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올때마다 텅빈 해군기지 항구...군함들도 모두 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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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올때마다 텅빈 해군기지 항구...군함들도 모두 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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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이야기] 2016년 태풍에 대응한 해군의 세 가지 행태

현장에서 관찰자로서 사실에 입각해 문제점을 기록하는 것, 나는 그것이 나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강정이야기 이번 호에서는 지난 10월 25일 행정감사에서 잠시 거론되었던 ‘제주해군기지의 태풍 대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까 한다.

2016년 영향을 미친 태풍 3개와 해군의 대처를 간단히 정리하겠다. 첫 번째, 1호 태풍 네파닥은 대만을 관통하고 중국 쪽에서 소멸한 태풍이다. 한반도와는 거리가 아주 먼 태풍이었지만 해군의 반응은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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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7월9일 태풍 '네파닥' 예보가 내려졌을 때 강정 해군기지 풍경. 대만을 관통하고 중국 쪽에서 소멸한 태풍으로 한반도와는 거리가 아주 먼 태풍이었다.ⓒ사진=멧부리박
상대적으로 파도의 영향이 덜한 동방파제 주변으로 군함을 전부 이동시켰다. 상륙함인 681고준봉함은 동방파제 안으로, 777대천함 976문무대왕함 995마산함 993서해류성룡함은 돌제부두 주변으로 모두 대피했다. 파도가 염려되어 내린 결정인 듯 보인다. 

두 번째, 16호 태풍 말라카스는 일본열도를 따라가다 태평양에서 소멸했지만 군함들은 모두 항을 버리고 피항을 갔다. 이때는 해군함정이 서방파제에 결박상태였고 경비정이나 예인선들은 제자리를 지켰다. 

마지막으로 18호 태풍 차바의 경우이다. 이 경우는 전날부터 UDT구명보트와 SSU구명보트를 민간크레인을 불러 전부 육상의 안전한 곳으로 옮겼고, 동방파제 안쪽에 있던 잠수함이 어딘가로 피항을 가고 그곳에 경비정과 예인선만 결박시켜 놓았다. 

잠수함이 다시 들어온 건 태풍이 지나간 10월 5일이다. 차바 때의 상황을 두고 행정감사 때 해군이 한 답변을 보면, 정온도가 확보 안 돼 피항을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훈련에 참가해 군함이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훈련을 가면서 항내에 군함을 한 척도 안 남긴다? 구명보트까지 전부 육상으로 옮겨 두고 항을 싹 비우고 훈련에 나간다? 어느 것도 앞뒤가 안 맞는 핑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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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0월3일 태풍 차바가 제주로 근접해오자 구명보트를 육상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멧부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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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0월 5일 태풍 차바가 지나간 후 강정 해군기지 전경. 군함은 온데간데 없고 구명보트까지 전부 육상으로 옮겨지고 항이 완전히 비워져 있다. ⓒ사진=멧부리박

그동안 멧부리에서 관찰하건대, 이곳 제주해군기지는 태풍의 관문이다.

태풍이 일본으로 비켜가든 중국으로 비켜가든 항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태풍을 기해 공습해오면 속수무책이고, 동방파제에 다닥다닥 결박해 놓아도 공격 한방에 깨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소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시에는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강정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반대한 이유는 옳았다. 지금이라도 뚫린 귀 있으면 옳은 말을 듣기 바란다.< 글/멧부리박>

* '강정이야기'는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소식지 '강정이야기' 발행위원원회와의 협의 하에 기획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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