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구조혁신 '혼선'...1년도 못가 또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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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구조혁신 '혼선'...1년도 못가 또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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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바꾸고 또 바꾸는 정책, 왜 이렇게?
'청귤'.'택배' 허용, 5단계 출하기준도 혼간 우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민선 5기 제주도정의 '고품질 감귤 안정생산을 위한 구조혁신 방침' 5개년 계획은 시행 1년도 안돼 골격 손질이 시작됐다.

현장에서 제기된 현실성 있는 방안을 반영했다는 것이 명분이나, 많은 논란 속에 '정답'인 것처럼 하며 발표됐던 지난해 상황을 떠올려 본다면, 한마디로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손질에 다름없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5일 발표한 감귤 유통기준 개선을 담은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의 입법예고안을 보면 그동안 행정방침과는 전면 배치되는 내용들이 대거 포함됐다.

덜익은 미숙과인 '청귤(靑橘)' 판매 허용 및 택배를 통한 감귤직거래 허용이 그 대표적 예다.

첫째, 청귤만 하더라도 그렇다.

청귤은 그동안 비상품감귤에 해당하는 '미숙과'로 분류돼 감귤유통조례에 따라 단속이 돼 왔다. 지난해산 감귤 출하과정에서도 미숙과를 출하하다가 자치경찰 등에 의해 적지않게 적발됐다.

그 때마다 행정당국은 '중범죄'를 저지른 것인 마냥, 농가의 '비양심'을 크게 꾸짖었다. 덜익은 감귤을 마치 '청귤'로 둔갑시켜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이 실시된지 불과 몇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에는 미숙과가 '청귤'로 다시 포장하며, 기능성 성분이 많이 함유된 감귤로 포장하며 앞으로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제주감귤 유통흐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극조생 온주밀감 유통시기와 겹치지 않는 범위인 9월10일 이전에 출하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가공산업 활성화와 생산량 조정에도 기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극조생 감귤 출하이전에 청귤을 따 냄으로써 전체적인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이 분석은 지극히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행정당국이 불과 몇개월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재고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배제했다가, 뒤늦게 이것이 '정답'인 것처럼 유통혁신계획을 재포장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두번째, '택배'를 통한 감귤직거래 문제도 마찬가지다.

입법예고안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택배를 통한 직거래 판매문제와 관련해, 앞으로는 한 사람이 1일 150kg 미만 범위에서 출하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조례에서는 판매목적이 아닌 선물용 등인 경우 동일인이 하루 150kg 미만의 감귤을 택배를 통해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선물용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단속의 실효성 논란이 있어왔다.

이에따라 앞으로는 1인 하루 150kg 미만의 감귤에 대해서는 출하연합회 신고없이 출하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제주도정 입장은 불과 몇달 사이에 전혀 딴판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택배를 통한 감귤직거래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지난해 감귤구조혁신 계획을 마련할 때에는 강력히 배제했다가 이제서야 반영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 친환경 인증 감귤의 경우 감귤유통조례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 역시 진작에 했어야 옳았다.

친환경 감귤로 인증되면 감귤조례에서 정한 크기 구분에 관계없이 출하 및 유통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친환경감귤은 별도 인증절차를 거치는 만큼, 이를 다시 감귤조례를 통해 '크기'를 중심으로 해 유통여부를 통제하는 것은 이중적 규제이기 때문이다.

감귤 유통기준의 변경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제주자치도는 이번 조례 개정안이 도의회 심의를 거쳐 공포된 후, 하반기인 7월에는 당도가 일정기준 이상의 감귤에 대해서는 크기 구분에 관계없이 출하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귤'과 '택배'도 다소 파격적이거니와, 이 '당도 중심'의 출하 규정은 많은 진통 끝에 결정한 5단계 상품기준의 근간을 흔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18년간 이어져 온 감귤 상품분류 기준을 2S(49~54mm), S(55~58mm), M(59~62mm), L(63~66mm), 2L(67~70mm) 등 5단계로 조정하고, 지난해 9월 이를 첫 시행했다.

이 상품기준은 전적으로 '크기' 중심이어서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1년도 되지 못해 다시 '일정수준의 당도' 감귤에 대해서는 크기에 구분없이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취지는 물론 옳다. '크기'가 아니라 당도 등 '품질'에 따라 상품 분류기준이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이날 발표한 일련의 개정방침은 행정의 신뢰성, 농가의 혼선 등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신중했어야 했다.

5개년 계획이 시행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이것 바꾸고 저것 바꾸고 할 것이었다면, 지난해 서둘러 감귤구조혁신 계획을 발표할 필요가 없었을 터다. 다소 늦더라도 찬찬히 현장농민의 의견을 수렴하며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정책을 결정했어야 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들이 모두 현실성을 감안한 것이고, 충분히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백번 공감하나, 조령모개식 정책변경은 행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농가의 혼선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5개년 계획'의 손질은 과연 이것으로 끝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비상품감귤 가공용수매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받은 후, "나름대로는 의견을 수렴했는데 현장에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은 어떤 분야의 정책에서도 행정 입장에서 접근하는게 아니라 수요자의 입장, 일선 주민의 입장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피력했다.

앞으로 비상품감귤 가공용 수매가 보전 폐지 방침도 '농가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감귤 구조혁신방침의 뒤늦은 변경은 현실성 측면의 정책반영이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최초 방침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비판에서 지유로울수 없을 전망이다.<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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