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울린 전국장애인연극제 개막공연 '동행'..."감동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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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울린 전국장애인연극제 개막공연 '동행'..."감동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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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전국장애인연극제 개막, 22일까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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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전국장애인연극제에서 개막공연을 선보인 극단 '서툰 사람들'.ⓒ헤드라인제주
"동행은 모두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묵묵히 희생해 주신 분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입니다 아니 미안함에 대한 표현입니다."

19일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개막한 '2016 전국장애인연극제'는 첫 작품부터 관객들에게 더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오후 7시 첫 무대를 장식한 개막작은 극단 '서툰 사람들'의 공연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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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전국장애인연극제 개막작인 극단 '서툰 사람들'의 '동행'.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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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전국장애인연극제 개막작인 극단 '서툰 사람들'의 '동행'.ⓒ헤드라인제주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와 가족들을 챙겨나가는 며느리의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날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묵묵히 챙겨온 아내가 6개월 시한부인 말기암이란걸 사실을 알게 돈 남편은 할머니와 자식들에게 화를 쏟아내고, 아픈 와중에도 할머니를 걱정하는 며느리.

희미해진 병실, 며느리가 가는 길에 동행해주겠다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병실을 찾은 할머니.

며느리는 아픈 몸을 부여잡으며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한다. 적막한 병실에 할머니의 노래가 나지막하게 울려퍼진다.

30여분간 이어진 공연이 끝나고 객석의 조명이 켜지자,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자리를 끝까지 함께 했던 유진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대표, 박주희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교장 등은 무대에 오른 배우들을 격려하며 위로했다.

그제서야 배우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동행' 연출을 맡은 김광흡 감독은 "이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모티브로 창작한 연극으로, 요즘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소개한 후,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단원들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 열심히 노력해 주셨다"면서 단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장애도 종류가 달라 대사를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비장애인들이 보기에 불편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장애인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며 "공연에 대해 관객들이 다들 공감해주신 것 같아 충분히 만족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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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전국장애인연극제 개막공연인 '동행'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이성복씨.ⓒ헤드라인제주
이날 공연에서는 보조기구에 의지해 무대에 직접 올라 내레이션을 맡은 이성복씨(뇌병변 2급)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수필가로 등단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나, 평상시 대화에서도 장애로 인해 또렷한 발음을 하기 무척 힘들어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 관객들에게 작품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핵심적 역할이라 할 수 있는 내레이션을 맡아 무난히 소화해 냈다.

병실 안에서 죽음을 앞둔 며느리를 위해 할머니를 구슬픈 노래가 울려퍼질 즈음, 마지막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을 압니다...보이지 않는 희생을 사랑으로 감싸줘야 하는게 우리의 할 일 아닐까요. 왜냐하면 우리는 한 가족이니까요."

객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성복씨는 "내용 자체가 슬프다 보니 연습하면서도 자주 울컥했었는데, 그래도 많이 연습하고 준비했었다"면서 "오늘 열심히 하기는 했으나 막상 무대에 오르니 눈물이 날 것 같이 감정이 복받쳐 준비한 것을 전부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해야지 생각은 하지만, (장애로 인해 발음이) 마음처럼 되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면서도 "지난해부터 시작해 이번 작품까지 세번째 도전이다. 올해 12월에도 새로운 작품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소장 최희순)가 주최한 올해 연극제는 22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4팀의 극단 연극이 선보인다. 공연시간은 매일 오후 7시다.

20일에는 제주지역 장애인연극단인 '캐스팅'의 작품 의미있는 사치'가 무대에 오른다.

21일에는 경남 창원 유일의 장애인 연극단 '햇빛촌'이 준비한 작품 웃어라 호야'가 공연되고, 마지막날인 22일에는 국내 최초의 장애인 연극단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애인연극예술극회 '휠'의 '인간에 대한 예의, 영웅'이 대미를 장식한다.

최희순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 소장은 "어느덧 다섯번째 제주 전국장애인연극제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처음에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조차 어색해하고 무대에 서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아해 하던 단원들은 이제 냉정하고 무섭게만 보이던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최 소장은 "세상과 소통한다는 것이 꼭 이야기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연극으로, 악기 연주로 또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오늘 참가한 분들로부터 배웠다"며 "이 분들의 무대를 통해 장애인 연극인들의 열정과 자질을 보여들릴 수 있어 무척 기쁘게 생각하고, 나아가 장애인 연극의 가능성과 미래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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