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공사 '행정실책' 책임, 왜 시장.부시장은 '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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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공사 '행정실책' 책임, 왜 시장.부시장은 '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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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풀장 공사 예산손실의 책임추궁 범위와 한계
책임지겠다던 시장.부시장은 사과 한마디로 '면죄부'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가 제주시 애월읍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 조성공사와 관련해, 제주시청 공무원 4명에 대해 4억4000만원을 변상조치토록 한 결정은 행정기관의 '실책'으로 인해 초래된 재정적 손실부분에 대해서도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게 했다.

경관 훼손 논란 속에 법률에서 정한 행정절차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채 사업을 추진하면서 재정적 손실을 끼쳤다면, 신분상 문책 뿐만 아니라 예산손실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감사위는 지난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주시 종합감사 결과 처분사항을 의결하면서, 곽지 해수풀장 조성공사에 있어 이같은 거액 변상조치를 결정했다.

위법공사 사실이 드러나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진행 중이던 공사가 중단되고, 또 원상복구를 하면서도 많은 비용이 소요돼 해당사업을 발주한 부서인 국장, 과장, 담당, 주무관 등 4명의 공무원들에게 예산손실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감사위의 이 결정은 행정기관의 명백한 '실책'에 대한 공무원 책임범위를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분,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감사위가 이번에 단호한 결정을 통해 공직사회가 큰 경각심을 주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 평가 속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행정기관의 실책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 책임의 범주에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파장을 일으킨 해수풀장 조성사업은 국비 3억원, 도비 5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00㎡ 규모 해수풀장을 곽지과물해변 백사장에 조성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총공사비가 8억원 정도이고, 주민숙원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됐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실무 결재라인을 통해 사업계획이 결정될리 만무하다. 최소한 시장이나 부시장의 정책적 결정이 수반된 사업으로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실무부서 결재라인 보다는 최고위직에서 1차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사업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 정도도 매우 중했다.

유독 민선 6기 제주도정의 미래비전 최상위 가치로 제시한 '청정'과 '공존'에 부합하지 않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천혜의 해안경관을 자랑하는 곽지해수욕장 백사장 한복판에 길이 50.5m, 폭 38.5m 규모의 거대한 인공시설물을 조성하겠다는 발상 자체 부터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관련법규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위법한 시설물 공사를 발주해 시행했다는 점, 그리고 이로인해 막대한 도민 혈세가 낭비된 점도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었다.

감사결과가 아니더라도 그 '실책'은 이미 확연히 드러났다.

곽지 과물해변 일대가 2004년 제주시장이 백사장과 용천수 등을 보호하기 위해 '곽지 관광지'로 지정해 어떠한 시설물도 들어서지 못하게 돼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곽지리 1565번지는 제주특별법상 관리보전지역 경관보전지구 1등급에 해당되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상 도시지역외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해당하는 곳이어서 해수풀장을 설치하려면 곽지 관광지에 대해 사업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절차를 생략한채 공사를 발주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마디로 행정이 스스로 법을 어긴 것이다.

이 위법한 공사로 인해 예산손실도 적지 않다.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3억여원의 예산이 집행돼 버렸고, 원상복구를 위해 철거하는데도 1억원 이상이 소요됐다고 한다.

환경단체가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제주특별법 및 국토계획법 등의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책임을 져야 할 공무원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명백한 행정과오가 확인된 직후인 지난 4월27일, 임기 막바지에 있던 당시 김병립 제주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청정 제주의 환경을 훼손하고 행정불신을 자초한 것에 대해 도민들께 정중히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일련의 불법성 논란에 대해 모두 인정하며, 공사를 중지시키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는 한편, 모든 과오와 책임은 시장인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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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과물해변 해수풀장 공사의 위법성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고개를 숙였던 김병립 전 제주시장. 그러나 감사위의 이번 감사처분 의결에서는 최고위직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았다. ⓒ헤드라인제주
그러나 정무직 공무원이었던 그는 6월말 임기가 만료돼 퇴임했다. 이 때문인지 이번 감사위의 재정적 손실 책임 대상에서 김 전 시장은 '열외' 됐다.

결재라인의 최고위직이었던 당시 부시장에 대해서도 재정적 손실책임을 묻지 않았다.

결국 책임을 지겠다던 시장과 부시장은 사과 한마디로 그 책임을 면죄받았고, 국장급 이하 실무부서 결재라인에서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다.

고위직이라 할 수 있는 국장이 포함됐다고 하지만, 일만 터지면 '윗선'은 빠지고 실무라인 하위직만 '덤터기'를 쓰는 관행이 이번에도 그대로 재연된 셈이다. 엄중한 처분결정을 내리면서도, 한계가 너무나 확연해 큰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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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란? 2016-08-25 19:18:59 | 11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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