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과 해군의 진실게임 최전선이 바로 이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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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이야기] 길거리 미사 5년을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출범 5주년 생명평화미사가 10월 11일 오전 11시에 강정마을 미사천막에서 열렸다. 미사에 앞서 풍물패 숨비춤비가 길놀이 풍물로 흥겹고 따뜻한 분위기로 기운을 모아주었다. 이날 미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의 위원장 임용환 신부가 미사주례를 맡고 이강서 신부가 강론을 맡았다.

이강서 신부는 강론을 통해 참된 평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군대 안에서 군인들에 대하여 사목활동을 하는 군종사목의 모순에 대해 말하기도 하였다. 또 "평화는 모든 이의 권리가 충족되는 상태, 곧 서로를 위한 의무를 다하는 것인데 평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는 내가 다른 이를 위해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면서 타인에 대한 의무를 다 하는 일, 곧 평화를 일궈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임을 강조하였다.

강론에 이어서 정선녀 공소회장이 매일 강정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는 분들을 대표하여 5주년 미사에 참여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인사말씀을 드렸다. 미사가 끝난 후에는 제주해군기지 앞으로 이동하여 인간띠잇기와 강정댄스를 함께하며 마무리하였다.

5주년 미사에 즈음하여 백남기 어르신에 대한 국가폭력을 규탄하는 '불의한 정권의 회개와 민중을 위로하는 시국미사'도 일정이 겹쳐 강정에 예년처럼 많은 분들이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강정의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님을 알리고 매일 현장에서 투쟁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강정주민들과 지킴이들, 천주교 식구들을 응원하고 같이 하고자 열린 미사였다. 천주교연대 5주년을 맞아 강정미사에 참여한 120여 명의 사람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강정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된 것으로 싸움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지가 완공됐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감시의 눈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아 봉헌된 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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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2014년 9월 ʼ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ʼ3주년 미사. 해군기지 공사장 앞. <사진=방은미>

강정마을의 길거리 미사에 오래도록 함께 해온 몇몇 분들게 소감을 물었다. 첫번째로 강정마을에는 길게 기른 흰 수염이 친근한 '할아부지'가 한 분 계시다. 민주화투쟁의 산 증인이자 전국 각지 공권력에 부당한 억압을 당하는 현장 곳곳에 달려가는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가 바로 그 '할아부지'다. 매일 길 위 미사천막을 지키는 신부님에게 길거리 미사는 어떤 것일까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정마을과 해군과의 진실게임의 최전선이 바로 지금 미사천막이 있는 일대에요. 이른바 공사장 정문. 지금은 문이 닫혔지. 거기에서 2011년도 8월 24일 강동균 마을회장과 김동원과 김종환 삼춘이 연행됐고 그 이후로 연행과 구속이 계속되고 벌금도 물게 되고... 우리는 종교용어로 골고타라고 해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는 그 수난의 현장이죠. 이 장소를 우리는 골고타로 인식하고 그 자리에서 그냥 미사를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계속되었죠. 그 미사조차도 얼마나 힘들게 정착을 했는지. 알다시피 제대상이 뒤집어지고 엄청난 방해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주저함 없이, 마치 이게 우리 강정의 진실을 들추어내는 아주 중요한 행위인 듯 여기면서 어느덧 5년이 흘렀네. 사람들이 해군기지 싸움은 끝났다 함에도 불구하고 끝나지 않았다고 계속하는 이유는 아직도 해군은 강정마을에 싸움을 걸고 있기 때문이에요. 손해배상이라는 이름으로 구상권 청구하고 또 제 2구상권을 계획하고 있고, 그렇다면 정말로 주저앉을 수 없죠. 해군의 실체를 들추어내기 위해서는 미사를 소중한 행위로 계속 해야겠다, 하는 거지."

"골고타 언덕은 수난의 길이야. 강정에서 우리가 행하는 크고 작은 행위들을 정부가, 경찰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당할 수밖에 없어. 당한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우리의 주장을 해 나가는 것 이 자체가 고난의 길이지 뭐. 이 고난의 길을 마다할 수 없는 게 우리 입장이에요. 그래서 아무리 최악의 경우 온 마을이 주저앉아 포기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어요. 진실을 향해, 이 감춰진 것을 들춰내기 위해서, 그리고 옳은 것을 향해서, 말하자면 정의를 세우는 이 일은 중단할 수 없어."

"이게 이기고 지고 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구나 생각해요.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또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강력한 태풍과 같은 힘이라고. 나는 이 국가권력이라는 건 거짓집단들이라고 봐요. 거짓안보, 거짓경제론 이런 걸로 국민들을 속이는 건데 그걸 돌파하는 게 쉽다고 생각하지 않지. 그러나 주저앉지는 않는 거지. 계속 그 자리에서 말할 뿐. 그런 마음으로 강정에 남아있는 거예요."

"미사는 나에게 강정에 있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저 구럼비에서부터 미사했고, 평화센터 공터에서도 미사했고, 그 다음에 8월 24일 현장에 들어가서 미사를 했는데, 하루하루 감동적이었지만 역시 그 첫 미사의 감격이 있어요. 골고타 언덕이라는. 미사의 행위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는 그것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거든. 전례로써. 현장에서는 그야말로 현실과 미사의 의미가 딱 부합하기 때문에 그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 우리는 정말 큰 의미를 하루하루 되새기고 사는 거지."

노신부의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에 "결코 혼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육지에 있는 신부님들이 점차 조직해서 강정 길거리 미사를 함께 이어가고 있다. "목숨을 앗아가더라도" 미사를 이어가겠다고 할아버지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더 많은 신부님들과 사람들이 길 위의 미사를 함께 이어간다면 할아버지도 고된 몸을 조금은 쉬실 날이 올까.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고대해본다.

길거리 미사천막을 지키는 쟌다르크, 공소회장님에게도 우선 5주년을 축하하며 소감을 물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와서 미사를 드린 것이 큰 기쁨이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연대하는 사람들이 가족보다도 더 친근하고, 서로가 우선순위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서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때문에 굉장히 기쁜 시간이었죠."

공소회장님은 길거리 미사에 대한 의미와 미래에 대해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이 전환기적인 현장인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공권력과 대치하는 상황도 아니고 대부분 외형적인 것들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툭툭 "다 끝났는데 뭐 때문에 계속 미사를 드리냐?" 이런 표현이 쉽게 나오는. 하지만 미사가 계속 되어야 한다는 의미 부여는 어느 날 갑자기 왔다면 찾지 못할 것입니다.

저 역시 기지가 완공되었다고 우리의 행동을 멈추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가에 대한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만약에 우리가 계속한다면 어떤 가치, 어떤 의식을 가지고 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현장에 있으면서 내 스스로가 계속 묻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하는 과정이 있었지요.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행복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요. 우리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모든 군사기지가 결코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고 악이라고 생각해요. 기지가 지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체험한 것은 결코 정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비민주적으로, 비인권적으로 기초가 되었기 때문에 이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봐요. 물론 세워지는 과정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앞으로 해군기지도 강정은 물론이고 제주도에서도 인류를 위해서도 필요 없는 것이라 생각해요."

길거리 미사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물음이 이어졌다.

"나는 오키나와를 다녀오며 확신이 들었어요. 그 사람들은 70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물론 가라앉을 때도 있었고 활발할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근데 누군가는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고 지금까지 지켜왔어요. 이렇듯 이곳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길거리 미사를 드릴 것이고 형편이 안 된다 해도 우선순위 가치인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이 현장을 누군가는 지켜서 갈 때까지 간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언제까지 갈 거라고 말할 수 없어요. 이곳은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공감대가 형성되는 곳이고 이해되는 곳이에요. 이곳을 지키는 것은 내가 편하기 위해 욕망충족을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 가치에 의해 행동하는 거예요. 이곳은 역사적인 큰 전환점인 곳이기 때문에 이 현장만큼은 내 생애가 끝나고 그 다음 세대와 시대가 온다고 해도 지킬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후손을 위해서 지켜야 해요."

마지막으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미사에 대해 물었다.

"미사가 시작하기 바로 전에 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칠 때, 그럴 때 처음부터 감동이 몰려와요. 기대도 안 했던 사람들이 와서 하느님을 만나는 각자에게 하느님이 역사하시는 것을 봤을 때, 이곳에 와야만 충족할 수 있는 신앙의 선물이 있구나 하고 느껴요. 그런 것이 오늘까지 미사가 있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5주년 미사도 시작 직전, 많은 사람들이 들이 닥쳤다. 이 미사 또한 공소회장님에게 특별하고 감동적인 미사로 기억될 것이다.

미사시간이면 어김없이 핸드폰 카메라로 현장을 담아내고 절실하게 기도하는 연극연출가 방은미 선생님에게 5년간의 길거리 미사는 무엇일까. 그는 2011년 7월 문정현 신부를 뵙기 위해 궁금하기만 했던 강정에 2박 3일 일정으로 내려왔다가 아예 터를 잡고 매일 길거리 미사를 지키고 있다. "강정마을이 당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폭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오순도순 살던 작은 마을 사람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고향 바당, 부모, 형제, 친지, 친구, 이웃, 공동체를 난도질 당하고 마을을 빼앗겼어요. 예수를 따라 살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라면 그 고통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예수님이 그렇게 하셨으니까요. 저는 정의 없이는 평화가 없다 생각해요. 그 고통받는 분들과 평화를 나누려면 그 분들에게 마을을 빼앗긴 진실을 밝혀드리는 정의가 세워져야 한다 생각해요. 그 사실을 알리고 힘을 모아내는 기도! 그 모든 것을 위해 강정 길바닥미사가 존재한다 생각해요. 지금 강정마을은 총 든 군인이 활개치고 다니고, 시도 때도 없는 군함 출항소리, 군가소리, 군사훈련에 구상권까지 더 처참하게 겁박당하고 있잖아요. 국가가 마을에 사과하고, 구럼비를 평화의 땅으로 되찾을 때 까지 미사는 계속 봉헌되어야 한다 생각해요. 저 같은 평신도로선 그저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있으시다 믿어요."

"하루 매 순간의 중심이 미사이고, 강정에서 살아냄의 버팀목이 미사"인 그에게는 매일의 미사가 감동이고 축복의 시간이다. 펜스가 쳐지고 구럼비에 갈 수 없게 된 후 2013년 2월 새벽, 미사제구 꽁꽁 싸매고 카약을 타고 구럼비에 들어가 봉헌한 미사 때 "아! 강정마을은 범섬에서 해가 뜨는구나!" 알았다고. 그래서 그는 매일 "꼭 다시 구럼비에서 미사를 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11시면 미사천막으로 걸음하시는 마을주민 안나삼촌, 안나삼촌은 귤 농사를 짓고 품앗이도 다니면서 가능한 시간 다 동원하여 길거리 미사에 오시는 유일한 마을주민이다. 삼춘은 이야기 나누는 내내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지. 신부님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해군기지 사태 나고 처음엔 마을 사람들이 다 똘똘 뭉쳐 같이 반대하니까 힘든 줄 몰랐어. 근데 사람들이 군인이 들어오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싸워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을 해, 나는 온갖 게 납득이 안가 속이 터지는데. 미사에 오면 마음이 가라앉아 너무 고맙지. 계속하면 좋겠어. 미사를 하니 지나가는 사람들도 우리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좋아진 게 없는데 미사까지 없어지면... 마을 사람들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글, 사진 /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 사무국 강은주 활동가, 영인, 반디, 방은미>

* '강정이야기'는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소식지 '강정이야기' 발행위원원회와의 협의 하에 기획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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