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피습사건 희생자 장례미사..."어찌 이런 일이"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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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피습사건 희생자 장례미사..."어찌 이런 일이"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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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개발 열병시대 제주도 과욕이 부른 비극"
신자들 "죽음 믿어지지 않아...부디 영원한 안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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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거행된 성당 피습사건 희생자 고(故) 김모씨 본당장(葬) 장례미사. ⓒ헤드라인제주
제주시내 한 성당에 괴한이 침입해 홀로 기도를 올리고 있던 여성 신자를 살해하는 일명 '묻지마 범죄'가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21일 신자들과 친지들의 흐느낌 속에 희생자 장례미사가 엄수됐다.

오전 10시 해당 성당에서 열린 희생자 고(故) 김모씨(향년 61세) 본당장(葬) 장례미사에는 강우일 주교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 및 도의원, 신부들과 신자, 친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강우일 주교는 강론에서 "지금 우리는 상상도 못한 폭력으로 갑자기 목숨을 잃은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나누고자 한다"고 말문을 연후,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하셨는지...그렇게 헌신적이고 열심히 하시던 분이 이런 일을 당하다니 너무 가슴 아프고, 또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음 아파하는 교우들에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애석해 했다.

강 주교는 "고인은 자신의 모든 시간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교회에 봉헌한 예수님의 제자셨고, 레지오 단원이자 프란치스코 재속회원으로 기도에 누구보다 정진하셨다"면서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활동하신 것이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종의 생태계와 환경을 지키라는 호소와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동네 클린하우스를 찾아다니며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청소하는 일까지 하셨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강 주교는 "정말 완덕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셨던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신앙생활에 쏟은 분이 마지막에는 이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기도)을 하면서 예수님이 돌아가신 그 길을 묵상하시는 그 순간 예수님의 운명을 함께 겪으셨다"면서 "왜 이 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할까"라고 강한 물음을 던졌다.

강 주교는 "저는 오늘, 생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영문도 모른채 무참히 살해된 이 분도 이 시대의 순교자라고 선언하고 싶다"면서 "그는 우리 시대의 과욕과 죄악 때문에 희생된 티없는 어린양과 같은 제물로 주민께 봉헌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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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미사에서 강우일 주교가 강론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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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성당 피습사건 희생자 고(故) 김모씨 본당장(葬) 장례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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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거행된 성당 피습사건 희생자 고(故) 김모씨 본당장(葬) 장례미사.ⓒ헤드라인제주
강 주교는 이번 사건이 제주의 개발열병 속에 발생한 비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주교는 "제주도는 지난 여러해동안 급격히 증가하는 방문객.관광객으로 인해 자연과 사람들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가 다해봐야 60만조금 넘는 이 작은 섬에 지난 한해 동안만 서울시 인구 전체와 맞먹는 1200만의 타지인들이 와서 며칠씩 머물고 갔다"며 "자기집은 단칸방인데 동네사람 다 부르고 지나가는 길손들 다 불러온 결과가 오늘 제주의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도는 벌써 여러해전 부터 개발의 열병에 걸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먹고 놀고 즐기고 소비하고 지갑을 털고..."면서 "무제한 투자와 무차별 개발, 대규모 관광이 지상과제인 것 처럼 정책을 펼쳐왔다. 정신차리고 보니 제주의 깊숙한 속살이 벗겨지고 상처를 입고 있다. 자연도 사람도 난도질 당하는게 오늘의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강 주교는 "죄없고 티없는 영혼의 소유자가 당한 죽음의 탓을 외국인들에게 돌리기 보다는, 경제적 성장과 수익만을 분에넘치게 추구한 자신들의 탐욕에 탓을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의 순교는 이 시대의 무분별한 환락의 탐닉과 질주를 멈추고, 인간의 품격과 존엄에 어울리는 절제있는 삶을 회복하라는 하늘의 경종이 아닌가 한다"면서 "제주도는 원래 대지주도 없고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지배계층도 별로 없고 고만고만한 작은 사람들이 조냥정신으로 하루하루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평화의 섬이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 묵묵히 들어오신 자매(고인)의 순교는 우리를 제주의 원초적인 평화로 다시 돌아가도록 촉구하는 우리를 회심으로 초대하는 봉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의 강론이 끝난 후 신부들과 가족들은 고인 앞에 둘러서서 마지막 송별의식을 하며 흐느꼈다.

신자를 대표해 추도사를 한 김계춘 장례위원장(제주매일 주필)은 "당신을 보내는 이 순간에도 그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다. 평소 환하게 웃던 그 모습이 생생히 뇌리에 남아 착각이 아닌가 한다"면서 "우리는 가슴에 슬픔을 참고 있다. 다시 민들레꽃 피면 당신이 무척 그리워질 것이다. 지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 품 안에서 새로운 꿈 마음껏 펼치시기 기원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추도사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는 "그날도 당신은새벽 미사에 홀로 남아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아직 출간하지 않은 시집에 써내려간 시 구절처럼, '사랑이 없으면나의 모든 것 아무것도 아니었네'라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우리는 당신의 떠남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아픔을 차마 바라보기조차 힘들다. 사랑하는 교우들과 이웃들 뿐 아니라, 제주도민과 소식을 접한 모든 사람들이 충격과 슬픔을 피하지 못한다"면서 애석해 했다.

원 지사는 "이 땅에 자라나는 분노와 증오에 지배당하지 않고치유와 평화가 깃든 곳이 되게 하는 것,그것이 당신의 기도라고 믿는다"고 피력한 후, "나와 남이 함께 살아가는 이곳 제주,많은 방문자가 찾아오고 서로 마주치는 이곳을,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살아있는 우리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또 다른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안심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며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마지막 헌화와 분향이 진행되는 동안, 신자들은 눈물로 고인과 작별인사는 나눴다.

장례미사가 끝난 후 운구행렬이 이어졌고, 영구차는 제주시 양지공원으로 향했다.

고인은 황사평 공원묘지에 안장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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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성당 피습사건 희생자 고(故) 김모씨 본당장(葬) 장례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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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성당 피습사건 희생자 고(故) 김모씨 본당장(葬) 장례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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