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절차적 정의' 훼손논란...정부, 어떻게 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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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절차적 정의' 훼손논란...정부, 어떻게 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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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갈등문제] (3) 해법모색 토론회 의미와 전망
"일방적 입지결정, 용역도 오버"...'협의기구' 구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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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열린 제2공항 문제 해법모색 토론회.ⓒ헤드라인제주
지난 29일 개최된 '제2공항 문제 해법모색을 위한 토론회'는 비록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에 대한 세부적 토론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으나, 공항 건설 예정지인 성산읍 지역주민들, 시민사회단체, 국토교통부,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한 자리에 모여 해법 모색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물론 표면적으로 보면 정부측은 '계획대로 진행', 주민들은 '결사 반대'라는 내용으로 귀결되면서, 갈등 대립구조는 그대로 표출됐다.

공항 건설 예정지 주민들은 토론회 내내 격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일방적 강행'을 강하게 성토했고,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 후, 앞으로 기본계획 수립 및 실시설계 등을 진행해 예정대로 착공할 계획임을 밝혔다.

팽팽한 대립구조의 '평행선'을 달리는 양상은 그대로 재연됐다고 할 수 있으나, 이날 토론회는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게 했다.

하나는 현재의 갈등문제가 초래된 원인 및 쟁점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 공유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한 대안적 내용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먼저 갈등 원인 및 쟁점 정리에서 제시된 핵심은 '절차적 정의' 훼손 논란이다. 제2공항 입지선정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첫째, 국토부가 시행했던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용역'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제기됐다. 이 용역에서는 대안별 비교평가를 통해 '제2공항'이 최적대안으로 제시되면서, 서귀포시 성산읍 5개 마을이 단일입지로 확정됐다.

그러나 이는 이 용역의 과업지시서 및 자체 설정한 연구방법에도 어긋난 결과라 할 수 있다.

최초 연구 기본설계 및 과업지시서를 보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방안에 대해 기존공항 확장, 신공항 건설, 제2공항 건설 등 3가지 대안을 비교.검토하고 최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용역의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발표한 용역 최종 결과에서는 '최적대안' 선정 차원을 넘어 성산읍을 단일입지로 결정해 발표하면서 과업지시서의 범주를 일탈했다는 논란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공항 확장 방안에 대한 부실한 검토 논란도 샀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갈등해결학 박사)는이 용역에서 기존공항 확장안은 가능한 여러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이 없었고 대표대안을 선정하는 과정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로지 해안을 매립해 기존 활주로와 1310m 이격된 평행활주로를 건설한다는 단일안을 2페지 분량으로 간략히 제시한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기존공항 확장과 제2공항 건설안 간에 사업비와 환경성에 대한 정밀한 상호 비교를 수행한 내용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분이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첫번째 쟁점이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과 관련한 두번째 포인트는 입지선정 결과가 용역의 범주에 속하고 객관적이고 타당한 연구에 의한 결과였다고 하더라도, 왜 주민참여 기회를 원천적으로 배제시켰느냐 하는 점이다.

성주군 사드 배치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번 제2공항 입지는 철저히 비공개 속에서 진행돼 '깜짝 발표'로 결과가 공개됐다. 정부와 제주도정은 이 부분과 관련해 사전에 후보지가 공개될 경우 부동산 투기 등의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는 충분한 소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공항 건설은 수많은 토지를 수용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고 마을공동체는 붕괴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대형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해당지역 주민들 입장에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강영진 박사는 "사회 전반적으로는 필요하나 특정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의로, 해당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제2공항에서는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입지선정이 있기까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가 전무했고, 시민참여도 배제됐다. 즉, 공론화 과정을 통한 도민사회 합의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대형국책사업의 공항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불가피했다고 해명할 수 있으나, 토론회에서 제시된 베를린 브란덴부르그 국제공항 입지선정을 위해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총 90회의 공청회를 실시한 사례와는 크게 대조적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제주 제2공항은 일방적 강행이라는 주민 반발과 함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토론회에서 제안된 갈등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 협의기구' 구성이 주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제주도 시민사회 대표, 제주도 산업계 대표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필요할 경우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주관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를 통해 제2공항 관련 논란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제안한 강영진 박사는 현재 진행 중인 제2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 내에 협의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가급적 조속히 추진할 것도 제언했다.

그러나 실제 협의기구 구성합의로 이어질지는 극히 미지수다.

토론회에 참석한 제주도 관계관은 "갈등조정 협의기구 구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으나,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진행 중인 모든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절차진행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아직 지역주민들의 공식적 입장은 나오지 않았으나, 제2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주민설득에 주력하고 있는 정부와 제주도정의 기본적 입장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협의기구 구성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토론회는 비록 갈등문제 풀기 위한 구체적 해법논의로 진전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산발적으로 제기돼 온 제2공항 입지선정 관련 의혹과 쟁점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제시되면서 향후 논의의 확장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토론회에서는 정부에 다음 몇가지 질문이 던져졌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연구용역이 '과업지시서'대로 충실히 이뤄졌는가, 현 공항 확장방안에 대한 비교검토는 왜 제대로 하지 않았나, 공항건설을 추진하면서 적절한 절차 없이 일부 전문가에 의한 용역결과에 의건해 부지를 확정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이, 후속 대화의 장의 논점이 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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