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 가능한 관광', 유럽 선진지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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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가능한 관광', 유럽 선진지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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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이야기] (2) 접근가능한 관광에 대한 연수를 다녀와서

‘접근가능한 관광’은 관광산업발전이라는 경제적 가치, 장애인 등 관광소외계층의 관광향유권 보장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공존하는 관광의 개념이다.

연수 전반기 연수기관은 접근 가능한 관광의 경제적 가치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연수가 중반을 지나 하반기로 갈수록 접근 가능한 관광을 위한 사회적 합의과정과 장애인의 권리확보에 대한 궁금증이 쌓여가는 가운데 마침 4일차 방문기관이 독일 베츨라어시 사회복지사무소라는 것에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에르푸르트에서 베츨라어시로 이동을 했다.


4일차(7월7일) 독일의 장애인 복지, 베츨라어시(市) 사회복지사무소

처음으로 독일의 장애인 복지를 수행하는 공무원인 베츨라어시 사회복지사무소 장애인통합지원부서 담당자를 만났다. 베츨라어시 의회 의장의 인사로 본격적인 연수가 시작되었다.

이곳에서는 접근 가능한 관광에 대한 이야기보다 독일 장애인의 사회복지서비스와 제공 방법, 발전 계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특히 인간의 기본권, 천부인권사상, 존엄성 등에 대한 설명을 많이 들었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재자 치하에서 장애인들을 학살했던 잘못된 역사를 잊지 않고 항상 반성하고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는 현재도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에서 묘한 열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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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창헌 제주도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팀장

베츨라어시의 장애인예산에 대한 질문을 던지니 장애인복지 예산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돈에 사람을 맞추지 않고 사람에 돈을 맞추는 방식이라서 시 예산에 상한선이 없다는 것이었다. 예산을 정해두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누군가에 의해 짜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장애인복지사업을 수행하는 우리나라와 정반대였다.

독일에서는 장애인들의 요구에 따라 예산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예산의 2/3정도가 사회복지 관련 예산인 배츨라어시는 타 지역보다 장애인 예산이 많이 집행된 것이 담당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이라고 하였다. 

사회복지를 수행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처럼 숫자싸움을 하지 않고 한 개인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에 포커스가 맞추어 있다는 것이 실감났다.

우리나라 장애인단체에서 오랫동안 인권보장에 대해 주장하며 시위를 하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공무원들이 열변을 토해내었다.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를 설득하려는 모습에서 열정적인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독일을 이해할수록 독일이라는 나라가 정말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서구의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를 실감했다. 우리는 오랜 시간 토론을 통해서 서로의 입장을 좁혀나가며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유럽연합 (5일차, 7월8일, 벨기에 브뤼셀)

벨기에 브뤼셀은 NATO, EU 본부가 있는 도시이다. 유럽 전역의 접근 가능한 관광을 위한 NGO단체인 ENAT(European Network for Accessible Tourism)도 유럽연합의 중요지역인 브뤼셀에 위치하고 있다.

ENAT는 50개국 이상의 국가와 함께하며 2,5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ENAT는 유럽 전역에 접근 가능한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단체인 것이다. ENAT의 주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EU, 각국의 관광청, 관광공사, 관광기업 등과 연계하여 프로젝트별 지원을 받고 있었다. 국가별, 지역별 통합할 수 있는 표준을 정하여 개인이 어느 나라를 관광할 때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접근 가능한 관광을 위한 종사자 교육도 시행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교육내용 설명 중에서 접근 가능한 관광에서의 접근성은 편의시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요구사항을 가진 관광약자의 욕구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에서 격한 동의를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주 사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접근 가능한 관광 소비자와의 눈높이를 맞추고 응대하는 것만이라도 소비자의 서비스 만족도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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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 Flanders는 벨기에 북부지방의 오줌 싸는 소년 동상으로 유명한 플랜더스에 위치한 지역단위 관광청이다. 관광산업이 전체 GDP에 4.5%를 차지하는 등 관광산업이 발단된 곳으로 이 지역 역시 접근 가능한 관광을 관광산업발전의 경제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두를 위한 접근가능한 관광의 액션 플랜으로 접근 가능한 시설(인프라)과 교육 및 인식 제고, 정보 제공과 홍보 제시를 하였다.

브리핑 중 장애인의 관광형태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장애인은 혼자 관광을 하지 않고 가족, 친구 등 장애인이 소속된 집단이 접근가능한 관광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관광지의 접근 가능한 관광인프라 확보는 장애인이 포함된 여행자 그룹으로 인한 관광객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와 같은 경험은 경제적 효과에 따라 주변의 관광지의 접근 가능한 관광 인프라 구축이라는 파급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 인프라 확보는 장애인 관광객이 증가로 이어지고, 관광객 증가는 지역사회 경제발전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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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를 마무리하며(6일차, 7월9일~)

공식적인 유럽의 기관연수를 마치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접근가능한 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노력들은 우리나라에서 고민하고 있는 바와 대동소이 했다. 하지만 독일 등 유럽선진국인 경우 과거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으로 하는 철학과 사상이 뒷받침되어 모두를 위한 접근 가능한 여행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 50여 년 전 이미 시작되었다는 게 큰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위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가 아닌, 인간으로서 당당히 누려야 할 권리들이 보편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쟁취하여야 하는 것들이 산재해 있는 것이다.

이번 연수에서 가장 확인해보고 싶은 것은 접근 가능한 관광이란 개념이 만들어진 계기, 정책으로의 반영을 위한 노력과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닌, 자연과 문화 접근성의 공존을 위한 사회적 합의과정이었다.

하지만 연수 내내 동일한 질문을 던짐에도 속 시원한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경제적인 가치와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민성으로 귀결되는 것에는 답답함마저 들었다.

관광지 및 숙박소, 음식점의 접근 가능한 편의시설 설치만으로는 접근 가능한 관광에 대한 관광약자 당사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편의시설=접근 가능한 관광’이라는 함정에 쉽게 빠지고 있다. 예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진하는 ‘열린 관광지 조성사업’을 통해 관광지 내 편의시설의 확보를 통해 접근가능한 관광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하지만 관광지로의 이동에 대한 접근성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건물 내 장애인 편의시설을 다 갖춰놓고 출입구를 계단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그저 그림의 떡으로 만들어 버리는 형상인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다시 말해 접근 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접근 가능한 여행사슬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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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근 가능한 관광 사슬

독일 GNTB의 접근 가능한 관광을 위한 협력회원사와 후원사의 구조는 우리나라의 접근 가능한 관광을 위한 해법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가와 공공기관, NGO, 민간 사업체 등의 협력구조는 반드시 배우고 적용시켜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접근가능한 관광의 경제적 가치의 증명이 필수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연수를 마무리했다. <송창헌 제주도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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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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