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채용기준 '출생지 차별'..."저는 어디 출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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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채용기준 '출생지 차별'..."저는 어디 출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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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이해할 수 없는 청년응시생의 탈락사유
"25년 살아도 영원한 이방인?"...'이주민' 범주는 도대체?

제주특별자치도가 최근 청년인재 채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출생지 차별'이라는 한 이주민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논란이 된 사안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공동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이뤄졌던 '제2차 제주신화역사공원 신설 복합리조트 취업연계형 싱가포르 서비스 전문가 실무양성과정' 모집 전형.

이 프로그램은 제주지역 청년인재들의 취업연계를 목적으로 하면서, 타 시.도 출신들은 응시자체가 불가능 하도록 하고 있다.

취업문호가 극히 적은 제주 상황을 감안하면 지역출신들을 배려한 이러한 선발전형은 충분히 공감되고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타 시.도 출신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배타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논란은 지역 내에서 불거졌다.

지원자격 공통사항 중 '제주도 소재 대학 졸업예정자 및 졸업자, 또는 제주도외 지역대학 졸업자인 경우 부모 또는 본인이 제주 출신인 자'로 정한 부분이다.

만 34세 이하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선발공고에서 육지부 대학 졸업자일 경우 '제주 출신'으로 한정한 것이다.

처음 공고가 이뤄질 당시, 이 부분까지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종전 지역공무원 채용시험의 지역거주지 제한기준이 준용된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또한 '출신(出身)'이라고 한다면 거주지나 학교 등 사회적으로 속해 있던 내력을 말하는 것으로 , 태어난 곳을 의미하는 '출생지'와는 다른 개념이다.

선발공고에서는 '출생지'가 아니라 본인 혹은 부모의 '제주 출신' 여부를 묻는 것이기에 일반적으로 제주에 거주하는 도민이나 자녀는 응시가 가능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추가사항의 제출서류 목록에서는 제주도 거주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 '제주도 출생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공통 지원자격'에서 제시한 '제주출신'은 곧 '출생지'를 의미했던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한 응시생의 부모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A씨(여)는 경기도에서 생활하다가 이번 응시생인 아들이 태어난 다음해인 1993년 제주로 이사를 왔고, 이후 줄곧 제주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제주에 정착한지 25년째이고, 응시생 아들 또한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모두 제주에서 다녔다. 대학은 육지부에서 다녔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채용 프로그램에서는 '제주출생'이 아니어서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에 "이주민은 영원한 이방인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과 남편이 25년째 제주도에서 살고 있으나 타 시.도에서 출생했다는 이유로 '이방인'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자신의 아들이 '제주 출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대체 제주특별자치도에 1살때 이주해서 25년 중 24년을 제주에서 살고 있는 제 아들은 어디 출신인 것이냐. 한살 때부터 이곳에 거주하고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이 아이는 어디 출신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번 논란은 귀농.귀촌 붐 속에서 제주도 유입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여러가지 점을 생각하게 한다.

첫째, '이주민'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제주도 인구는 귀농.귀촌 이주 열풍 속에서 올해 5월말 기준으로 65만명을 넘어섰다. 주민등록 등재 제주도민 63만2701명, 등록외국인 1만7350명이다. 2013년 60만명을 돌파한 후 2년9개월만에 5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전국적으로 보이더라도 순유입 증가율은 대단한 것이다. 이주 인구의 증가에 따라 제주도 전체적인 인구지형도도 크게 달라졌다. 연동.노형.아라.이도동 등 대단위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동(洞) 지역은 물론 애월읍 등 읍.면지역의 인구도 전체적으로 크게 늘었다.

인구수 비율을 볼때, 이미 상당수 지역에서 '원주민' 보다 '이주민' 비율이 크게 앞지르고 있다. 물론 이때의 이주민은 육지부에서 제주로 내려온 사람 뿐만 아니라 제주도 지역 내 이동 주민들을 모두 아우른 것이다.

대단위 신시가지에서는 이미 토착민과 새로운 유입인구의 구별 필요성 자체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출생지'를 통해 육지부에서 제주로 내려온 이주민에 대해 분류해 일자리 창출시책에 차별을 두는 것은 안정적 정주권 및 행복추구권을 제약하는 것에 다름 없다.

설령 이주민 정착 지원시책을 펴기 위해 구분하다 하더라도, 그 범주는 어디까지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응시생 부모의 사례와 같이 제주도에 이사온지 25년이 되었다고 하면, 출생지와 상관없이 분명한 '제주사람'이 아닌가.

더욱이 한살 때 제주에 내려와 제주공동체에서 생활해 온 그 자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주민'으로 분류하며 차별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정책지원에 있어 '이주민'이란 대상설정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제주자치도는 이주민 정착지원 시책을 펴면서, 최근에는 이주민들이 지역주민 및 이웃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제주공동체 생활을 영위해 갈 수 있도록 '정착주민 지원 도민 아이디어 공모'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민이란 표현 자체가 어쩌면 '차별적' 표현이다. 지원정책을 펴기 위해 '이주민' 분류가 불가피하다면, 기간 적용이라도 필요하다. 가령 제주에 이주한지 5년 이내 등.

그렇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이 20년이 넘어도 '이주민', '이방인'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출생지' 차별기준은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부끄러운 단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제주자치도는 13일 '출생지' 기준논란과 관련해 부적정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지원자격 요건을 변경해 추가 선발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변경공고에서는 지원자격을 '본인 또는 부모의 등록기준지가 제주도내로 되어 있는 자'와 '2016년 1월 1일 이전부터 본인 지원신청일까지 제주도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갖고 있는 자'로 했다.

'출생지' 기준을 없앤 것이다. 뒤늦게나마 문제를 바로잡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겪었던 A씨 아들은 응시자격이 안된다는 말에 엄마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 물음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엄마, 제가 제주출신 아니면 어디 출신이에요?".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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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2016-07-13 17:24:02 | 175.***.***.110
공감합니다 20 년이면 강산도 두번 변하는데 제주도민이라 부르지 않고 이주민이라 하고
출생지 따지는 것이 말이 됩니까
사람 물류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에서 그러니 더욱 앞뒤가 안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