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격 낮춘 세계자연유산...요금제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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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격 낮춘 세계자연유산...요금제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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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관광포럼, '세계자연유산 입장료 징수' 방안 모색
도의회-시민단체-학계 한목소리..."현 요금제 턱없는 수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들이 현실성 없는 요금체계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경제성이나 관광시장의 가치를 스스로 하락시킴은 물론 자연보전 차원에서도 악순환을 반복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문화관광포럼(대표 강경식 의원)은 23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세계자연유산 입장료 징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제주의 중요 자산인 한라산을 비롯한 세계자연유산이 저가 단체관광에 이용되고 있으며, 과밀한 관광객 탐방에 따른 환경오염과 자연 파괴가 심각해짐에 따라 자연유산보전과 비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제주도의회를 비롯해 도내 관광업체, 시민사회단체, 학계, 언론계 인사들까지 모두 현재 세계자연유산 관광지에 매겨진 요금체계는 턱없는 수준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 23일 열린 제주문화관광포럼 '세계자연유산 입장료 징수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 에서 발제에 나선 임종덕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헤드라인제주

주제발표에 나선 임종덕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해외의 사례와 비교해 제주 세계유산의 활용방안의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현재 한라산인 경우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고, 성산일출봉과 만장굴 등은 성인 2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는데, 세계자연유산의 가치와 비교하면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먹는 수준의 입장료라는 주장이다.

단순 비교해봐도 미국 그랜드캐년인 경우 개인 입장료는 8달러고, 빅토리아 폭포는 20~30달러 선이다. 베트남 하이롱베이는 종전까지 4~6달러를 받던 요금을 지난 2014년 7달러로 인상했다. 중국 황산인 경우 성수기에는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 비수기에는 2만8000원 가량의 돈을 받는다.

같은 세계자연유산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제주지역 관광지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입장료다.

특히 임 연구관은 중국의 세계유산관리 사례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2011년도 기준 중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입장료는 평균 2만7000원 정도다. 가장 비산 사천성의 팬더보호구역은 5만7000원에 달한다"며 "만장굴이나 성산일출봉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장료를 올리면 관광객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자국에서도 이렇게 입장료를 내고 가기 때문에 제주의 입장료를 상당히 싸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도 "지난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기존 입장료 3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현재 6개월이 지났는데 관광객 숫자는 오히려 늘었다"며 "그만큼 한국 사회가 발전한 것이 가격에 얽메이지 않고 값어치가 있다면 찾아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총량제 제도 도입 어렵다면 요금제 징수 최적 대안"

토론자로 참석한 강만생 제주세계자연유산위원회 위원장은 "한라산의 입장료 징수는 총량제 도입 등의 인위적인 제도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라산 보호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매년 한라산 탐방객 수가 100만명이 넘고 있고, 해마다 탐방객 숫자의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탐방객 증가는 자연 훼손과 파괴를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징수된 입장료를 특정 목적, 한라산 보호 및 보전에만 지출하도록 한다면 탐방객들로부터 비용부담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 위원장은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탐방객들로부터 저항을 초래할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휴양림이 입장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가 갖고 있는 소중한 세계자연유산, 만장굴 성산일출봉에 대해서는 일부 요금이 징수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폭적인 요금 인상과, 무료로 입장하고 있는 한라산에 대해서는 입장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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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열린 제주문화관광포럼 '세계자연유산 입장료 징수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헤드라인제주
◇ "관광시장 논리로 비춰도 한라산 입장료 징수 시급"

고승철 제주관광협회 부회장은 경제적 논리나 관광시장의 논리에 비춰봐도 한라산 입장료 징수는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고 부회장은 "관광 일선의 입장에서도 식물자원 보호, 미래관광 자원을 보호해야 하는 시점에서 한라수목원, 절물휴양림, 주상절리 사려니숲길 등 전체적으로 입장료 인상을 통해서라도 관광객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부회장은 "제주도가 전국적으로 보면 인구로는 가장 적은데 공영관광시설은 53개소로 전국 대비 가장 많이 몰려있다. 한라산, 휴양림 등은 저가관광에 악용되고 있으며 일출봉 등도 초저가 요금으로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돼 관광만족도는 오히려 저하되고 있다"고 했다.

패키지 상품의 초저가 관광상품에 무료로 탐방이 가능한 한라산이나 요금이 저렴한 성산일출봉 등을 끼워넣으면서 수용인원이 매번 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 부회장은 "성산일출봉 성인 개인 2000원, 학생 단체 800원이다. 제주자연사박물관은 학생 단체가 300원이다. 아이스크림이 2500원 하는 세상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칠레의 자연사박물관 입장료는 3만5000원이다. 중국 자금성은 일일 입장객을 제한하는데, 올해 못 와봤으면 다음에 다시 와라 이거다. 이런 사례를 벤치마킹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누구나 아무대나 갈 수 없는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만들어줘야 한다. 간단한 비교로 사설관광지인 미천굴은 9000원 받는데, 일출봉이나 만장굴은 1만원은 받아야 하지 않겠나. 왜 저가에 판매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 부회장은 "요금을 올리면 직영관광지 방문객이 분산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분산이 안된다면 일출봉 한 군데서 300억원의 수입이 나온다"며 "지속가능하게 오래갈 수 있는 자원이 있는데 활용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적극적인 정책 개선을 주문했다.

◇ "황폐화되는 한라산...환경보존 비용, 이용자가 부담해야"

오석삼 제주도산악연맹회장은 "30년전 한라산의 입장객은 10만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20만명이다. 풍화작용이나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라산이 갈수록 황폐화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탐방객의 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 회장은 "지금 한라산에 가보면 관목식물 다 부러져 있고 암벽만 드러나 있다. 주차장 주변 도로도 신음하고 있다"며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입장료를 걷어 한라산의 파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한라산의 유료화와 예약제를 실시할 것을 당부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한라산의 환경파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이 사무처장은 "예전에 도의회에서도 성산일출봉과 만장굴 기존 입장료에서 7천원으로 인상하는 조례 만들고 토론회까지 했었는데, 당시 관련업계에서 상당히 반발하는 모습을 봤다. 그 이후에 입장료 관련 토론회가 열렸지만, 그런 문제 제기가 없다"며 "도민사회 내에서는 세계자연유산지구 가치나 입장들은 어느정도 합의가 되고 있고, 그에 대한 비용부담을 이용자 스스로 지우는 부분 까지도 동의하는 것 같다"고 전제했다.

이 사무처장은 "세계자연유산이 3류급 저가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단체관광객 보여주기식으로 한라산은 시간떼우기 관광지로 가다가 잠깐 들러서 풀어놓는 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왜 입장료를 징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이 확실히 서야 하고 논리가 있어야 한다. 제주도가 정책적으로 세계자연유산지구 정체성 확립을 제대로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재청도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지구로 지정됐을 때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정부나 자치단체나 보전관리 정책이 상당히 미흡했다"며 "앞으로는 이 곳을 관광지가 아니라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보전중심의 이용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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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열린 제주문화관광포럼 '세계자연유산 입장료 징수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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