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된 '해군기지 반대' 상징..."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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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된 '해군기지 반대' 상징..."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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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 서귀포시 중덕삼거리 컨테이너-망루 등 자진 철거
담담한 주민들 "시설물 옮겼을 뿐...해군기지 반대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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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시설물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삼거리. ⓒ홍창빈 기자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져 온 일명 '중덕삼거리'의 시설물들이 자진 철거되기 시작했다.

8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삼거리에 설치돼 있던 망루는 도로 맞은편 장소로 옮겨졌고, 일부 컨테이너도 바로 옆 부지로 옮겨지는 등 이전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중덕 삼거리 시설물 이전이 시작된 이날 오전,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고권일 부회장, 서귀포시 관계자 등이 오전에 잠시 삼거리를 방문했다가 시설물을 옮길 크레인이 도착하고 작업이 시작되자 곧 자리를 옮겼다.

이날 이전 작업을 통해 이곳에 있던 망루는 농로 맞은편에 있는 일명 '삼거리 식당' 바로 앞으로 옮겨졌고, 컨테이너 2동도 바로 옆으로 이전됐다.

지난 8년여간의 시간 동안 강정주민들에게 중덕삼거리는 단순한 시설물 이상의 의미가 담긴 장소였다.

중덕삼거리는 강정마을에서 구럼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곳으로, 구럼비 바위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을 벌이던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 등이 해군에 의해 구럼비바위와 중덕해안가에서 물러나게 되자 자리를 잡고 반대투쟁을 이어오던 곳이다.

주민들에게 있어 중덕삼거리는 구럼비 발파의 뼈아픈 역사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곳이었다. 천여명의 경찰이 몰려든 행정대집행의 공포가 엄습했을 때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주기도 했다.

지난 2011년 해군은 중덕삼거리를 비롯해 해군기지 건설부지를 둘러싸고 펜스를 설치하며 완전히 분리시켰지만, 주민들은 이 곳에 컨테이너와 망루를 설치하며 투쟁을 이어왔다. 굳건히 서있던 망루는 해군기지로 인해 자취를 감춘 옛 구럼비 바위를 향하고 있었다.

다난했던 발자취가 생각났던 탓이었을까. 주민들은 철거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현장 주위를 서성이며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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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시설물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삼거리. ⓒ홍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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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시설물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삼거리. ⓒ홍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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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시설물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삼거리. ⓒ홍창빈 기자
지난 수년간 삼거리에서 주민과 활동가 등 방문객을 위해 식사를 마련해온 김종환씨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망루 이전이 끝난 후에도 삼거리 식당 한구석에 앉아 구럼비가 있던 해군기지 방향을 주시하던 김씨.

깊은 한숨을 내쉰 그는 "이곳은 지난 2010년부터 이곳에서 밥을 해왔다"면서 "우리 모두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나. 자리를 옮기더라도 계속 밥을 지을 것"이라며 해군기지 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삼거리 부지 이전은 앞으로 계속 협의해 나갈 부분이다. 지금은 도로 부지 밖으로만 옮긴 것"이라며 애써 안타까움을 달랬다.

고 부회장은 "해군기지 사업에 대해 마을이나 국회차원에서도 진상조사가 잘 이뤄져서 도지사가 직접 이 사업에 대해 절차적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그렇게 된다면, 또 기념관이나 역사관 형태로 만들면서 부지를 크게 확보해서 옮긴다면 그게 가장 안정적일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덕삼거리 시설물 이전은 대략 월요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지금은 도로 부지위에 있던 망루와 컨테이너를 부지 밖으로 옮겨놓은 상태이며, 남아있는 컨테이너 7동은 거주자 등과 협의를 통해 도로 부지 밖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중덕삼거리 시설물 이전은 지난 2013년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민군복합항 우회도로(크루즈터미널 진입로) 부지에 이 일대가 편입되면서 불거졌다. 당초 해당 도로를 2차선 도로로 계획했던 해군이 이후 4차선 도로로 계획을 확대하면서 현재 망루 등이 설치된 곳까지 도로 부지에 편입시킨 것이다.

이후 올해 5월 해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서귀포시는 "내년 크루즈 터미널 개항을 위해서는 철거가 불가피 하다"며 수차례에 걸쳐 마을회에 망루 등에 대한 철거요청 및 계고장을 보냈다.

당시 마을회는 "중덕삼거리를 놓고 벌어지는 일은 해군기지와 군관사 연결도로를 조속히 개설하려는 해군과, 크루즈터미널 사업을 조속치 추진하려는 제주도정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매번 제주도정은 강정마을의 갈등을 해소는 고사하고 강정마을이 죽든 말든 해군 편에 서서 해군의 손을 들어주는 행보를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서귀포시가 4차례에 걸쳐 철거 계고장을 보내며 충돌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지난달 12일 마을회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면담을 갖고, 최근 마을회가 시설물 자진 철거를 결정하면서 이뤄지게 됐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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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시설물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삼거리. ⓒ홍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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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삼거리 벽면에 부착된 행정대집행 계고서. ⓒ홍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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