사건 이후 자행된 강압적 통치에 반발한 제주도민의 저항을 철저하게 은폐하는 한편으로 5·10총선거를 반대하는 공산주의자들만의 무장봉기로 몰아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국정교과서의 이러한 4·3 왜곡은 그동안의 4·3진상규명 노력을 부정하는 행위로, 이는 역사를 거스르는 반역사적인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면서 "더욱이 지지율 4%에 불과한 정권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학자들과 더불어 밀실에서 만들어낸 역사교과서는 결코 우리나라의 교과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제주도당과 노동당 제주도당도 '역사 왜곡' 국정교과서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제주지부도 성명을 내고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제주4.3 역사를 왜곡하는 국정화 역사 교과서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교육부는 어제 친일독재미화 한국사교과서의 내용과 그 집필진을 공개했다"면서 "공개된 국정화 교과서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개정판이자 뉴라이트 역사관의 완결판으로 드러난 이 위험한 교과서는 박근혜가 왜 이토록 교과서 국정화에 목맸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교조는 "이러한 역사교과서를 제주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국정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배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도 제주4.3사건 부분이 지나치게 축소돼 있고, 발발원인이 왜곡 기술돼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에대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새누리당 제주도당도 국정교과서의 4.3역사 기술 부분에 우려를 표명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국정 역사교과서에 기술된 4·3사건과 관련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제주도민은 이미 4·3해결의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데 반해, 이번에 발표된 교과서는 지난 20여년 이상의 4·3해결의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4·3사건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을 대표하는 사건으로, 현재 검정교과서들은 대체로 1쪽 전체를 할애해서 4·3사건의 발단과 전개과정, 4·3해결을 위한 도민의 노력, 4·3평화공원 등의 사진을 수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안에는 4·3사건에 대해 단지 3개의 문장만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 가치를 바탕으로 도민들이 4·3해결을 위해 꾸준히 전개해 온 점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오영훈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강력히 다뤄 국정교과서가 절대 학생들에게 배부될 수 있도록 폐기시키는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주4.3유족들도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국정교과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전면 폐기 촉구에 나설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