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없는 '제주장애인야간학교'를 꿈꾸며
상태바
문턱 없는 '제주장애인야간학교'를 꿈꾸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 인권이야기] 김우진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 김우진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헤드라인제주

문득 2년 전 ‘제주장애인야간학교’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가 생각났다. 수업 시작 시간을 기다리며 모여 있는 학생들은 거리낌 없이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어서 낯선 곳에서 느낀 어색함과 긴장감은 금세 사라졌다. 마음을 먼저 열어주는 학생들의 적극적이고 순수한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는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전에는 수업을 받기만 했었지 직접 해본 경험이 없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잘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나는 수업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불가피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지각 한 번 하는 일이 없었고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짓 하는 것을 본 적도 없었다. 그들의 수업태도를 보면 배우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내가 조금 놀란 점이 있다. 그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집중 하며 수업에 임하는 자세에 비해 학습 진도가 더딜 뿐 아니라 학업성취수준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내심 학생들의 성적이 빠르게 향상되길 기대했는데 그것은 의욕만 앞섰던 나의 과욕이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비장애학생에 대한 수업방법과는 좀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한 것 같았다. 다시 말해 장애학생들에게는 그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그들은 비장애인과 다른 속도,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천천히 가는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학습이 필요하다.

둘째, 창의적이고 다양한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학생들은 SNS가 중요한 소통수단이 되곤 하는데 스마트교육, 정보화 교육으로 SNS 활용법을 습득하고 적절하게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드러내고 소통하면서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를 배우고 시낭송을 하며 발음이 좋아졌다는 학생도 있고, 인문학 강의를 들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변화되며 자존감이 높아지고 사회적 치유의 기회를 얻었다는 학생도 있다.

셋째, 찾아가는 이동식 교육이 필요하다. 수업을 하는 데는 날씨에 따라 변수가 많다. 차량이동지원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결석이 잦고, 눈이 오는 날에는 차량 운행마저 어려워서 수업이 휴강되곤 한다. 이외에도 배우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에 못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이런저런 여건을 감안하여 찾아가는 이동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통해 당사자들의 배우고 싶은 욕망은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배움의 권리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넷째, 교사 매뉴얼을 제작하여 장애인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은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 자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자세, 교육의 목적에 대한 이해 등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아 형성되는 믿음을 바탕으로, 학생의 정서적인 부분을 섬세하게 다루는 과정에서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다섯째, 장애학생 당사자의 권리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은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의 기본 권리이며 장애인복지와 권리 실현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권리교육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 실질적으로 자기생활을 자립적으로 할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도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장애인야간학교 교육의 최종 목표는 장애인학생 당사자가 자립을 하여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문해교육’에서부터 ‘직업찾기’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여 누구에게나 부여된 교육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 할 수 있도록 적절하고 충분한 교육서비스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문턱이 없는 장애인야간학교는 교육의 장일 뿐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와서 편하게 마음을 터놓고 상담을 하고 꿈을 이야기하고 같이 고민하는 공간이자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이 평생을 거쳐 커가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함께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 우리는 발걸음을 시작했다. 갈 길이 멀어 보이고 오래 걸리겠지만 함께 가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김우진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장애인인권 이야기는...

276159_176870_4701.jpg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헤드라인제주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