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당시 2연대 군인 아들, 아버지 유품 기증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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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당시 2연대 군인 아들, 아버지 유품 기증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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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대 주둔기' 사진집 등 4.3기념관에 기증한 유영집씨
"유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역사적 사료로 활용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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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4.3평화재단에서 열린 유영집씨의 4.3사료 기증식. ⓒ헤드라인제주
▲ 제주4.3사건 당시 2연대 군인이던 아버지의 유품을 4.3평화기념관에 기증한 유영집씨.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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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집씨가 제주4.3평화재단에 기증한 사진집. ⓒ헤드라인제주
68년전인 제주4.3 당시 제주에 주둔했던 육군 제2연대에 근무했던 한 군인의 유품이 제주4.3평화기념관에 전시된다.

이 유품은 서울에 거주하는 유영집씨(49)에 의해 기증된 것이다.

4.3당시 제주에 주둔했던 육군 제2연대에 근무했던 아버지가 간직해 온 육군2연대 사진집과, 공훈으로 수여받은 한미연합기장 등이 포함됐다.

'2연대 제주도 주둔기'의 부제가 달린 육군2연대 사진집은 연대 구성, 토벌작전, 주요 포로자, 당시 제주 풍광, 군인 명단 등이 수록돼 주요한 사료로 평가 되고 있다.

기증자인 유씨는 주말인 28일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가진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유품기증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혔다.

▲ 이문교 4.3평화재단 이사장이 4.3사료를 기증한 유영집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 ⓒ헤드라인제주
▲ 4.3사료를 기증한 유영집씨와 이문교 4.3평화재단 이사장. ⓒ헤드라인제주
▲ 제주4.3사건 당시 2연대 군인이던 아버지의 유품을 4.3평화기념관에 기증한 유영집씨. ⓒ헤드라인제주
방송국에서 드라마 제작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그는 "이번 기증하게 된 유품들은 고향 시골집을 정리하다 발견하게 된 것"이라며 "이것을 팔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러기 보다는 4.3희생자 유족분들을 위해 기부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하사로 군에 입대해 여수.순천사건 진압부대에 소속돼 있다가 제주로 내려와 약 6개월을 근무했다.

이후 6.25전쟁이 발발하자 제주를 떠났고, 1959년까지 군에 몸을 담았다가 전쟁 당시 입은 파편상 후유증이 악화돼 의병전역했다.

그러다가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유씨는 "(아버지가)제주로 오기 전 이미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아버지는 전투병과가 아니라 기타 업무를 하셨지만, 그래도 희생자분들과 유족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부친의 제주 주둔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아버지는 생전에 4.3을 포함해 당신의 군 생활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는 "6.25 당시 입은 파편상의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 국가유공자 신청자격이 있으셨음에도 말씀하지 않을 정도로 군대에 있을때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국가유공자 등록을 하려는데, 보훈처에서 받아주지 않아 굉장히 싸웠었다"면서 "복무기록도 좋았고, 표창이나 훈장도 많이 받으셨지만 등록해 주지 않으려 하더라. 어렵게 어렵게 7급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는데, 그때 4.3희생자 유족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꼈다"고 피력했다.

그는 "과거는 역사의 아픔이고 또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제가 기증한 기록들이 유족들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고, 4·3평화기념관에서 역사적 사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씨는 "저 말고도 4.3당시 다른 군인들의 유족들도 좋은 유품이 있다면 4.3평화재단에 기증해 억울한 분들의 누명을 벗기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역사를 밝혀내고 희생자와 유족들을 치유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씨는 이날 기증식을 마치고 4.3평화재단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아버지가 근무했던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옛 2연대 주둔지를 둘러봤다.

이문교 4.3평화재단 이사장은 28일 오전 4.3평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기증자 유영집씨에게 기증증서와 감사패를 전달하고 고마움을 전달했다.

이 이사장은 "4.3평화기념관이 세워진 지 8년이 됐는데, 당시 주둔군 유족분이 관련 사진자료를 기증한 것은 첫 사례"라면서 "4.3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 유영집씨가 제주4.3평화재단에 기증한 유품. ⓒ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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