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反클린턴 바람…미 대선 개입 의혹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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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反클린턴 바람…미 대선 개입 의혹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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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은 잘못이며 위험한 일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확정지으며 오는 11월 미 대선 경쟁에 본격 시동을 건 미국에서 나온 구호가 아니다. 이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두마(하원)선거에 출마한 마리아 카타소노바라는 21살의 여성 민족주의자가 자신의 선거 운동을 위해 내건 구호이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반대 운동이 미국 못지 않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카타소노바는 26일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앞에서 "힐러리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전 세계에 테러리즘을 부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 등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단독 시위를 벌였다. 그녀는 또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클린턴 전 장관을 비난하는 전단들을 나눠주었다.

그녀는 이 전단에서 세계를 신냉전으로 몰아넣고 테러를 촉발하는 미국의 정책을 종식시킬 유일한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라고 주장했다.

민족주의 성향인 로디나당 소속으로 두마 선거에 출마한 카타소노바가 러시아 국내 문제가 아니라 미국 대선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러시아에 불고 있는 반(反)클린턴 열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카타소노바의 이러한 시위가 11월 치러질 미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리는 전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시위는 러시아가 미국의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사흘 전인 지난 22일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내 '편파 경선' 의혹을 부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을 폭로한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를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것을 새로운 대미 전략으로 들고 나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친정부 블로거들은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테러, 체제 전복 등이 모두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했던 시절 미 외교 정책의 결과라는 주장을 확산시키는데 혈안이 돼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미 대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공화당과 민주당 간 극심한 대립에 대해 미국 민주주의의 기능이 소멸됐음과 동시에 클린턴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타소노바는 "러시아는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힐러리는 독재를 가져올 것이지만 트럼프는 양보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고 다원화된 세계를 지지하는 후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정치평론가 마리아 리프만은 "카타소노바의 행동은 러시아의 반진보주의 및 반서방 정책의 연장선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긴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그녀의 행동을 지원한다는 주장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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