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직자의 눈물...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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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직자의 눈물...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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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문상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최근 일선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용기를 내어 공직사회에 던진 '청소부가 된 공무원' 에 관한 절규가 마음을 저리게 합니다. 인터넷 매체에서도 주요뉴스로 다뤄지면서 우리 공직사회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도정과 시정은 공직사회를 추스르기 보다는 최근 지자체 합동평가에서 1등을 했다고 자평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종시를 포함한, 경기도, 울산광역시 등도 저마다 1등을 했다니 누가 ‘1등’이고 누가 ‘최우수’인지 모르겠습니다.

경위는 이렇습니다.

정부(행정자치부)는 매년 국가 위임사무나 국고 보조사업 추진성과에 대해 1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합동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10월에 발표했으나 지자체마다 피드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금년에는 7월로 앞당겨 발표했습니다.

평가를 위한 지표 선정은 27개 정부부처의 9개 분야 27시책 83개 지표(196개 세부지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국 17개 시도 중 특별시와 도(道)로 나눠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평가는 지표별로 등수를 매기기는 하나 가 등급(1~3위), 나 등급(4~6위), 다 등급(7~9위)으로 나뉩니다. 따라서 도 단위를 기준할 때, 상대평가의 대상은 9개 지자체(특별시는 8개)일 뿐이며, 3등만 해도 ‘가 등급’을 받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로 집계된 결과에서 특별시 부문의 가 등급은 서울 7개, 울산 6개, 부산 4개, 대전, 대구 각 3개, 인천 2개, 서울, 광주가 각 1개를 받았습니다.

다음으로 도 부문의 가 등급은 제주와 경기가 각 6개, 충북이 4개, 경남과 전남이 각 3개, 전북 2개, 강원, 충남, 경북이 각 1개를 받았습니다.

전년도와 비교할 때, 세종시는 2개에서 7개로 플러스 5점을, 제주 역시 전년도 2개에서 6개로 플러스 4점을 획득한 점은 주목될 만합니다.

이를 토대로 저마다 ‘1등’이라 자평하는 결과를 굳이 재정열한다면, 광역자치단체를 통틀어 세종시 1위, 제주 2위, 경기 3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주와 경기는 동점이기는 하나 나 등급에서 경기는 없고, 제주는 2개인 반면, 다 등급에서 경기는 3개, 제주는 1개로서 근소한 차이로 엇갈린 순위를 매길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지자체마다 전국 최우수이건, 부문별 1등이건, 둘러치나 매치는 선에서 자평을 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우리 제주의 경우에는 작년 꼴찌에서 금년 도 부문 1위로 올라섰으니 도민들에게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겠습니까?

도 부문 ‘1등’을 차지한 제주도와 7천여 공직자의 노고에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필자 역시 소관 사무를 3년 연속 ‘가 등급’으로 지켜내느라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기쁜 일에 같이 기뻐해 줘야 하는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 무슨 일일까요?

그것은 여기에 매달리면서 흘린 공직자의 눈물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여기에 끝나지 않고 ‘내년’에 또 흘려야 할 메마르지 않을 ‘눈물’ 때문입니다.

꼴찌에서 1등을 탈환하기보다 1등을 사수하기가 더욱 어려운 법인지라 자칫 성과 낙인자로 전락되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눈물 흘릴 공직자가 더 많을 것입니다.

전년도 가 등급 4개에서 1개로 추락한 서울, 경북을 비롯한 대전, 충남, 강원 등 마이너스 점수인 기관은 지금 눈물범벅일 것입니다. 지난 해 ‘꼴찌 제주’라며 언론을 통해 채찍을 맞을 때, ‘전국 1등’이라 자랑하던 지자체들입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다행히 올 해는 눈물의 보상이 있었지만, ‘1등’을 사수하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공직자들이 피와 눈물로 범벅일지,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공직사회 평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부서마다 BSC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읍면동은 도로부터 이중 평가를 받으면서 성과주의에 매몰된 공직사회 눈물은 마를 날이 없습니다.

▲ 강문상 전공노 제주지역본부장.ⓒ헤드라인제주
시민의식개혁은 뒷전인 채, 매일 쏟아져 나오는 불법쓰레기를 읍면동 직원이 치웁니다. 넥타이부대를 꿈꾸며,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것은 그저 ‘통과 관문’일 뿐입니다. 매일 밤마다 쓰레기와의 전쟁의 승패는 바로 근무하는 내내 평가를 통해 갈립니다.

'청소부가 된 공직자의 울림'을 전해 들었을 때, 가슴이 미어졌으면서도 아무 것도 도와줄 수 없는 무기력함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수많은 공직자의 눈물을 용기로서 전해준 이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의 용기가 공직사회 눈물을 닦아내고 있습니다." <강문상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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