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이민자의 언어, '소설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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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이민자의 언어, '소설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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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혜경 /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23일부터 26일까지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개막식 장소는 서귀포성당으로 결정됐다. 23일 개막공연에 이어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동빈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이 상영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진다. 이후 성당 지하에서는 개막 리셉션이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여질 10개국 34편의 작품은 대극장인 강정마을회관과 소극장인 강정마을 평화센터, 야간 야외상영장인 강정천, 야간 실내상영장인 삼거리식당 등 강정마을 곳곳에서 상영된다.

각 작품 영화상영은 '기수갈고둥, 돌가시나무, 층층고랭이, 연산호군락, 구럼비' 등 모두 5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이번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에 즈음해 출품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살펴본다. <헤드라인제주>

(4) 1세션 : 기수갈고둥 - '소설무용'

▲ 영화 '소설무용' 스틸컷. ⓒ헤드라인제주
▲ 영화 '소설무용' 스틸컷.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강정 공동체는 4월23일부터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를 열어 평화의 씨앗을 심는다. 34편의 장․단편 영화들이 모두 흥미롭다. 하던 일 멈추고 모여 평화와 자연과 평등을, 그리고 우리들 삶의 지속성을 느끼고 말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해보자.

이들 영화 중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상영하는 실험적인 다큐멘터리가 있으니 그에 대한 소문을 좀 내어볼까 한다.

마카오 출신의 젊은 작가 Cheong Kin Man(한국명 장건문)은 불법 이민자의 아들로 포르투갈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등 언어에 능통하고 그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다.

제목도 독특한 상영작 다큐멘터리 '소설무용'은 그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영상 인류학 석사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다.

2015년 한 해에만 캐나다 국제 영화제(단편 부문 신인상), 칸영화제 등 세계 여러 유명 영화제 초대되어 "특별한, 불가해한, 어려운, 심오한, 혼란스러운" 등의 평가를 받으며 '독특한 단편 실험 영상'으로 수상하였으니 그 이력만으로도 참 궁금해진다.

수많은 언어들이 화면에 흩어져 있고 관련된 시구에 나레이션까지 흘러 나온다. 풍경들과 이미지 조각들이 동시에 화면에 뜨기도 하고, 인터뷰 장면이 음성과 함께 나오거나 다양한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사람들이 말없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도 등장 한다.

"자연과 언어와 정체성, 시각적 매체와 지배적 문화 등에 관련하여 인생 전반에 걸친 인류학적 질문"을 불러낸 영상 인류학 보고서란 평을 받았는데, 어디에다 눈을 두고 영상을 따라가야 할지 당황스러워진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하면 그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영상장면과 언어와 나레이션을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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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건문 감독. ⓒ헤드라인제주
복잡함과 초조함 속에서 따라 가다 보면 어지러울 뿐만 아니라 거의 이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지만, 시각적으로는 단순하게 정돈된 것 같은 미적 체험을 하게 되니 참 신기하다. 혼란스럽고 초조한 느낌 그 자체가 이 새로운 방식의 소통 같은 오묘함!

다양한 문화에 노출되고 이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며 모바일 검색, 걷기, 말하기, 운전하기, 먹기 등 멀티태스킹에 강한 요즘 우리들이 이 실험영화 관람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지...

평화의 씨앗이자 인류학 보고서의 새로운 형식을 만나는 도전이 되는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작가를 만나 물어볼 말이 참 많다. 어서 가보자! <안혜경 /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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