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현장 21년, "제가 버팀목 되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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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현장 21년, "제가 버팀목 되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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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사회복지 유공 공무원 김성훈씨, 그는?
현장 발로뛰고, 홀로사는 노인가정 '봉사활동' 선행

어려운 이들에게 주어지는 기초생활 보장급여가 있지만, 이 조차도 받지 못하고 어려움 속에 사는 이웃들을 찾아 희망의 손길을 건네온 한 공직자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바로 제17회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사회복지 유공자 표창 수상자로 결정된 제주시청 주민복지과 김성훈씨(45. 사회복지직 7급)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사회복지 일선현장에서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해 헌신하며 사회복지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공직자가 사회복지업무를 적극적으로 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김성훈씨의 수상 배경에는 업무 외적인 부분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공직자이기 이전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시민이자 가장으로서 어려운 이들을 찾아 묵묵히 봉사활동을 펴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소외계층 지원에 부단히 나선 일 등이 알려져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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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주민복지과 김성훈 주무관. ⓒ헤드라인제주
1996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원래 사회복지직이 아닌 기능직렬로 출발했다. 그러면서도 공직 첫 출발에서부터 사회복지 지원업무를 맡았던 것이 인연이 됐다.

공직생활 초기 선배 공무원의 권유로 '주경야독'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로부터 5년 뒤인 2001년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면서 정식 사회복지업무를 전담하게 됐다.

16년간 사회복지사로서 현장을 누비면서, 남 모르게 봉사활동을 펴게 된 것은 한 기초생활 수급자 할머니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 읍면지역에서 근무할 때 였는데, 한 수급자 할머니를 찾아가 봤더니 지저분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계셨어요."

그 할머니를 요양시설로 모시려고 했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거부했다고 한다.

할머니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그는 주말을 이용해 아내와 함께 할머니를 찾아 이불 빨래와 집안청소일을 도왔다.

이 일이 계기가 돼 그는 동료 공직자들과 함께 소외계층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데 적극 나서게 됐다고 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후원도 적극적이다.

오랜 시간 사회복지에 몸을 담고 있던 그에게 보람됐던 순간도, 안타까운 순간도 많았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업무는 '저소득층 사례관리'.

사례관리란 기초급여.노령.장애인연금 등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상을 발굴해 공적자금이나 민간지원을 연결해 주고, 또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제도다.

각 읍면동 등에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을 발견해 알려주면 김성훈씨를 비롯해 9명의 사례관리사들이 직접 방문해 상황을 살펴보고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지원 대상과 방안을 선정하고 있다.

그는 "업무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다"면서 "가끔식 사무실로 사회급여 수급대상에서 탈락하신 분들이 '왜 탈락했냐'라며 오시는 분들도 있다. 우리도 도와드리지 못할 때는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사회복지 업무를 전적으로 시.군 단위에서 하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자 정부가 읍면동복지허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죠. 제주에서도 이도2동 등 몇 곳에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을 찾고 있어요. 읍면동복지 허브화가 정착되면 앞으로 복지지원제도를 몰라서 지원받지 못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인력부족'의 문제를 토로했다.

그는 "제주시에 통합사례관리사가 6명이 있는데 모두 여성이다. 남성을 채용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 채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성들도 열심히 하며 대상자의 심리를 잘 읽으며 무난히 해내고 있으나, 상담대상이 남성인 경우 어려움이 여러모로 많다고.

또 제주지역에 큰 기업체가 적다보니 후원을 연결시키는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후원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늘어나고 있는게 피부로 느껴져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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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주민복지과 김성훈 주무관. ⓒ헤드라인제주
이번에 '큰 상'을 수상하게 됐지만, 그의 마음 한켠에는 아쉬웠던 순간의 일들도 떠올려지는 듯 했다.

"지금도 후회하고 있는 일이 한가지 있어요.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평생 남을 것 같네요."

5년 전쯤, 할머니 한분이 힘들게 살고있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전화가 그에게 걸려왔다.

전화를 받고 1시간정도 뒤 할머니를 찾아갔는데, 그 집을 바라보니 농촌지역임에도 크고 좋은 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노크하고 마당으로 들어갔는데, 인기척이 없어 그냥 나가려던 중 집 뒤편을 보니 창고식으로 된 바깥채가 그의 눈에 띄었다.

문을 열어보니 다 썩어들어가는 이불을 누가 뒤집어 쓰고 있었고, 무서운 마음으로 이불을 걷어보니 굉장히 말라있는 할머니 한분이 끙끙거리며 누워있는 장면을 보게 됐다.

바로 요양병원에 연락해 의사 선생님과 구급차를 보내달라고 하고, 이동목욕차도 불렀다. 그러나, 구급차가 도착하고 의사선생님이 내려 할머니의 상태를 진찰하려는 바로 그 순간 할머니는 숨을 거뒀다.

"불과 30분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어요. 제가 집에 도착해서 구급차가 도착하기 까지. 제가 조금만 더 일찍 찾아갔더라면..."

그는 "이 일은 제 가슴에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면서 "이후에는 다행히 사례관리팀이 생기고 이런분을 찾아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 할머니를 생각하면 아직도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아쉬웠던 일을 뒤로하고, 마지막으로 기뻤던 일에 대해 물었다. 여러가지 기억들을 회고하면서도,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그것은, 그의 딸이 이웃사랑 나눔을 남몰래 실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 였다고 했다.

"딸이 올해 대학에 입학했는데, 딸의 이름으로 기부내역이 집에 와있는 것을 보게 되고 깜짝 놀랐죠."

딸을 불러 어찌 된 것인지 물어보니 3년도 더 전부터 기부를 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딸이 '아빠가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데, 나도 당연히 해야 되는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딸이 '내 딸이야'하면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알고 보니 딸이 보내는 기부금이 사진 속 아이에게 전달되고 있었던 거죠."

그는 그 일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사회복지업무를 수행하면서는, 자신이 도와준 어려운 이웃들이 나중에 자신에게 연락을 하고 찾아와 좋은 소식들을 전할때 마다 기쁨과 함께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소년소녀가장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했어요'. '군대 다녀왔어요'라고 연락이 온다"면서 "사회복지사로서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연락이 오면 기쁘고 뿌듯하죠."

한편 사회복지 유공자 시상식은 8일 오전 11시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열리는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있을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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